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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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을 사용하는 사람이 줄면서 한국은행의 추석 무렵 현금 공급액이 4조원 밑으로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이후 15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섰다. 추석은 상대적으로 현금이 많이 쓰이는 기간이지만 카드, 간편결제와 송금 등 현금 없이 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27일 한은이 발표한 '추석 전 화폐공급 실적'에 따르면 추석 연휴 10영업일 전인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한은이 금융기관에 공급한 화폐는 총 3조8468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4조1824억원에서 3338억원(8.0%) 감소했다.

화폐 공급액은 한은의 화폐 발행액과 환수액을 뺀 금액으로 계산된다. 올해 한은은 추석 연휴 전 10영업일간 4조995억원의 화폐를 발행해 공급했고, 같은 기간 2509억원어치를 환수했다.

한은의 추석 전 현금 공급액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20년 5조678억원에서 2021년 4조8061억원으로 감소해 5조원대가 깨진 후 2년만에 4조원대까지 무너졌다. 추석 전 현금 공급액이 4조원 아래였던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8년 3조1827억원 이후 처음이다.
자동화금고 도입 이전 설 명절 자금 방출 작업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자동화금고 도입 이전 설 명절 자금 방출 작업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추석은 통상 현금 수요가 많은 명절로 꼽힌다. 가족들에게 줄 용돈과 연휴 전 직원 상여금 및 거래대금 등을 지급하는 데 현금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현금 사용이 전체적으로 줄면서 추석에도 이같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추석 연휴 기간이 작년 4일에서 올해 6일로 늘어났음에도 비현금지급수단 이용이 확대되면서 화폐수요가 둔화해 발행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화폐 발행잔액 중에서는 5만원권 비중이 커졌다. 용돈, 축의금 등 현금지출을 할 때 주로 5만원권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기준 전체 화폐발행잔액은 176조8000억원이었는데 이중 5만원권이 155조7000억원으로 88.1%를 차지했다. 7월말 87.9%에서 소폭 비중이 증가하며 처음으로 88%대를 넘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