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메달. © Nobel Prize Outreach. (사진: Clément Morin)
노벨상 메달. © Nobel Prize Outreach. (사진: Clément Morin)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추석 연휴 직후인 다음달 5일 오후 8시(현지 시간 오후 1시)께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발표한다.

'50년 기밀' 후보 어떻게 아나

출판계는 이맘때쯤 올해의 수상자를 가늠하느라 여념이 없다. 수상자가 발표되는 순간 노벨문학상 특수를 위한 대대적 마케팅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상 작가의 책을 확보해놓은 출판사는 발표 즉시 "2023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고 적힌 띠지를 제작해 책에 씌운다. 국내 소개되지 않은 작가가 수상하면 판권 확보 경쟁에 불이 붙는다. 발표 전부터 '2023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라며 마케팅을 펼치기도 한다.

그런데 노벨위원회는 후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역대 수상자나 학계 등에서 취합한 추천 내역은 50년간 기밀로 유지한다. 그런데 출판사들은 무슨 근거로 '유력 후보'란 딱지를 붙일까.

출판계에서 참고하는 건 뜻밖에도 도박 사이트다. 온라인 도박사이트들에서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맞추는 판이 열리기 때문이다.

정확도는 꽤 높은 편이다. 영국 도박 사이트 '레드브룩스'가 2006년 오르한 파묵을 정확히 맞추면서 도박 사이트들이 노벨문학상 가늠자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작년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는 또 다른 도박 사이트 '나이서 오즈'에서 베팅 3위였다. '돈만큼 정확한 게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출판사 편집자는 "노벨문학상은 대개 성별, 대륙 안배 등을 고려해 수상자를 결정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그러다 보니 '최근 유럽 출신이 계속 상을 받았으니 아프리카나 아시아 출신이 받을 때가 됐다'는 식으로 후보 추측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 유력 후보는

올해 유력 후보로는 누가 지목됐을까. 현재 나이서 오즈에서 베팅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중국 소설가 찬쉐(본명 '덩샤오화')다. 그녀는 초현실적인 작품 설정, 그러나 사실적인 인물 및 감정 묘사로 인해 '중국의 카프카'로 불린다.
소설가 찬쉐. 부커재단 제공, 첸 샤오젠 촬영
소설가 찬쉐. 부커재단 제공, 첸 샤오젠 촬영
예상이 적중한다면 그녀는 노벨문학상을 받는 역대 두 번째 중국인 작가이자 최초의 중국 여성이 된다. 국내 출간된 책으로는 <황니가>(열린책들) <마지막 연인>(은행나무) <오향거리>(문학동네)가 있다.

뒤이어 노르웨이 소설가 욘 포세, 국내 아직 소개된 적 없는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낸 등이 거론된다. 매년 후보로 언급되는 시인이자 번역가 앤 카슨, 미국 소설가 토마스 핀천, 케냐 출신으로 박경리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등도 후보군에 들었다.

'칠레의 시성' 네루다도 23수를 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상을 받는 건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예다. 상 제정 취지부터가 "이상적 방향으로 문학 분야에 뛰어난 기여를 한 사람에게" 수여한다. 1901년 노벨상 제정 이후 문학상은 지난해까지 총 114차례, 119명이 받았다.

노벨문학상이 얼마나 받기 힘든 상인지는 칠레의 전설적 시인 파블로 네루다(1904~1973)를 보면 알 수 있다.

후보 추천 내역이 50년간 기밀로 유지된다는 건 50년 뒤에는 누가 어떤 후보를 추천했는지 공개된다는 뜻이다. 1971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네루다의 이름을 노벨위원회 아카이브에서 검색해보면 그가 1956년부터 23번이나 추천된 끝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해에 네루다를 추천한 인물은 앙리 모리스 페이어 예일대 불문학 교수, 그리고 조세핀 루이스 마일스 캘리포니아대 영문학 교수였다. 네루다는 수상 2년 뒤인 1973년 세상을 떠났다.

<데미안>을 쓴 헤르만 헤세는 토마스 만을 비롯해 8차례 추천을 받은 끝에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이후 헤세는 노벨위원회에 교회·인간·국가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펼친 독일 소설가 게르트루트 폰 르포르, 이스라엘 철학자 마틴 부버를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했지만 수상에 이르지 못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