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건도 아모레도 中서 고객 만나고 日 정조준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올해 들어 현지 마케팅 행사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아시아 시장 입지 확대에 나서고 있다.28일 업계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최근 일본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은 인디 색조 화장품 브랜드 '힌스(hince)'를 인수했다. 힌스는 ‘세컨 스킨 파운데이션’, ‘트루 디멘션 래디언스밤’ 등 히트 상품을 보유한 색조 화장품 브랜드다. 지난해 매출 218억원 중 절반이 해외에서 발생했고, 특히 대부분이 일본에서 나온 점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 측은 "힌스는 K뷰티 인디 브랜드 대표주자 중 하나로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세계 3위 규모의 일본 화장품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힌스를 인수해 MZ세대 고객 기반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LG생활건강이 일본 시장을 염두에 둔 M&A란 평가가 나온다. 이는 선진 화장품 시장인 일본에서 한국화장품이 K컬처 후광효과와 제품력을 인정 받아 입지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화장품은 지난해 일본 수입 화장품 시장에서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일본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일본의 한국산 화장품(향수와 샴푸 포함) 수입액은 775억엔으로 30년 가까이 1위를 차지한 프랑스산(764억엔)을 제쳤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일본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라네즈에 이어 올해 에스트라, 헤라 등 주요 브랜드의 일본 시장 진출을 이어왔다. 특히 블랙핑크의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색조 제품을 홍보하고 있는 헤라의 진출로 추가 성장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일본과 함께 최대 화장품 수출국이던 중국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노력도 한창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달 30일 4년 만에 중국 상하이에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더후) 홍보행사를 열었다. LG생활건강이 중국에서 대규모 브랜드 홍보 행사를 개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더후는 중국에서 더후 내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제품인 '천기단'을 13년 만에 리뉴얼하며 중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대표 제품인 천기단 리뉴얼을 계기로 중국 고객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코로나19 영향으로 다소 침체된 뷰티 사업의 반전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역시 중국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행사에 돌입했다. 지난달 라네즈, 이니스프리에 이어 아모레퍼시픽 대표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가 현지 행사에 나섰다.
설화수는 이달 중순 하이엔드 라인인 '진설' 라인 출시를 기념하는 글로벌 출시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는 설화수 글로벌 앰버서더인 틸다 스윈튼과 중국 앰버서더인 배우 바이징팅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설화수가 현지에서 행사를 연 것은 2021년 5월 이후 2년여 만이다.
설화수에 앞서 지난달 이니스프리는 브랜드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팝업 매장을 열었고, 라네즈는 세븐틴 멤버 디에잇을 엠버서더로 기용하고 팬들과의 만남 행사를 진행했다.
양사가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아 최대 해외시장인 중국에 재차 힘을 쏟고 나선 분위기다. 그동안 실적 부진의 주 요인이 최대 해외 시장이던 중국 시장의 더딘 회복이었던 만큼 재차 힘을 쏟고 나선 모습이다.
양사는 한한령과 코로나19 장기화 후 해외시장 다변화 노력을 쏟아 미국 등에서 선전했지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중국의 공백을 메우기는 역부족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그룹과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20% 수준이다.
실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이달 초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공략을 강조한 바 있다. 서 회장은 “북미, 유럽 등 잠재력과 성장성이 높은 신규 시장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도전을 지속해야 한다"며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중국 시장에서의 재도약도 반드시 이뤄내자"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K뷰티 대표기업의 실적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LG생활건강의 올해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각각 0.5%, 22.5% 감소한 3조4914억원, 3038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0.9%, 41.8% 줄어든 2조399억원, 934억원으로 집계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중국 현지에서 자국산을 선호하는 ‘궈차오’(國潮·애국소비) 트렌드와 더딘 경기 회복으로 인한 중저가 선호 현상을 걸림돌로 꼽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35억42만달러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동남아시아와 미국 지역이 약진했지만 중화권은 부진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홍콩 지역 수출액이 18% 감소했다. 태국(수출액 증가율 36%), 베트남(42%), 미국(26%) 등 비(非) 중국이 상쇄했다"고 진단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