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릉까지 '맨발족' 북적…골머리 앓는 지자체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맨발족(族)’의 성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지자체가 관내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을 조성하자 ‘우리도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학교 운동장이나 근교 산, 왕릉, 공원 등 곳곳에서 맨발로 출몰하는 시민이 늘면서 ‘보기 좋지 않으니 막아달라’는 반대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관악산 둘레길, 낙성대공원, 서대문구 안산, 강남구 대모산공원 및 양재천 등에 맨발로(路)가 마련돼 있다. 풀을 베고 돌부리를 없애고 황토를 깔았다.

서대문구는 지난달 안산둘레길 한쪽에 450m 길이 황톳길을 조성했다. 구 관계자는 “주민 반응이 좋다”며 “둘레길에 추가로 황톳길을 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 요청에 따라 맨발로를 조성했다. 봉재산황톳길, 해돋이공원 등에 맨발존을 만든 인천 연수구는 지난 6월 맨발 걷기 교육 프로그램과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구리시는 지난달 한강공원 백합나무길 180m 구간을 황토와 고운 모래로 채웠고, 하남시는 세 곳인 맨발길을 연말까지 여섯 곳으로 늘리기로 했다.

맨발로 흙을 밟으면 혈액 순환과 관절 건강에 도움이 되고, 운동 효과도 크다는 게 맨발 걷기 애호가들의 주장이다. 땅바닥과 접지되면 활성산소를 없앨 수 있고, 병도 이겨낼 수 있다는 유튜브 영상과 도서도 많다.

늘어난 맨발족으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지자체들이 하소연이다. 왕릉과 학교 운동장 등에까지 맨발로 등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어서다. 경기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관내 왕릉 둘레길이 맨발 걷기에 좋다고 소문난 뒤 맨발로 다니는 시민들이 보기 좋지 않다는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맨발로 왕릉에 진입하는 사람이 늘면서 문화재청은 지난 3월 모든 왕릉에 ‘맨발 진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을 세웠다. 정명환 문화재정 궁릉관리본부 활용기획계장은 “왕릉은 운동하는 곳이 아니라 격식을 갖춰야 하는 곳이라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했다.

맨발걷기의 효과가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정형외과 전문의 A씨는 “건강한 사람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당뇨발 등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는 감염 위험이 높아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