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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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문제에 도전하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성과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기술론 어렵다고 생각했던 바늘없는 혈당측정, 만성 통증 치료 등을 가능하게 한 업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외에도 '세계 최초' 기술을 개발 중인 곳 있다. 회사들은 이를 통해 환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성장의 기점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지니고 있다.

침으로 혈당 측정 가능해졌다5년 내 웨어러블 혈당측정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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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 당뇨병. 특히 혈당 측정을 통해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대부분의 당뇨인들은 손끝을 바늘로 찌르고, 피를 내 혈당을 측정한다. 환자들은 채혈과정을 번거로워 하거나, 심리적 저항감 때문에 혈당 측정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국내 반도체 전문기업 동운아나텍은 번거로움을 줄이고자 채혈이 필요 없는 '타액 당측정기'를 개발했다. 반도체 기술을 통해 침 속에 있는 여러 이물질 속에서 포도당만 검출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타액 수집기를 입에 20초가량 물고 침을 모아서 기계에 몇방울 떨어뜨리기만 하면 몸속 당 수치를 알려준다.

서울성모병원에서 2차 탐색임상을 진행한 결과, 정확도는 92.5%를 기록했다. 기존 자가혈당측정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본 임상을 앞두고 있으며, 아직은 공복 혈당을 측정하는 데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 업체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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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없는(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CGM)을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실시간으로 혈당 측정이 가능해 혈당이 급속도로 높아지거나, 저혈당 쇼크 현상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피부 아래 센서를 찔러 넣는 방식으로, 피부에 염증이 날 수 있다. 2주에 한번 센서도 교체해야 해서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가기도 한다.

국내 스타트업 아폴론은 라만분광법을 이용한 비침습 웨어러블 연속혈당측정기를 개발 중에 있다. 해당 기술의 동물실험 결과, 오차율(MARD)은 최소 6.6% 수준이었다. 이는 침습형 CGM의 오차율(8~10%) 보다 우수하다.

혈당측정기의 크기를 가로 세로 5㎝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소형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스마트워치 크기까지 다가온 셈이다. 업체는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와 함께 2년간 소규모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시장 출시까지는 약 5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치료방법 없던 만성통증'색전재'가 구원투수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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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기준 근골격계 통증에 쓰인 국내 요양급여비용 총액은 약 2조 4323억 원으로, 국내 병·의원 급여처리 질병군 중 가장 큰 금액이다. 다만 아직 통증을 완화하는 여러 요법이 있을 뿐, 통증을 없애는 치료는 없다.

국내서 유일하게 '치료용 색전재'와 '의료용 접합제'를 만들고 있는 엔게인은 세계 최초 통증 치료용 색전재 'K입자'를 선보였다. K입자는 근본적인 통증을 소멸시키기 위한 색전재다. 비정상적인 말초동맥이 생기며 만성통증을 일으키는데, 신생혈관에 색전물질을 주입해 혈관을 없애는 원리다.

색전재는 생분해성으로, 24시간 안에 혈관 안에서 녹아 없어진다. 현재 올해 상반기 식약처 허가를 받고, 현재는 신의료기기 허가보완을 마무리하기 위해 추가 임상시험과 논문 작업을 진행 중이다. 빠르면 내년 말 시장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방사선 피폭 줄이는 'AI 심혈관중재시술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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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이다. 심혈관이 좁아져 혈류에 문제가 생기면 해당 병변부에 스텐트를 심어 혈관을 넓히는 '심혈관 중재술'을 해야 한다. 비교적 안전한 시술이지만, 시술 내내 엑스레이를 이용해야 해서 환자와 의료진이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단점이 있다.

국내 1호 심혈관중재시술 로봇 제조업체 '엘엔로보틱스'는 시술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AI 심혈관 중재시술 로봇'을 개발 중이다. 심혈관에 삽입한 가이드와이어가 직접 병변부를 찾아 들어가는 기술이다. 기존 시술에서 가장 큰 장애물로 여겨졌던 혈관 분지에서 다음 혈관으로 찾아나가는 과정도 자동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시술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져 환자의 방사선 피폭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시술 중 혈관 벽을 찌르는 경우도 적어져, 조직 손상의 가능성도 낮아진다. 해당 기술은 카이스트 연구진과 함께 개발 중에 있으며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봄에는 공개될 전망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