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비인기종목 설움 떠올린 사격 정유진의 눈물…"정말 값진 金"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대표팀 맏형 정유진(39·청주시청)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한참 눈물을 흘렸다.

지난 25일 정상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을 때는 별다른 감정 표현 없이 얼떨떨한 표정만 짓던 그였다.

2006 도하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까지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획득하는 동안에도 눈물을 흘린 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간 흘린 땀방울이 떠오르며 온전히 보상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전날 선두를 달리던 북한이 막판에 스스로 무너지며 '깜짝'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반면 이날은 선두 자리에 선착한 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제 손으로 금메달을 움켜쥐었다.

[아시안게임] 비인기종목 설움 떠올린 사격 정유진의 눈물…"정말 값진 金"
정유진이 특히 떠올린 기억은 2014 인천 대회를 준비하던 때였다.

러닝타깃이 2004 아테네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체육계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되던 때였다.

대표팀 소집도 다른 종목보다 확연히 느렸다.

정유진은 '나머지 공부'를 자처했고 숙소에 총을 가져와 자세 연습을 틈틈이 했다.

그런데 안전상의 이유로 숙소에서 훈련하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자 난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다행히도 당시 선수촌 관리소장 등의 도움으로 사격장에서 야간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눈물을 쉽게 그치지 못한 정유진은 "(아시안게임까지) 남은 시간이 아까우니 훈련을 더 하려고 했다"면서 "어떻게 보면 개인의 욕심인데 (주변에서) 도와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가까스로 말했다.

그러면서 "비록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타지 못했지만, 두 동료와 딴 금메달이 너무 값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비인기종목 설움 떠올린 사격 정유진의 눈물…"정말 값진 金"
정유진이 말을 잇기 힘들어하자 동료 하광철은 "지금은 환경이 너무 좋아졌는데 전에는 형이 혼자 몰래 훈련했다.

개인적인 서러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광철은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아침부터 화이팅하며 오늘 경기에 임했었다"며 "(어제와 달리) 저희 기량으로 금메달을 만든 것 같아 너무 좋다"고 만족해했다.

팀 내 분위기 메이커를 맡는 그는 "개인이 쏘는 것이긴 하지만, 제가 못 쏘면 유진이 형이나 용빈이가 채워줘야 한다"며 "그런 걸 같이 훈련하며 '원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너희가 33.3%씩만 쏘면 나머지 0.1%는 따라올 것"이라는 대표팀 코치의 말을 전했다.

이날이 그 0.1%가 채워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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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