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구축한 '민병헌 그레이'…카메라 든 구도자 '흑백의 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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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사진의 대가 민병헌
40년 대표작품 엄선한 개인전 ‘戒(계)’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서 11월 19일까지
인간 개입 최소화해 보정도 조작도 없어
수묵화를 그려낸듯 세심하게 통제된 사진 34점 전시
40년 대표작품 엄선한 개인전 ‘戒(계)’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서 11월 19일까지
인간 개입 최소화해 보정도 조작도 없어
수묵화를 그려낸듯 세심하게 통제된 사진 34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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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미적 세계는 구도자의 그것과 닮았다. 그의 작품세계를 총망라하는 전시 ‘戒(계)’가 서울 성수동 갤러리 구조에서 열리고 있다. 그의 대표 작품 중 '스노우 랜드' '딥 포그' '리버' '바디' 등에서 34점을 엄선했다. 뮤지션 선종표는 작품에 헌정곡들을 더했다.
사진의 본질에 더 가까이 간 '손의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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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헌은 자신만의 직관적인 감성과 시선을 은은한 회색조의 프린트를 통해 표현하며 ‘민병헌 그레이(grey)’라는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작가다. 인류의 대다수가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사진의 시대를 살고 있는 때여서 그의 작품은 더 귀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프랑스 국립조형예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길바닥 찍으며 '빛의 미학' 포착한 20대
그는 20대에 아마추어 사진가로 시작했다. 군 제대 후 뒤늦게 사진을 독학했다. 그저 사진에 반해 서울 곳곳을 돌며 풍경들을 찍었다. 1987년 길바닥만 찍은 ‘별거 아닌 풍경’은 독특한 시선과 빛의 미학으로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고독과 인내의 시간을 살다
그의 두 뺨은 늘 발갛다. 설경을 찍느라, 안개 낀 숲을 헤매고 다니느라, 암실에서 평생을 화학물질과 씨름하느라 그랬으리라. 민 작가는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는 실수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걸 알려주는 매개체다. 디지털 작업처럼 있는 걸 지우고, 없는 걸 만들어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늘 본 그 풍경은 앞으로 다시는 같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40년을 살았다.
타협하지 않았다, 암실이 싫어질까봐
일흔을 앞둔 그는 지금도 군산의 작업실을 기반으로 홀로 사진을 찍으러 나가고, 홀로 암실에 들어간다. 보조 스태프 없이 대형 롤링 인화지에 현상하는 작업은 ‘죽을 것처럼 힘든 노동’이라고 했다. 요즘은 인화지를 구하기도 어려워 사진을 찍어놓고 1~2년씩 기다렸다 작업하기도 한다. 필름 작업을 위해 온갖 약품들 사이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나면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다.

“왜 고민하지 않았겠어요. 부와 명예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인데요. 근데요, 한번 받아들이면 죽을 때까지 암실에 다신 안 들어가고 싶을 것 같았어요. 한순간 눈이 멀어 모든 걸 멈추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