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경영진 줄사퇴 등 이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돈세탁과 증권 관련 법률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의 표적이 된 바이낸스가 위기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바이낸스와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고객을 상대로 암호화폐 거래량을 속였다는 이유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피소됐다. 이후엔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도 받게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3개월 사이에 미국 법인 CEO와 최고법무책임자 등 바이낸스 경영진 10여명이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의 줄사퇴 배경에는 자오 CEO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내부 갈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법인 경영진은 미국 당국의 표적이 된 자오 CEO가 회사를 위해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자오 CEO 본인은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자택에 머무르고 있다.

바이낸스의 경영 실적도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바이낸스는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의 70%를 차지했지만, 현재 점유율은 50% 선으로 위축됐다. 20%대까지 치솟았던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최근 5%까지 급락했다. 이에 바이낸스는 비용 절감과 수익감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에만 1500명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바이낸스 공동 창업자 이허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최근 직원들에게 "우리가 마주한 모든 도전이 생사의 갈림길"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서도 바이낸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WSJ는 "일부 금융업체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바이낸스에 맡긴 자산을 신속하게 인출하는 연습까지 시행했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