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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의 자문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사업주는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09조 제1항에서는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 유일한 형사처벌 조항입니다. 신고에 대한 조사 의무 위반, 적절한 조치 불이행 등은 모두 과태료 500만원 이하이지만 유독 '신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업주의 조치가 불리한 처우로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의 조항과 거의 동일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위반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이 있는데 하급심 법원에서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해당 판결은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불리한 처우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라는 취지의 판결(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이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피해자 보호가 가장 우선이 되는 가치이긴 하지만 이러한 판결이 가져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나 관리자를 압박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S사는 지방의 조그만 회사인데, 2020년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임원 A가 영입되었다. 임원 A는 횡령 사고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체계 수립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과 마찰이 생겼고, 급기야 직원 B가 A로부터 폭언 등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이어진 회사의 조사 결과 폭언 사용이 인정되어 A는 경징계를 받았다. A는 징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횡령 사건 관련 처리를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번에는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A가 아닌)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회사는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노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조사 결과 B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여러 가지 비위 사실이 있다고 보고되었고, 회사는 인사 규정상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B를 징계해고했다. 그러자 B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는 보복성 징계로 보인다는 사정이 고려됐다. 해당 사안에 대해 박 변호사는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문제 되지 않았다면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해도 문제없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이슈가 되자 징계양정이 과다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그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이 피해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징계받은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에 따른 불리한 처우라고 주장을 하면 일단 사업주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여기에 더해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의 일부 하급심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으로 피해자를 자처하는 근로자들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박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서는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인사 처분을 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신중한 업무처리가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지난 8월 청주지방법원에서는 기업의 인사 노무 담당자들이 크게 환영할 만한 판결이 하나 나왔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근로자를 다른 부서에 배치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신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처우'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기업 인사 노무 담당자들이 골머리를 싸매온 이슈 중 하나입니다. 청주지법도 해당 판결에 대해 "직장에서 근로자를 기존과 다른 부서로 배치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정당한 이유를 갖추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항상 문제가 되는데, 특히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근로자에 대한 것이라면 그 신고에 대한 '불리한 처우'로서 근로기준법이 금지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지 문제가 된다"며 "해당 사건은 이를 판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로서 참조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에게 사업주는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109조 제1항에서는 이를 위반한 자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 유일한 형사처벌 조항입니다. 신고에 대한 조사 의무 위반, 적절한 조치 불이행 등은 모두 과태료 500만원 이하이지만 유독 '신고를 이유로 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만 따져 부작용 생기기도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업주의 조치가 불리한 처우로서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 명시적으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없습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의 조항과 거의 동일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6항 위반 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결( 2017. 12. 22. 선고 2016다202947)이 있는데 하급심 법원에서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해당 판결은
△불리한 조치가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 등과 근접한 시기에 있었는지 △불리한 조치를 한 경위와 과정 △불리한 조치를 하면서 사업주가 내세운 사유가 피해근로자 등의 문제 제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인지 △피해근로자 등의 행위로 인한 타인의 권리나 이익 침해 정도와 불리한 조치로 피해근로자 등이 입은 불이익 정도 △불리한 조치가 종전 관행이나 동종 사안과 비교해 이례적이거나 차별적인 취급인지 여부 △불리한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 등이 구제신청 등을 한 경우에는 그 경과 등을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습니다. 한편 이러한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최근 하급심 판결 중에는 불리한 처우 여부에 대한 판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라는 취지의 판결(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2021. 4. 6 선고 2020고단245)이 있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피해자 보호가 가장 우선이 되는 가치이긴 하지만 이러한 판결이 가져오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징계 수위를 낮추기 위해, 또는 마음에 들지 않는 상사나 관리자를 압박하기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정당한 사유 있다면 불리한 처분 아냐”
박진홍 변호사가 소개하는 사례입니다.#S사는 지방의 조그만 회사인데, 2020년 횡령 사고가 발생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임원 A가 영입되었다. 임원 A는 횡령 사고의 책임 소재를 확인하고 사고 발생 방지를 위한 체계 수립 업무를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존 임직원들과 마찰이 생겼고, 급기야 직원 B가 A로부터 폭언 등으로 인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한다. 그리고 이어진 회사의 조사 결과 폭언 사용이 인정되어 A는 경징계를 받았다. A는 징계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횡령 사건 관련 처리를 마무리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번에는 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A가 아닌) B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회사는 공정성 시비를 우려해 노무법인에 조사를 의뢰했는데, 조사 결과 B에 대해서는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여러 가지 비위 사실이 있다고 보고되었고, 회사는 인사 규정상 징계양정 기준에 따라 B를 징계해고했다. 그러자 B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것에 대한 보복성 해고라면서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징계양정이 과다하여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러한 판단에는 보복성 징계로 보인다는 사정이 고려됐다. 해당 사안에 대해 박 변호사는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문제 되지 않았다면 징계양정이 적정하다고 해도 문제없는 사안"이라며 "그럼에도 보복성 징계인지 여부가 이슈가 되자 징계양정이 과다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 그러한 사정이 고려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대법원 판례에서 보듯이 피해자 등에 대한 조치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와 무관하거나 별도의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불리한 처우에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징계받은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등에 따른 불리한 처우라고 주장을 하면 일단 사업주에게 불순한 의도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여기에 더해 피해자의 주관적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취지의 일부 하급심 판결과 노동위원회의 판정으로 피해자를 자처하는 근로자들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박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와 관련해서는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인사 처분을 할 때 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신중한 업무처리가 되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