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편집장 레터

우리나라에서 애플의 행보는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월 공개된 아이폰 15에도 별다른 혁신은 없다는 언론의 평가가 쏟아졌습니다. 아이폰과 함께 첫 탄소중립 제품으로 선보인 애플워치 신모델도 “쇼 아니냐”며 무시하는 시선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나온 탄소중립 애플워치는 우리 기업의 혁신과 관련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과제를 던져줍니다.

애플워치 신모델을 탄소중립 제품으로 부르는 이유는 생산과정에서 탄소배출을 대폭 줄이고 남은 잔여분은 탄소 크레디트로 상쇄해 탄소발자국이 ‘제로(0)’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애플워치와 밴드를 제작하는 데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합니다. 100%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등 재활용 원료와 부품 비중을 대폭 높이고 항공운송을 해상운송으로 대체해 탄소배출을 줄였습니다. 더 놀라운 점은 사용자가 애플워치 충전에 사용하는 전기도 탄소중립 범위에 포함한 것입니다. 스코프 1·2·3를 모두 포괄합니다. 애플이 공개한 제품 환경 보고서를 보면 애플워치 시리즈 9(스포츠 루프 사용)은 기준 배출량이 36.7kg인데, 이 중 28.6kg을 감축했고 남은 8.1kg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한계도 있습니다. 모든 애플워치가 탄소중립인 것은 아닙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나 직물 소재 외 루프는 탄소중립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애플의 전체 제품군에서 애플워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팀 쿡 애플 CEO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탄소중립 제품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불과 7년 후입니다. 애플워치는 그 첫 출발인 셈입니다.

애플은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기에 탄소중립이 상대적으로 쉬운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뒤집어보면 애플의 탄소중립 드라이브로 전 세계 많은 협력사가 영향을 받게 된다는 뜻입니다. 거대한 공급망 전체가 탄소중립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미 300개에 달하는 전 세계 공급업체가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달성을 약속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메모리), SK하이닉스, 포스코, LG에너지솔루션 등 23개 기업이 참여했습니다. 이들에게 탈탄소화는 발등의 불입니다.

애플은 탄소중립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며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이제 산업 경쟁력을 의미합니다. 올해는 애플워치에 그쳤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탄소중립 제품을 선보이며 격차를 벌릴 것입니다. 오늘날 진정한 혁신의 무대가 어디인지 분명해 보입니다.
[편집장 레터] ‘탄소중립’ 애플워치가 두려운 이유
장승규 〈한경ESG〉 편집장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