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최고층 빌딩엔 일본産…최대 재건축 단지엔 한국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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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특집] 엘리베이터 이야기
1년 중 가장 풍성하다는 추석입니다. 과거엔 고향집이라면 떠오르는 풍경이 있을 겁니다. 마당에 들어서면 확실하지 않은 품종의 강아지가 꼬리를 치고, 단층이나 2층으로 된 집에 들어가는 풍경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 아파트에 삽니다.
실제로 지난 7월 통계청이 내놓은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52.4%로 절반을 넘으며 전체 주택 유형 중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파트의 비율은 2015년 48.1%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35.3%에서 29%로 30% 아래로 주저 앉았습니다.
고향집도 마찬가집니다. 부산은 전체 145만 가구 중 84만가구가 아파트고, 대구는 101만가구 중 59만가구, 광주는 62만가구 중 42만가구, 대전은 64만가구 중 37만가구가 아파트였습니다. 세종은 15만가구 중 12만가구가 아파트여서 아파트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아파트엔 필수적인 게 있습니다. 요즘은 오피스텔 빌라 등에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입니다. 추석 연휴를 맞이해 평소엔 관심이 없고, 기사도 잘 나오지 않는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도 엘리베이터 회사들이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39%의 점유율로 1위 기업이고, 뒤를 이어 TKE(22%) 오티스(10%) 미쓰비시(4%)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중국 회사들이 많습니다. TKE는 티센크루프란 회사로 독일 회사로 동양에레베이터를 합병한 회사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엘리베이터는 대개 위 4개 회사들이 만든 겁니다. 아파트와 회사, 학교, 쇼핑몰, 전철, 병원, 공항 등 안 놓여있는 데가 없습니다. 고향에 가시는 분들도 오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거고, 해외로 가시는 분들도 이용했을 겁니다.
이런 엘리베이터 시장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단 최근에 발생한 얘기부터 시작해봅니다. 얼마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의 엘리베이터 수주전이 있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1979년 지어진 145개동 5층/10층 짜리의 5930가구를 85개동 1만2032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입니다. 둔촌주공이란 단지 이름은 사라지고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 아파트의 층수는 지하3층부터 35층입니다. 35층짜리 85개동의 아파트에 들어갈 엘리베이터는 총 364대나 됩니다. 이 중 1~3단지의 256대를 현대엘리베이터가 수주했고, 4단지(108대)는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가져 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상가 등에 설치될 에스컬레이터 58대도 모두 수주했습니다. 단군이래 가장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서 거둔 승리 치고는 금액은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 수주로 계약한 금액은 434억원입니다. 금액은 작지만, 이 회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였습니다. 그 전 최대 수주는 2021년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에서 받은 305억원입니다. 엘리베이터 247대와 에스컬레이터 2대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롯데월드타워입니다. 지금 고향에 가시면서 운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63빌딩을 떠올리실텐데 바뀐 지 한참 됐습니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이나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안정성이나 속도 등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해당 타워동에선 일본의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32대, 오티스가 29대를 각각 가져갔습니다. 오티스는 한국법인이 아니라 일본법인이 수주했습니다. 롯데호텔이나 롯데아파트 등에도 일본 엘리베이터가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쇼핑몰에 들어간 60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주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0년 1분에 1260m를 이동할 수 있는 초고속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1초에 21m(6층 높이)를 올라갈 수 있는 셈인데, 로프를 금속이 아닌 탄소섬유벨트 타입으로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본 히타치가 제작해 중국 광저우의 CFT파이낸스센터에 설치돼 있는 엘리베이터도 현대와 같은 분당 1260m를 이동할 수 있지만, 금속 로프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아쉬워하는 역사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꾼 전국경제인협회의 본관인 여의도 전경련 건물의 엘리베이터 수주전에서 TKE가 승리한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라는 상징성에, 과거 전경련 빌딩을 지을 때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통해 건물을 지었는데, 수주전에서 외국 회사가 된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전경련에서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3~17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이 건물엔 37대의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등)는 총 83만1208대입니다. 엘리베이터가 78만6975대로 가장 많고,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휠체어리프트 등의 순입니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가 만든 지난 8월 기준입니다. 이 숫자는 전세계 3위 규모입니다. 1위는 당연히 중국이고 2위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입니다. 인구 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아파트가 많지 않아서 전체적인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현재는 일본이 아닌 중국 회사들의 침략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 시작은 에스컬레이터이며,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거의 전부가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한 엘리베이터 회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승강기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가 인수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겼다"며 "중국에서 싼 인건비로 만들어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저가 입찰을 하니 국내 회사들이 밀리는 형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추석연휴에 한국 승강기 회사들의 건투도 빌어봅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실제로 지난 7월 통계청이 내놓은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에서 아파트에 거주하는 가구는 52.4%로 절반을 넘으며 전체 주택 유형 중에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파트의 비율은 2015년 48.1%에서 꾸준히 높아지고 있고, 단독주택은 같은 기간 35.3%에서 29%로 30% 아래로 주저 앉았습니다.
