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내고 먹기 미안할 정도"…소문난 맛집의 정체 [돈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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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2위 답네"…추석 앞둔 LG엔솔 구내식당 풍경은
여의도 직장인 사이 소문난 맛집
LG에너지솔루션 구내식당 가보니…
초고층 '파크원'에 구내식당에 카페까지
직원 80%가 MZ세대…매달 머리 맞대 메뉴 개발
여의도 직장인 사이 소문난 맛집
LG에너지솔루션 구내식당 가보니…
초고층 '파크원'에 구내식당에 카페까지
직원 80%가 MZ세대…매달 머리 맞대 메뉴 개발
"이 돈 내고 먹기 미안할 정도로 맛있어요", "싸서가 아니라 맛있어서 와요"….
지난 25일 오전 11시30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여의도 한 식당 앞에 기다란 줄을 만들었습니다. 줄 선 사람들만 세어도 150명은 족히 돼 보입니다. 회전율만 보면 콩국수를 파는 '진주집' 저리 가라입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입니다.
얼마나 유명한 식당이길래 이런 풍경이 연출되냐고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이자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구내식당 이야기입니다.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 여의도에선 밥값이 곧 금값인데요. 김밥 한 줄의 평균 금액이 4000원대여서 두 줄만 먹어도 1시간 최저임금을 다 쓸 정도입니다. 안 그래도 밥값이 비싼 동네에 고물가 영향까지 겹치면서 여의도 직장인들의 어깨는 점점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 커뮤니티에선 여의도 내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구내식당들을 빼곡히 모아 둔 리스트가 공유될 정도죠.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구내식당은 착한 가격과 공 들인 메뉴 구성으로 같은 빌딩 입주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하는데요. 추석 연휴를 맞아 삼색 송편이 제공된 25일 직접 서울 여의도동 파크원 타워1의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회사의 구내식당을 찾았습니다.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에서 개별 기업의 구내식당이 들어서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유일합니다. 이 식당은 현재 위탁 급식업체인 아워홈과 함께 운영 중으로 아직은 회사 직원들에게만 개방되고 있습니다.
메뉴 선택지는 항상 '한식'과 '기타 외식' 등 두 가지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메뉴를 이원화한 건 젊은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함입니다. 회사 전 직원의 무려 80%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고 합니다. 오므라이스·돈가스·파스타·나시고랭·라멘·마라샹궈·탕후루 등… 실제로 나왔던 음식들 라인업인데요. 신세대의 서구식 입맛을 제대로 겨냥한 걸까요. 항상 한식을 택한 줄보다는 외국음식 줄이 더 길다고 합니다.
물론 밥심으로 사는 기자는 한식을 골랐습니다. 식판 가득 전복내장솥밥과 버섯 육개장, 간장 제육불고기, 오징어젓무말랭이무침을 받아왔습니다. 임박한 추석을 맞아 노란색과 흰색, 녹색 등 삼색 송편도 덤으로 제공됐고요. 솥밥은 해당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여의도 모 식당과 견줘도 손색없었고 다른 반찬들도 맛깔났습니다. 퇴근하고 집에서 종종 맛봤던 정성스런 밥상이 떠올랐습니다. '딸에게 뭐 먹일까'를 매일 고민하는 엄마처럼 고심해서 만든 메뉴임이 분명했습니다.
이날 나온 양식 메뉴는 경양식 단호박무스와 수제 왕돈가스입니다. 크림스프와 탄산음료, 수제 크림치즈마늘빵 등도 같이였죠. 돈가스는 식당별로 맛이 천차만별이어서 걱정했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습니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점심 기준 구내식당의 1인분 단가는 7700원입니다. 이 가운데 직원들의 부담금은 4500원으로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합니다. 다만 회사에서 매달 10만원 규모 식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 식사'인 셈입니다.
직원들도 회사의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걸까요. 인기 맛집들이 두루 입점한 '더현대 서울'과 'IFC 몰'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전체 직원 중 구내식당 이용률이 70%에 육박합니다. 단체급식 업계에서 취합한 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직원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은 전국 평균 45~50% 수준입니다. 평균을 훌쩍 웃도는 이용률인 겁니다.
