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한국 간다"…외국인 노동자도 일본 떠난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③
여성·고령자 의존 노동시장에 한계
10년새 인천시 인구만큼 줄어든 근로자
2030년부터는 매년 광역시 하나 사라져
엔低에 실수령액 준 외국인 노동자도 이탈
日 전문인력 몸값, 미국 절반·중국의 70%
여성·고령자 의존 노동시장에 한계
10년새 인천시 인구만큼 줄어든 근로자
2030년부터는 매년 광역시 하나 사라져
엔低에 실수령액 준 외국인 노동자도 이탈
日 전문인력 몸값, 미국 절반·중국의 70%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②에서 계속 지금 일본에서는 '인구 감소의 역습'인 인력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40년에는 부족한 인력이 1100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현재 일본의 취업인구는 6772만명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말께 2019년 기록한 6750만명을 밑돌 전망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취업인구를 늘릴 수 있었던 건 여성과 고령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인 결과다. 2008년 이후 여성과 60세 이상 근로자는 각각 360만명, 390만명씩 늘었다.
그런데도 인력난이 갑자기 심각해진 건 여성과 고령자로 부족한 일손을 근근이 보완하던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은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고령자 또한 풀 타임 근무를 피한다. 전후 최대 규모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는 2025년이면 고령 근로자는 더욱 줄어든다. 반면 풀 타임으로 한창 일할 나이대인 25~44세 근로자는 2013년 이후 290만명 줄었다. 10년 만에 인천광역시(인구 298만명)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창 일할 나이대의 근로자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7509만명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40년 6213만명으로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가 2030년까지는 연 평균 43만명씩 줄지만 2030년 이후 10년 동안은 연 평균 86만명씩 줄어든다. 감소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서 7년 뒤부터는 매년 광역시 하나 만큼의 현역세대가 사라진다.
호시노 다쿠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수가 줄어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대 0%,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70년 일본의 인구는 870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17년 전망에 비해 인구 1억명선이 무너지는 시기가 3년 늦춰졌다. 다만 이 전망은 외국인 인구가 매년 16만명씩 늘어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일본인 만으로는 2048년 인구 1억명선이 무너진다. 2017년 전망보다 1년 빨라진다.
2070년에는 일본 인구 9명당 1명이 외국인이 된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일본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워 진다는 뜻이다. 지금도 건설현장과 일부 서비스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탱하고 있다. 그런 외국인 노동자 시장조차 인력난에 떨고 있다. 엔저로 외화 기준 수입이 줄어들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8% 성장했다. 2022년 베트남 근로자의 월 평균 수입은 660만동(약 3만8000엔)으로 1년 만에 12% 올랐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2년이면 베트남의 현지 급여 수준이 일본의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인들이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전세계가 저렴한 근로자를 서로 모시려 경쟁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맨파워그룹이 41개국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력난을 체감한다'는 비율은 7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37%포인트가 늘었다. 일본 기업의 인력난 체감률이 78%로 20%포인트 올랐지만 중국은 81%로 57%포인트 급증했다. 일본보다 더 급하고 더 많은 돈을 줄 경쟁국이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산하 기관이 작년말 인도네시아에서 숙박 분야 특정기능인을 뽑기 위해 실시한 시험에는 2000명을 뽑는데 200명도 응하지 않았다. 동남아 노동자들이 같은 조건이라면 돈을 더 많이 주는 한국이나 중국을 택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를 지키기도 버겁다. 컨설팅 기업 머서가 2022년 기준 고도 전문인재의 평균 연수입을 비교했다. 미국은 2019년보다 16% 늘어난 19만7281달러, 중국은 14% 늘어난 11만5615달러였다. 반면 일본 전문 인력의 연수입은 8만7595엔으로 6% 줄었다. 엔저 탓이다. 미국 기업은 일본의 전문인력을 자국인의 반값에 쓸 수 있는 셈이다.
2024년말 가동을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올해 일본인 직원 370명을 채용했다. 올 봄 대학을 졸업한 신입 직원의 초임은 28만엔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구마모토현 기업 평균 초임은 21만373엔이었다. 2015년부터 인구가 감소한 일본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 그 전망은 그저 먼 얘기일 뿐이었다.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올 줄은 대부분 몰랐다.
