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이 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으로 손실을 본 법인고객들에 선제적인 손해 배상을 진행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불법이 아니라 영업 관행인 만큼 금융당국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일임형 자산관리 상품인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의 ‘만기 미스매칭(불일치)’ 전략으로 손실을 본 고객에게 손해 배상을 추진하고 있다.

채권형 랩·신탁 상품은 3~6개월가량 단기 여유자금을 운용하려는 기업고객이 주로 가입한다. 일부 증권사는 고객에게 일정 수익률을 약속하고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만기 1~3년짜리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집중 편입했다. 만기 미스매칭 방식으로 유동성이 낮은 CP 상품을 대거 편입한 증권사들은 서로 채권 돌려막기를 하다가 작년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자 대규모 손실을 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부터 하나증권과 KB증권을 시작으로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증권사 10여 곳을 현장 검사했다. NH투자증권은 내부 감사를 통해 채권형 랩 상품 운용 과정에서 잘못된 업계 관행 등이 있었는지 점검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법률 검토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일부 법인고객에 배상하기로 결정했다”며 “부조리한 업계 관행을 근절하고 고객 보호를 위해 선제 조처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의 채권형 랩·신탁 규모는 9조~10조원, 손실액은 18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른 증권사들은 손해배상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 돌려막기는 불법이나 불건전 관행이 아니라 고객 손실을 막기 위한 영업수단”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NH투자증권과 달리 다른 증권사는 선제적으로 손해 배상을 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