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018년 3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돈의문박물관마을’. 1960~1970년대 주택 40여 채가 원형을 살려 보존돼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2018년 3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돈의문박물관마을’. 1960~1970년대 주택 40여 채가 원형을 살려 보존돼 있다. 서울시 제공
조선 후기의 대표 궁궐인 경희궁과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서대문(돈의문) 일대에 이르면 2026년 역사문화공원이 들어선다. 서울시는 장기적으로 한양도성 사대문 중 유일하게 실물이 없는 돈의문을 복원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박원순 전 시장 당시 330억원을 들여 조성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녹지로 단절된 경희궁지 연결

돈의문박물관 자리에 역사공원 들어선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경희궁지 일대(종로구 신문로2가)에 대한 공간구상 용역 계약을 지난 12일 체결했다. 용역을 통해 약 10만㎡ 면적의 경희궁지를 비롯해 돈의문 박물관 마을, 서울교육청, 서울시민대학·시 차고지, 국립기상박물관 총 4개 공공부지(총 3만5000㎡)를 연결해 역사문화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6월 일본 출장 중 제시한 ‘서울 대(大)개조론’의 일환이다. 도시 곳곳에 시민들이 쉴 수 있는 녹지를 가능한 한 많이 확보하는 동시에 경희궁 일대의 역사성도 되살리겠다는 구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듬성듬성 배치된 시설들이 그동안 경희궁지와 특별한 연계성 없이 이용되고 있었다”며 “녹지로 시설을 연결하고, 시민들이 사방에서 진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희궁지 일대엔 공공시설뿐 아니라 구세군회관, 대한축구협회 등 민간 건물이 난립해 있다. 서울시는 공원화를 추진하면서 주변을 최대한 비우고, 녹지 쉼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청사가 2025년께 용산구 옛 수도여고 부지로 옮겨가면 공간 구성이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앞서 돈의문 터인 정동사거리부터 경희궁, 서울역사박물관, 정동길, 경복궁까지 모두 보행길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를 공개한 바 있다.

박물관마을은 철거 수순 밟을 듯

돈의문은 한양도성의 서쪽 문이다.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총독부가 도로 확장을 이유로 철거했다. 서울시와 문화재청 등은 돈의문을 복원하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차량 정체와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번번이 무산됐다.

경희궁지와 돈의문 터 사이엔 오랜 주택가(돈의문 마을)가 있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돈의문 마을 일대를 재정비 촉진 지구(돈의문 뉴타운)로 선정했다. 시는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받은 부지에 근린공원을 지을 계획이었지만, 이후 취임한 박 전 시장이 재정비를 취소하고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마을 전체가 현재의 박물관마을로 조성됐다. 마을의 건물 40개 동을 그대로 보존해 전시, 교육 체험, 편익 시설이 가능한 역사 문화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서울의 옛 정취’를 지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에는 관리를 위해 매년 20억~30억원가량의 시 예산이 투입된다. 그럼에도 방문자는 갈수록 줄어 ‘무용론’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서울시가 돈의문 일대의 공원화를 본격 추진하면 돈의문 박물관마을도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6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돈의문을 복원하려면 주변 건물을 허물어야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는 돈의문 복원을 위한 기술 용역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시는 12월 말께 두 용역 결과를 종합해 단계별 사업 추진 계획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등 유관기관과의 협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5년께 착공에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