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 스타라 좋아"…송강호·오정세·임수정과 나란히 선 정수정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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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거미집' 한유림 역 배우 정수정
"김지운 감독님의 작품이라 너무 하고 싶었고,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땐 어떤 역할인지 듣지 못했어요. 그래도 바로 유림이를 제가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라이징 스타라는 설정도 너무 좋았어요. 70년대, 떠오르는 스타가 되고 싶었어요.(웃음)"
영화 '거미집'으로 상업 영화에 데뷔한 정수정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타고난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었던 정수정이었다. 돋보이는 외모뿐 아니라 춤과 노래까지 그룹 f(x)로 데뷔한 직후부터 무결점 멤버로 꼽혔다. 그런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이 됐다. 무대 위에서는 '얼음공주'라고 불릴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MBC '볼수록 애교만점'을 시작으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상속자들', '내간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을 거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OCN '플레이어', '써치', KBS 2TV '경찰수업', '크레이지 러브'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에서의 모습은 더욱더 파격적이었다.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었던 '애비규환'에서는 화려함을 모두 벗어던지고 연하의 남자친구와 불꽃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된 대학생 토일 역을 맡아 놀라움을 안겼다.
정수정의 파격은 '거미집'에서도 이어진다. '거미집'은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추가 촬영을 강행하면서 벌어지는 혼란과 소동을 담은 작품이다. 정수정이 연기한 한유림은 "하루면 된다"는 조감독의 거짓말에 속아 촬영장에 왔지만,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 '거미집'에서는 사장과 바람이 나고, 현실에서도 스캔들만 풍성하다는 설정이다. 극 중 유림은 마냥 착하고 예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정수정의 연기로 미워할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정수정은 "어떻게 해야 얄밉지 않을까 고민했고, 그런 지점들을 촬영하면서도 계속 논의했다"며 "표정도 많이 쓰고, 너무 짜증 내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유림이는 원래 그런 애고, 일도 열심히 하는 애라 그렇다'고 해주셔서 더 그렇게 연기한 거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의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거미집'을 촬영할 때면 배우들은 그 당시 특유의 다소 과장된 말투와 제스처를 쓴다. 정수정은 "대본에 그 장면을 보고도 제가 그 말투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독님이 극 중 상대역이었던 오정세 오빠 말투로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고 감을 잡았다"면서 웃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정수정은 '거미집'에서 고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는 평이다. 정수정은 "흑백영화에 출연하는 게 쉽고 흔한 기회가 아니다"며 "그런데 저는 1970년대 속 제 모습과 흑백영화 속 제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흑백 영화 부분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보였다.
특히 촬영하는 내내 "핼러윈 느낌이었다"며 분장과 분위기를 즐겼다는 정수정은 "70년대로 뚝 떨어진 느낌이었고, 화장도 현대적으로 하면 '생얼'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서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를 비롯해 박정수, 임수정, 오정세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정수정은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힘든 줄도 몰랐다"며 웃었다. 이들이 "정수정은 주눅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 것에 대해서도 "주눅들 일이 없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는 정수정의 밝고 긍정적인 부분과도 통한다. '거미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플랑세캉스' 장면은 영화에서 한 번에 촬영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며칠에 걸쳐 공을 들여 찍었다. 극 중 유림이 비에 맞았다는 설정 때문에 정수정은 며칠이나 촬영 내내 물에 젖어 있어야 했지만, 김지운 감독 본인이 인정한 '집요함'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며 "감독님이라면 작품을 위해 다 그렇게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당연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전여빈과 뺨을 때리고, 머리도 쥐어뜯는 육탄전을 찍기 전 실전 같은 리허설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상황에서도 "너무 재밌었다"며 "촬영할 땐 고양이처럼 치고받고 싸우고, 다 찍은 후엔 '괜찮냐?'면서 물어보며 안아줬다"고 전했다.
몇몇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과거 가수 경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수정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됐다"며 "가수 활동도 언젠가는 할 것"이라고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고,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저는 가수 활동이 저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병행하는 분들도 워낙 많고, 편견도 없어진 시대 같아요. 저도 둘 다 다 잘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하고요. 연기와 노래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확실히 도움은 돼요. 아이돌을 할 때 팀으로 활동하면서 저 혼자가 아닌, 함께 작업하는 부분들을 배웠고요. 춤추는 건 액션에 도움이 됐고요."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이돌 활동 덕에 기회를 얻은 지점이 있다고 전했다. "제가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큰 회사 소속 아이돌이라 오디션 제안이 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의로 시작한 연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모아 작품을 위해 쏟아붓는 그런 경험들이 새로웠다"며 "재밌지만 할수록 어려워 고민이 많았던 즈음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나 선배 배우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받고, 배웠다"고 전했다.
"지금도 계속 연기를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꼭 주인공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어느 작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것, 해내고 싶은 것들 위주로 하고 싶어요. 분량보다는 임팩트가 있는 역할에 더 욕심이 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차근차근하다 보니 운이 좋게도 김지운 감독님이 '거미집'에도 캐스팅해주신 거 같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영화 '거미집'으로 상업 영화에 데뷔한 정수정이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였다.
