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은의 글로벌富'는 부(富)를 이루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한 맞춤형 콘텐츠입니다. 전 세계 자산가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허차오신. 사진=웨이보
허차오신. 사진=웨이보
마카오 카지노 재벌 허훙선(스탠리 호)의 막내 딸인 허차오신(엘리스 호·사진)은 현재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거주하면서 '세계대학기후변화연맹'의 수석 청년관을 맡고 있다. 홍콩에서 태어나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허 씨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를 졸업한 후 돌연 중국행을 택했다.

허 씨 처럼 미국에서 유학하다가 중국으로 돌어가는 '푸얼다이(富二代·재벌 2세)'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중 간의 갈등이 악화하면서 미국 생활의 매력이 줄어든 반면 중국 내에선 기회가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젊은 엘리트층의 교류가 끊기면 미·중 관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하버드 차이나포럼서 사라진 미·중 거물

3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1월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0년 같은 달과 비교해 29% 감소했다. 미·중 간 지정학적인 긴장이 고조되고, 해외에서 중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면서 중국 유학생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미·중 관계의 전성기인 세계화 시대에 태어난 중국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사이 태어난 세대)는 완전히 달라진 보호주의 시대에서 성인이 됐다"며 "세계 양대 경제 대국(G2)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중국에서 가장 야심에 찬 유학생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에서 공부하고 중국으로 돌아간 화교는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유학생 가운데 중국으로 돌아간 화교 비율은 2000년 23%에 불과했지만, 2019년엔 82%로 급증했다. 2019년은 미·중 무역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가장 악화했을 때다.

통신에 따르면 최근 열린 하버드대 차이나 포럼에는 미·중 양국의 유명한 거물급 인사가 눈에 띄지 않았다. 중국인 엘리트 유학생들이 주최하는 차이나 포럼은 과거 몇 년 간 양국의 유명 재계 인사가 참여하며 아이디어를 활발하게 교환하는 만남의 장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 블랙스톤 창업자 스티븐 슈워츠만,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 레이 달리오 등 재계 거물들도 이 포럼에 참여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올해 하버드 차이나포럼에 거물급 인사가 등장하지 않은 것은 미·중 간 경색된 관계를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중국 유명 소매업체 창업자의 딸이자 하버드대 차이나포럼의 주최자 중 한 명인 장 씨는 2020년 귀국을 결심했다. 미국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양국 문화를 모두 흡수했던 장 씨는 "이제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중국으로 돌아가는 건 중국 젊은이들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중국에 기회 더 많아"

중국 부유층 자녀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미·중 관계 악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최대 사교육 기업인 신둥팡이 5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중국인 응답자의 5분의 2는 중국에 우호적인 국가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미·중 양국 정부의 압박을 모두 받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인 유학생에 대한 비자 신청을 번번이 거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공동부유(다 함께 잘 살자)'라는 명목으로 억만장자들의 자본 유출을 감시하고 있다.

고국으로 돌아간 허차오신 역시 '공동부유'를 의식한 듯 "돈에는 관심이 없다"며 "많은 '푸얼다이'가 있지만, 나는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고국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중국의 특권층인 '푸얼다이'는 많은 선택지가 있다. 해외 영주권을 이미 보유하고 있거나 획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문화 차이, 정부 통제 등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생활하는 이점이 크다고 보고 있다.

푸얼다이 출신으로 현재 패밀리 비즈니스 자문회사의 수석 고문인 마셜 젠은 "Z세대는 중국에서 사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지만, 아시아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인 유학생이 줄어드는 추세는 양국의 관계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버드대 출신인 진커위 런던 경제대학 교수는 "중국인 유학생이 줄어드는 건 미·중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라며 "학생 간 교류는 양국 사이의 접착제이고, 양국이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