도이치그라모폰(DG)은 '클래식 음악계의 샤넬' 같은 존재다. 노란색 로고가 상징적인 이 독일 음반사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푸르트뱅글러, 카라얀 등 세기의 거장들과 기라성 같은 명반을 남겼다. "DG의 회사의 역사가 곧 클래식 산업의 역사"란 말이 클래식 음악 종사자들 사이에서나오는 이유다. 최근에는 조성진, 유자 왕 등 젊은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내세우며 클래식 시장을 키우고 있다.

27일 한경아르떼필하모닉 협연자로 내한 공연을 선보이는 첼리스트 카미유 토마(35·사진)도 DG가 찍은 스타 플레이어 중 한 명이다. 그는 2017년 4월 DG 전속 아티스트로 계약하면서 급부상했다. 토마가 내한하는 건 2021년 통영국제음악제 이후 두번째다.
카미유 토마
카미유 토마
그는 이번 공연에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연주한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연주할 때마다 마치 여행하는 느낌을 준다"며 "사랑, 갈등, 다정함, 흥분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첼로 레퍼토리 중 대표적인 걸작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토마는 네살 때 첼로를 배웠다. 음악인 집안에서 태어나 매일 음악을 접했던 그는 어느 날 음반에서 흘러나오는 첼로 소리에 빠져들었다.

"그날 이후 제 인생에서 첼로가 없었던 기억은 없어요. 첼로의 깊은 음색에 단번에 반해버렸든요. 첼로는 제 영혼과 몸의 일부가 됐고, 지금의 저를 만들어 줬습니다. "

토마는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악원 및 바이마르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을 졸업했다. 파보 야르비, 켄트 나가노 등 유명 지휘자 및 함부르크 엘프 필하모니, 벨기에 브뤼셀 필하모니,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니 등과 협연하며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2020년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의 첼로 협주곡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등이 수록된 음반 '보이스 오브 호프'로 음악계에서 화제를 모았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는 파질 사이가 카미유 토마를 위해 쓴 곡으로 파리와 이스탄불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에 대해 다룬 곡이다. 2018년 파리에서 토마의 연주로 초연됐다. 토마는 이 음반의 수익금 일부를 유니세프에 기부하며 나눔을 실천하기도 했다.

"이 곡은 테러리즘에 대한 저항이자 아름다움과 희망, 인간성을 포기하지 말자는 외침입니다. 중요한 메시지를 담은 곡이라고 생각해 녹음했죠. "

그는 현재 일본 닛폰음악재단 후원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 1730년산 ‘포이어만’ 악기를 사용하고 있다. 포이어만은 맑고 가벼운 음색뿐 아니라 풍성한 저음도 동시에 지닌 소리로 정평 나 있다.

"하늘이 만든 첼로에요. 저는 이 악기의 하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악기가 가진 모든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에게 첼로의 매력을 물었더니,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첼로는 나무의 밑동부터 나뭇잎까지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독주나 협주에서는 솔로를, 4중주나 오케스트라에서 베이스가 될 수 있죠. 작품 수가 적다 보니 피아니스트나 바이올리니스트처럼 특정 작곡가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기는 어렵지만, 첼로는 다양한 음악으로 변신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카미유 토마
카미유 토마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