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으로 쌓은 12세의 철탑,아빠와 함께라면 허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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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옥미나의 아트하우스 칼럼
영화 '스크래퍼'
영화 '스크래퍼'
![▲영화 <스크래퍼>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1.1.jpg)
노동계급의 이야기 속 유머를 전하는 샬롯 리건 감독
![▲샬롯 리건 감독 특유의 키치한 연출이 돋보인다 (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2.1.jpg)
대신 10대 시절부터 꾸준히 뮤직비디오 작업을 해온 샬롯 리건 감독 특유의 역동적이고 발랄한 카메라 워크,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유머, 각 공간과 인물들의 특징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색깔들이 연신 화면을 채운다. <스크래퍼>는 익숙하고 짐작 가능한 이야기를 아이의 관점과 상상력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그려낸다.
혼자 자라겠다는 아이와 그 주위 사람들
![▲엄마의 죽음 후 비밀리에 혼자 살기로 결심한 조지(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3.1.jpg)
이들은 카메라를 마주 보고 각자의 입장에서 조지라는 인물과 행동에 대해 논평을 털어놓는다. 조지는 나름의 사회적 관계망과 교류 속에서 불량하고 되바라진 12살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영혼의 단짝 조지와 알리(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4.1.jpg)
마음을 쿵쾅거리며 흔들고 지나간 감정들에 이름을 붙이고 남은 순서를 헤아리면서 친구 알리에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공유한다. 조지와 알리에게 마음이란, 육체를 여기 두고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난, 하지만 곧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로 약속한 무엇 같다.
미성숙한 아빠와 다부진 딸이 가족이 되는 법
![▲자신이 아빠라며 나타난 제이슨과 그가 못 미더운 조지(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7.1.jpg)
막연한 책임감으로 일단 찾아오긴 했지만, 마땅한 역할을 찾지 못한 제이슨은 조지의 곁에서 어색하게 서성인다. 조지는 제이슨에게 훔친 자전거의 차대 번호부터 지워야 한다는 요령을 알려주고, 경찰을 피해 함께 도망치면서 연대감을 형성하고 가까워지지만, 정말 조지에게 이런 아빠가 필요할까?
![▲모은 고철들로 하늘까지 철탑을 쌓아 올리겠다는 조지(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5.1.jpg)
그래서 관객들은 제이슨이 자물쇠를 자르고 몰래 방에 들어갔을 때 비로소 조지의 판타지 대신 있는 그대로의 고철 더미를 바라보게 된다. 숨겨둔 것, 언젠가 치우고 비워내야 하는 것. 그래야 남은 인생을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 제이슨은 비로소 조지의 삶에서 자신의 쓸모를 깨닫는다.
함께라면 어쨌든 해피엔딩
![▲영화 <스크래퍼> 메인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https://img.hankyung.com/photo/202309/01.34626536.1.jpg)
샬롯 리건 감독은 판타지와 현실 사이의 균형감을 유지하면서도 노동계급의 어린 소녀 이야기를 발랄한 코미디로 이끈다. 그래서 허술하고 엉성한 아빠와 되바라진 딸의 이야기는 어쨌든 해피엔딩이다. 이제 조지의 유년기에도 이빨 요정과 산타클로스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