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장생활기록부>, 분당에 왔습니다.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천당 위에 분당 있다”는 말 기억하시죠. 분당은 한국형 신도시의 시초이자, 1기 신도시의 대장격입니다. 하지만 도시와 아파트가 30년 이상 돼서 많이 낡았습니다. 재정비의 시간이 된 거죠. 그래서 분당은 변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분당이 높이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동네들이 상향평준화 됐기 때문입니다. 분당은 동별 편차가 크지 않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의 기본기가 탄탄해야겠죠. 강남 바로 밑이라 입지가 좋고, 지하철과 도로망 등 교통 시스템을 잘 갖췄습니다. 그래서 판교나 강남, 시내 같은 주요 업무지구 출퇴근하기 괜찮습니다.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구획 정리가 깔끔해 분당 특유의 쾌적하고 정돈된 느낌이 납니다. 분당 안에서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백화점과 병원 등 각종 인프라가 다양하게 있습니다. 학군도 좋아요. 아이 공부에 욕심내는 가정이 늘 고려하는 곳 중 하나가 분당입니다. 학업성취도 높은 학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습니다. 특히 수내와 서현 쪽 학교 선호도가 높습니다. 녹지 조성도 신경을 썼어요. 랜드마크인 중앙공원뿐 아니라 율동공원과 탄천 있죠. 성남시는 이 오래된 공원들을 싹 탈바꿈시킬 예정입니다.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이제는 분당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단기간에 초고속으로 지은 아파트들은 한꺼번에 노후 아파트가 됐고, 도시도 같이 늙었습니다. 사실 30년 이상 된 계획도시의 정비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없는 시도입니다. 신중하고 스마트하게 접근해야 합니다.

'신도시 특별법'이 그래서 나왔죠. 200%대에 달하는 분당 아파트의 평균 용적률을 500%까지 늘려주고, 또 안전진단을 대폭 완화할 예정입니다. 재건축 규제 풀어줄 테니 빨리 진행하라는 거죠. 그리고 정부는 이른바 '닭장아파트'가 들어올 경우 생기는 문제점을 미리 막겠다고 해요. 정비사업 지연 및 투기수요 유입 등을 막기위해 상가지분 쪼개기도 금지할 예정입니다.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분당은 고무된 분위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통합재건축 추진하겠다는 곳이 전체 블록의 절반에 달합니다. 상대적으로 리모델링이 주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갈 길이 멉니다. 관건은 아파트와 주민들의 사업성과 추진력이겠죠. 그러면 역세권이고, 평당가 및 주민동의률 높은 곳들이 선도지구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 단지 한번 볼까요?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서현동 시범단지 중삼성한신에 왔습니다. 여기가 입지 대장주죠. 위치가 분당의 딱 가운데라 생활하기 정말 편합니다. 분당의 각종 인프라를 아주 편하게 누릴 수 있는 위치입니다. 1991년 준공했고 1700여 가구입니다. 20평대부터 70평대까지 다양한데 그래도 32평과 49평이 대다수입니다. 요즘 신도시들이랑 달리 대형 평수가 많죠.
구축이다 보니 주차랑 노후화 때문에 불편함은 있어요. 49평이 작년에 19억5000만원 최고가 찍은 뒤엔 얼마 전엔 18억대에 거래됐어요. 특별법으로 용적률 종상향하면 조합원 분양가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분위기예요. 시범단지가 재건축의 시범이 될 수 있을까요.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분당 학군지의 대장주로 꼽히는 수내동 양지마을에 왔습니다. 1단지 금호아파트예요. 1992년 준공했고 900여 가구입니다. 30평대부터 60평대까지 있습니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 있고, 주변에 좋은 학원들도 꽤 많습니다. 수내역 바로 앞입니다. 그래서 가격 방어도 잘 돼요. 구축치고 동간 간격이 넓고 관리도 잘 돼서 주차장도 여유 있고요, 그래서 오래 사시는 분들 많습니다. 33평이 이달 20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이전 최고가보다 5억 이상 뛰었어요.
'천당 위 분당'시대, 다시 열릴까 [김정은의 임장생활기록부]
정자동 파크뷰에 왔습니다. 앞서 봤던 아파트 단지와 달리 주상복합입니다. 2004년 준공됐고 1800여 가구입니다. 분당 주상복합 중 대장주입니다. 모든 가구를 남향 판상형으로 배치해 탄천 및 광교산 조망이 가능합니다. 30평대부터 90평대까지 있는데, 48평이 최근 23억 신고가에 거래됐어요. 정자동은 탄천을 끼고 있는 데다 지하철 타고 강남가기 좋아서 수요가 늘 있습니다. 상업시설이다 보니 서현 수내 등과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컨벤션센터랑 오피스, 숙박시설 들어오는 백현 마이스 복합단지가 근처에 생깁니다.

신도시 조성은 정부가 계획하고 이끌었죠. 하지만 이제 신도시와 아파트 정비작업의 주도권은 주민들이 쥐게 됐습니다. 분당은 앞으로 길을 개척하면서 정비사업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을까요. 임장생활기록부 성적표입니다.

기획·진행 김정은 기자·이재형 PD 촬영 이문규·이재형 PD
편집 이재형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