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금쪽이'였던 유도 김민종의 눈물…"부모님께 죄송"

말썽꾸러기 아들에서 자랑이 된 김민종…부모님 떠올리며 눈물
"매일 고기 구워주셨는데…파리 올림픽에선 기쁨의 눈물 흘릴 것"

유도 최중량급 간판 김민종(23·양평군청)은 어렸을 때 장난꾸러기로 유명했다.

또래 친구들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체격이 우람한 데다 타고난 에너지가 넘쳐나 부모님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김민종이 유도를 배운 건 초등학교 4학년 때다.

축산시장으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은 '금쪽이' 김민종에게 에너지를 체육관에서 발산하라며 자택 인근 동네 유도장으로 이끌었다.

김민종은 과거 인터뷰에서 "내가 얼마나 속을 썩였으면 유도장에 데리고 가셨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김민종은 순식간에 동네 체육관을 휩쓸었다.

또래보다 큰 체격조건에 엄청난 힘을 가진 김민종은 초등학교 고학년 형들까지 손쉽게 제압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휩쓸었다.

말썽꾸러기였던 아들이 하루가 멀다고 메달을 가져오자 부모님은 반색했다.

김민종은 부모님의 자랑거리가 됐다.

부모님은 바쁜 정육점 일을 하면서도 아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김민종은 "아침저녁으로 좋은 부위의 고기만 골라서 구워주셨다"라며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신 부모님 덕분에 잘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김민종은 무럭무럭 자랐다.

보성고 3학년 때인 2008년 12월엔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엄청난 괴력의 김민종은 세계무대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뒤 불과 1년 만인 2019년 국제유도연맹(IJF)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 이상급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최중량급인 남자 100㎏ 이상급은 체격 조건이 좋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는 점에서 김민종의 선전은 더 의미 있었다.

김민종은 고된 훈련을 할 때마다 부모님의 헌신을 생각하며 버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온 세상을 휩쓸었을 때도 부모님의 존재는 김민종에게 큰 힘이 됐다.

코로나19로 모든 훈련장이 문을 닫자 김민종은 부모님을 도와 정육점 돼지고기를 나르는 일로 훈련을 대신했다.

선수 생활로 인해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할 때가 많았던 김민종에겐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김민종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과를 낼 때마다 부모님께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16강에서 탈락해 메달 획득에 실패했을 때도 그는 부모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당시 김민종은 "아쉽게 패했지만, 다음엔 꼭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서 부모님께 금메달을 걸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김민종이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무대였다.

아시아 최고의 선수로 성장한 김민종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혔다.

주변의 기대는 컸다.

김민종의 부친도 바쁜 생업을 뒤로하고 항저우 현지로 와서 아들을 응원했다.

지나친 기대 때문이었을까.

김민종은 26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린푸 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부 100㎏급에서 결승 진출에 실패해 동메달에서 멈췄다.

경기 후 만난 김민종은 담담하게 답변을 이어가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준결승에서 패한 뒤 잠시 아버지를 뵀는데, 결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더라"라며 "매우 죄송했다"고 했다.

이어 "내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에선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효자 선수 김민종은 가족을 위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