고향집도 마찬가집니다. 부산은 전체 145만 가구 중 84만가구가 아파트고, 대구는 101만가구 중 59만가구, 광주는 62만가구 중 42만가구, 대전은 64만가구 중 37만가구가 아파트였습니다. 세종은 15만가구 중 12만가구가 아파트여서 아파트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아파트엔 필수적인 게 있습니다. 요즘은 오피스텔 빌라 등에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입니다. 추석 연휴를 맞이해 평소엔 관심이 없고, 기사도 잘 나오지 않는 엘리베이터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한국에도 엘리베이터 회사들이 있습니다. 현대그룹의 현대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떠오를 겁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서 39%의 점유율로 1위 기업이고, 뒤를 이어 TKE(22%) 오티스(10%) 미쓰비시(4%) 등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중국 회사들이 많습니다. TKE는 티센크루프란 회사로 독일 회사로 동양에레베이터를 합병한 회사입니다.
우리가 매일 쓰는 엘리베이터는 대개 위 4개 회사들이 만든 겁니다. 아파트와 회사, 학교, 쇼핑몰, 전철, 병원, 공항 등 안 놓여있는 데가 없습니다. 고향에 가시는 분들도 오늘 엘리베이터를 이용했을 거고, 해외로 가시는 분들도 이용했을 겁니다.
이런 엘리베이터 시장에서도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일단 최근에 발생한 얘기부터 시작해봅니다. 얼마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의 엘리베이터 수주전이 있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1979년 지어진 145개동 5층/10층 짜리의 5930가구를 85개동 1만2032가구로 탈바꿈하는 사업입니다. 둔촌주공이란 단지 이름은 사라지고 아파트가 새로 지어지면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 아파트의 층수는 지하3층부터 35층입니다. 35층짜리 85개동의 아파트에 들어갈 엘리베이터는 총 364대나 됩니다. 이 중 1~3단지의 256대를 현대엘리베이터가 수주했고, 4단지(108대)는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가져 갔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상가 등에 설치될 에스컬레이터 58대도 모두 수주했습니다. 단군이래 가장 대규모 재건축 사업에서 거둔 승리 치고는 금액은 놀랄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 수주로 계약한 금액은 434억원입니다. 금액은 작지만, 이 회사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수주였습니다. 그 전 최대 수주는 2021년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에서 받은 305억원입니다. 엘리베이터 247대와 에스컬레이터 2대였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롯데월드타워입니다. 지금 고향에 가시면서 운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63빌딩을 떠올리실텐데 바뀐 지 한참 됐습니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이나 되기 때문에 엘리베이터의 안정성이나 속도 등이 우선시돼야 합니다. 해당 타워동에선 일본의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32대, 오티스가 29대를 각각 가져갔습니다. 오티스는 한국법인이 아니라 일본법인이 수주했습니다. 롯데호텔이나 롯데아파트 등에도 일본 엘리베이터가 많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쇼핑몰에 들어간 60대의 엘리베이터를 수주했습니다. 이 회사는 2020년 1분에 1260m를 이동할 수 있는 초고속 기술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1초에 21m(6층 높이)를 올라갈 수 있는 셈인데, 로프를 금속이 아닌 탄소섬유벨트 타입으로 만들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었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일본 히타치가 제작해 중국 광저우의 CFT파이낸스센터에 설치돼 있는 엘리베이터도 현대와 같은 분당 1260m를 이동할 수 있지만, 금속 로프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아쉬워하는 역사도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꾼 전국경제인협회의 본관인 여의도 전경련 건물의 엘리베이터 수주전에서 TKE가 승리한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경제단체라는 상징성에, 과거 전경련 빌딩을 지을 때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대건설을 통해 건물을 지었는데, 수주전에서 외국 회사가 된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은 전경련에서 1977년부터 1987년까지 13~17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이 건물엔 37대의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 설치된 승강기(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등)는 총 83만1208대입니다. 엘리베이터가 78만6975대로 가장 많고,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휠체어리프트 등의 순입니다. 국가승강기정보센터가 만든 지난 8월 기준입니다. 이 숫자는 전세계 3위 규모입니다. 1위는 당연히 중국이고 2위는 미국이 아니라 인도입니다. 인구 순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아파트가 많지 않아서 전체적인 규모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현재는 일본이 아닌 중국 회사들의 침략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도 있습니다. 그 시작은 에스컬레이터이며, 현재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는 거의 전부가 중국산이라고 합니다. 한 엘리베이터 회사 관계자는 "국내 주요 승강기 회사들이 외국계 회사가 인수해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옮겼다"며 "중국에서 싼 인건비로 만들어 30% 가량 낮은 가격으로 저가 입찰을 하니 국내 회사들이 밀리는 형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추석연휴에 한국 승강기 회사들의 건투도 빌어봅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