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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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수원시에 사는 윤모씨는 2017년 12월 이자율을 낮춰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사기꾼에게 속아 제3금융권에서 대출받은 2000만원을 입금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지만 이미 늦어 500만원만 되찾았다.

나머지 1500만원은 코인으로 세탁돼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난 11일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는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 심지어 윤씨에게 돌아온 돈은 애초에 사기당한 금액의 두 배가 넘는 3100만원이었다. 5년간 코인으로 '동결'되면서 피해금도 불어난 것이다.

윤씨는 "돈을 돌려주겠다는 전화마저 또 다른 보이스피싱일까봐 수사관을 직접 만날 때까지 잠도 제대로 못 잤다"며 "전화를 받은 다음 날이 생일이라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가상자산거래소에 묶여 있던 범죄 피해금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고 있다. 경찰이 파악한 미환급 전화사기 피해금은 현금 27억9000만원과 94억4000만원어치 코인 등 122억3000만원 상당이다.

보이스피싱 조직이 돈세탁과 해외 반출을 위해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면 돈을 되찾기가 쉽지 않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규정상 금융회사가 아니라 피해자 정보를 주고받지 못하고 거래소로 흘러 들어간 피해금은 대개 여러 은행을 거치면서 돈세탁이 끝난 경우가 많아서다.

경찰은 올해 4월부터 보이스피싱에 사용된 은행 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피해자 503명을 확인하고 구제에 나섰다. 경찰은 이들 피해자 정보를 가상자산거래소 5곳에 전달했다. 지난 22일까지 피해자 100명이 약 40억원을 돌려받았다. 나머지 403명에게도 피해금을 조속히 환급할 계획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