직원들에 직접 물어보니 이 곳 구내식당의 인기 요인은 '싸서'가 아니라 '맛있어서'였습니다. 30대 후반 직원 A씨는 "전 회사에선 구내식당 밥이 물려서 동료들과 주로 밖으로 나가서 사먹었는데 LG엔솔로 이직하고 구내식당만 이용한다"며 "값싸고 맛도 좋아서 굳이 더현대에서 줄 서서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중반의 직원 B씨도 "여의도가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메뉴 고르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라며 "메뉴도 매일 바뀌고 특식도 자주 나와서 이 돈 주고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구내식당은 지하 1층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건물 63층에 1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직원 전용공간이 마련돼 있는데요. 미국 시트콤 '프렌즈' 속 대표 공간인 카페 센트럴 파크를 연상시키는 '엔트럴 파크'가 이 공간의 이름입니다. 푸드트럭들이 마련된 이 곳에선 즉석 간편식과 샐러드·샌드위치 등을 사서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 점심 때 여기에서만 간편식 150여개가 팔리는데 권영수 부회장도 즐겨찾는다고 합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자리에서 줄곧 "음식이 맛있어야 일할 맛이 난다"고 강조할 만큼 직원들 끼니를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영광 LG에너지솔루션 업무지원팀장은 "매달 아워홈 담당자들과 우리 본사 구내식당 담당 직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서 메뉴를 개발한다"며 "최근 들어선 '맛집따라잡기 시리즈'를 기획해 유명 맛집을 떠올리는 식사를 제공 중인데 직원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장보다 500원(0.11%) 밀린 47만5500원에 장을 끝냈습니다. 지난 7월 말 62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 둔화 등의 이유로 가파르게 내리는 중입니다. 지난 두 달간 23% 넘게 밀린 건데요. 40만원대도 붕괴될까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만족도만큼 주주들의 만족 수준도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지난 25일 오전 11시30분. 삼삼오오 모여든 사람들이 여의도 한 식당 앞에 기다란 줄을 만들었습니다. 줄 선 사람들만 세어도 150명은 족히 돼 보입니다. 회전율만 보면 콩국수를 파는 '진주집' 저리 가라입니다. 이 사람들이 모두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데 걸린 시간은 약 10분입니다.
얼마나 유명한 식당이길래 이런 풍경이 연출되냐고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이자 2차전지 대장주인 'LG에너지솔루션'의 구내식당 이야기입니다.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 여의도에선 밥값이 곧 금값인데요. 김밥 한 줄의 평균 금액이 4000원대여서 두 줄만 먹어도 1시간 최저임금을 다 쓸 정도입니다. 안 그래도 밥값이 비싼 동네에 고물가 영향까지 겹치면서 여의도 직장인들의 어깨는 점점 움츠러들고 있습니다. 직장인들 커뮤니티에선 여의도 내 외부인 출입이 가능한 구내식당들을 빼곡히 모아 둔 리스트가 공유될 정도죠. 이런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 구내식당은 착한 가격과 공 들인 메뉴 구성으로 같은 빌딩 입주사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하는데요. 추석 연휴를 맞아 삼색 송편이 제공된 25일 직접 서울 여의도동 파크원 타워1의 지하 1층에 위치한 이 회사의 구내식당을 찾았습니다.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에서 개별 기업의 구내식당이 들어서 있는 것은 이 회사가 유일합니다. 이 식당은 현재 위탁 급식업체인 아워홈과 함께 운영 중으로 아직은 회사 직원들에게만 개방되고 있습니다.
메뉴 선택지는 항상 '한식'과 '기타 외식' 등 두 가지입니다. 회사에 따르면 메뉴를 이원화한 건 젊은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함입니다. 회사 전 직원의 무려 80%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라고 합니다. 오므라이스·돈가스·파스타·나시고랭·라멘·마라샹궈·탕후루 등… 실제로 나왔던 음식들 라인업인데요. 신세대의 서구식 입맛을 제대로 겨냥한 걸까요. 항상 한식을 택한 줄보다는 외국음식 줄이 더 길다고 합니다.