인력난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건 국가와 사회, 산업, 기업 같은 큰 틀에서의 얘기일 줄 알았다. 경쟁이 덜해지니 잘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재난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인구감소의 역습이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이다. 한국에도 10년 뒤 어쩌면 불과 1~2년 뒤 틀림없이 들이닥칠 인구감소의 역습, 이 재난과 실제로 맞부딛친 일본 정부와 기업은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④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그런데도 인력난이 갑자기 심각해진 건 여성과 고령자로 부족한 일손을 근근이 보완하던 구조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은 대부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고령자 또한 풀 타임 근무를 피한다. 전후 최대 규모의 베이비붐 세대인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어서는 2025년이면 고령 근로자는 더욱 줄어든다. 반면 풀 타임으로 한창 일할 나이대인 25~44세 근로자는 2013년 이후 290만명 줄었다. 10년 만에 인천광역시(인구 298만명)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창 일할 나이대의 근로자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20년 7509만명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40년 6213만명으로 줄어든다. 생산연령인구가 2030년까지는 연 평균 43만명씩 줄지만 2030년 이후 10년 동안은 연 평균 86만명씩 줄어든다. 감소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서 7년 뒤부터는 매년 광역시 하나 만큼의 현역세대가 사라진다.
호시노 다쿠야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근로자수가 줄어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30년대 0%, 2040년대에는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070년 일본의 인구는 8700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2017년 전망에 비해 인구 1억명선이 무너지는 시기가 3년 늦춰졌다. 다만 이 전망은 외국인 인구가 매년 16만명씩 늘어난다는 가정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일본인 만으로는 2048년 인구 1억명선이 무너진다. 2017년 전망보다 1년 빨라진다.
2070년에는 일본 인구 9명당 1명이 외국인이 된다.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일본 사회와 경제를 지탱하기 어려워 진다는 뜻이다. 지금도 건설현장과 일부 서비스업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탱하고 있다. 그런 외국인 노동자 시장조차 인력난에 떨고 있다. 엔저로 외화 기준 수입이 줄어들자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본을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는 베트남이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8% 성장했다. 2022년 베트남 근로자의 월 평균 수입은 660만동(약 3만8000엔)으로 1년 만에 12% 올랐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2032년이면 베트남의 현지 급여 수준이 일본의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생활비 등을 감안하면 베트남인들이 더 이상 돈을 벌기 위해 일본에 올 이유가 없어진다. 게다가 전세계가 저렴한 근로자를 서로 모시려 경쟁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맨파워그룹이 41개국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력난을 체감한다'는 비율은 7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37%포인트가 늘었다. 일본 기업의 인력난 체감률이 78%로 20%포인트 올랐지만 중국은 81%로 57%포인트 급증했다. 일본보다 더 급하고 더 많은 돈을 줄 경쟁국이 있다는 뜻이다. 일본 정부 산하 기관이 작년말 인도네시아에서 숙박 분야 특정기능인을 뽑기 위해 실시한 시험에는 2000명을 뽑는데 200명도 응하지 않았다. 동남아 노동자들이 같은 조건이라면 돈을 더 많이 주는 한국이나 중국을 택한다는 뜻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인재를 지키기도 버겁다. 컨설팅 기업 머서가 2022년 기준 고도 전문인재의 평균 연수입을 비교했다. 미국은 2019년보다 16% 늘어난 19만7281달러, 중국은 14% 늘어난 11만5615달러였다. 반면 일본 전문 인력의 연수입은 8만7595엔으로 6% 줄었다. 엔저 탓이다. 미국 기업은 일본의 전문인력을 자국인의 반값에 쓸 수 있는 셈이다.
2024년말 가동을 목표로 일본 구마모토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는 올해 일본인 직원 370명을 채용했다. 올 봄 대학을 졸업한 신입 직원의 초임은 28만엔이었다. 비슷한 규모의 구마모토현 기업 평균 초임은 21만373엔이었다. 2015년부터 인구가 감소한 일본이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릴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본인들에게 그 전망은 그저 먼 얘기일 뿐이었다. 전망이 현실로 다가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줄 알았다. 적어도 이렇게 갑자기, 예고도 없이 찾아올 줄은 대부분 몰랐다.
인력난이 벌어진다고 해도 그건 국가와 사회, 산업, 기업 같은 큰 틀에서의 얘기일 줄 알았다. 경쟁이 덜해지니 잘 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타격하는 재난일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인구감소의 역습이 이제 막 시작이라는 점이다. 한국에도 10년 뒤 어쩌면 불과 1~2년 뒤 틀림없이 들이닥칠 인구감소의 역습, 이 재난과 실제로 맞부딛친 일본 정부와 기업은 반격에 나설 수 있을까. 인구감소의 역습이 시작됐다④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