물론 밥심으로 사는 기자는 한식을 골랐습니다. 식판 가득 전복내장솥밥과 버섯 육개장, 간장 제육불고기, 오징어젓무말랭이무침을 받아왔습니다. 임박한 추석을 맞아 노란색과 흰색, 녹색 등 삼색 송편도 덤으로 제공됐고요. 솥밥은 해당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여의도 모 식당과 견줘도 손색없었고 다른 반찬들도 맛깔났습니다. 퇴근하고 집에서 종종 맛봤던 정성스런 밥상이 떠올랐습니다. '딸에게 뭐 먹일까'를 매일 고민하는 엄마처럼 고심해서 만든 메뉴임이 분명했습니다.
이날 나온 양식 메뉴는 경양식 단호박무스와 수제 왕돈가스입니다. 크림스프와 탄산음료, 수제 크림치즈마늘빵 등도 같이였죠. 돈가스는 식당별로 맛이 천차만별이어서 걱정했는데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놀랐습니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점심 기준 구내식당의 1인분 단가는 7700원입니다. 이 가운데 직원들의 부담금은 4500원으로 나머지는 회사에서 부담합니다. 다만 회사에서 매달 10만원 규모 식대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짜 식사'인 셈입니다.
직원들도 회사의 '엄마 마음'을 알아주는 걸까요. 인기 맛집들이 두루 입점한 '더현대 서울'과 'IFC 몰'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전체 직원 중 구내식당 이용률이 70%에 육박합니다. 단체급식 업계에서 취합한 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 직원들의 구내식당 이용률은 전국 평균 45~50% 수준입니다. 평균을 훌쩍 웃도는 이용률인 겁니다.
직원들에 직접 물어보니 이 곳 구내식당의 인기 요인은 '싸서'가 아니라 '맛있어서'였습니다. 30대 후반 직원 A씨는 "전 회사에선 구내식당 밥이 물려서 동료들과 주로 밖으로 나가서 사먹었는데 LG엔솔로 이직하고 구내식당만 이용한다"며 "값싸고 맛도 좋아서 굳이 더현대에서 줄 서서 먹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30대 중반의 직원 B씨도 "여의도가 점심시간만 되면 사람들로 바글바글해서 메뉴 고르고 기다리는 것도 일"이라며 "메뉴도 매일 바뀌고 특식도 자주 나와서 이 돈 주고 먹어도 되나 싶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구내식당은 지하 1층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건물 63층에 17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임직원 전용공간이 마련돼 있는데요. 미국 시트콤 '프렌즈' 속 대표 공간인 카페 센트럴 파크를 연상시키는 '엔트럴 파크'가 이 공간의 이름입니다. 푸드트럭들이 마련된 이 곳에선 즉석 간편식과 샐러드·샌드위치 등을 사서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매일 점심 때 여기에서만 간편식 150여개가 팔리는데 권영수 부회장도 즐겨찾는다고 합니다. 권 부회장은 임직원들과의 자리에서 줄곧 "음식이 맛있어야 일할 맛이 난다"고 강조할 만큼 직원들 끼니를 살뜰히 챙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조영광 LG에너지솔루션 업무지원팀장은 "매달 아워홈 담당자들과 우리 본사 구내식당 담당 직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서 메뉴를 개발한다"며 "최근 들어선 '맛집따라잡기 시리즈'를 기획해 유명 맛집을 떠올리는 식사를 제공 중인데 직원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일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전장보다 500원(0.11%) 밀린 47만5500원에 장을 끝냈습니다. 지난 7월 말 62만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이후 글로벌 전기차 성장세 둔화 등의 이유로 가파르게 내리는 중입니다. 지난 두 달간 23% 넘게 밀린 건데요. 40만원대도 붕괴될까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회사 직원들의 만족도만큼 주주들의 만족 수준도 높아지면 좋겠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