"타고난 아이돌"이라는 말을 들었던 정수정이었다. 돋보이는 외모뿐 아니라 춤과 노래까지 그룹 f(x)로 데뷔한 직후부터 무결점 멤버로 꼽혔다. 그런 그가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덧 13년이 됐다. 무대 위에서는 '얼음공주'라고 불릴 만큼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였지만, MBC '볼수록 애교만점'을 시작으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SBS '상속자들', '내간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등을 거쳐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 OCN '플레이어', '써치', KBS 2TV '경찰수업', '크레이지 러브'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영화에서의 모습은 더욱더 파격적이었다. 첫 장편영화 주연작이었던 '애비규환'에서는 화려함을 모두 벗어던지고 연하의 남자친구와 불꽃 사랑으로 임신을 하게 된 대학생 토일 역을 맡아 놀라움을 안겼다.
정수정의 파격은 '거미집'에서도 이어진다. '거미집'은 이미 촬영이 끝난 영화의 결말을 바꾸면 걸작이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감독 김열(송강호 분)이 추가 촬영을 강행하면서 벌어지는 혼란과 소동을 담은 작품이다. 정수정이 연기한 한유림은 "하루면 된다"는 조감독의 거짓말에 속아 촬영장에 왔지만, 빠져나갈 궁리만 하는 인물이다. 여기에 영화 속 영화 '거미집'에서는 사장과 바람이 나고, 현실에서도 스캔들만 풍성하다는 설정이다. 극 중 유림은 마냥 착하고 예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지만, 정수정의 연기로 미워할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정수정은 "어떻게 해야 얄밉지 않을까 고민했고, 그런 지점들을 촬영하면서도 계속 논의했다"며 "표정도 많이 쓰고, 너무 짜증 내는 게 아닐까 싶을 때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유림이는 원래 그런 애고, 일도 열심히 하는 애라 그렇다'고 해주셔서 더 그렇게 연기한 거 같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그의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거미집'을 촬영할 때면 배우들은 그 당시 특유의 다소 과장된 말투와 제스처를 쓴다. 정수정은 "대본에 그 장면을 보고도 제가 그 말투로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감독님이 극 중 상대역이었던 오정세 오빠 말투로 연기를 보여주셨는데, 그걸 보고 감을 잡았다"면서 웃었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정수정은 '거미집'에서 고전적인 모습도 보여줬다는 평이다. 정수정은 "흑백영화에 출연하는 게 쉽고 흔한 기회가 아니다"며 "그런데 저는 1970년대 속 제 모습과 흑백영화 속 제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고 경험할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흑백 영화 부분이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미소를 보였다.
특히 촬영하는 내내 "핼러윈 느낌이었다"며 분장과 분위기를 즐겼다는 정수정은 "70년대로 뚝 떨어진 느낌이었고, 화장도 현대적으로 하면 '생얼' 느낌이 들 정도였다"면서 몰입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를 비롯해 박정수, 임수정, 오정세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지만, 정수정은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힘든 줄도 몰랐다"며 웃었다. 이들이 "정수정은 주눅 들지 않는다"고 입을 모아 칭찬한 것에 대해서도 "주눅들 일이 없었다"면서 고마움을 전했다. 이는 정수정의 밝고 긍정적인 부분과도 통한다. '거미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플랑세캉스' 장면은 영화에서 한 번에 촬영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며칠에 걸쳐 공을 들여 찍었다. 극 중 유림이 비에 맞았다는 설정 때문에 정수정은 며칠이나 촬영 내내 물에 젖어 있어야 했지만, 김지운 감독 본인이 인정한 '집요함'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며 "감독님이라면 작품을 위해 다 그렇게 요구할 수 있는 거 아니냐"면서 당연한 부분으로 받아들였다.
전여빈과 뺨을 때리고, 머리도 쥐어뜯는 육탄전을 찍기 전 실전 같은 리허설을 하면서 머리카락이 다 빠지는 상황에서도 "너무 재밌었다"며 "촬영할 땐 고양이처럼 치고받고 싸우고, 다 찍은 후엔 '괜찮냐?'면서 물어보며 안아줬다"고 전했다.
몇몇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과거 가수 경력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꺼리거나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수정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연기에 많이 도움이 됐다"며 "가수 활동도 언젠가는 할 것"이라고 계획을 숨기지 않았다. "일부러 안 하는 게 아니고, 타이밍이 안 맞았을 뿐"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저는 가수 활동이 저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고, 요즘은 병행하는 분들도 워낙 많고, 편견도 없어진 시대 같아요. 저도 둘 다 다 잘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하고요. 연기와 노래는 다르지만, 서로에게 확실히 도움은 돼요. 아이돌을 할 때 팀으로 활동하면서 저 혼자가 아닌, 함께 작업하는 부분들을 배웠고요. 춤추는 건 액션에 도움이 됐고요." 연기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이돌 활동 덕에 기회를 얻은 지점이 있다고 전했다. "제가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시작한 게 아니라, 큰 회사 소속 아이돌이라 오디션 제안이 와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의로 시작한 연기는 아니었지만 "사람들과 함께 에너지를 모아 작품을 위해 쏟아붓는 그런 경험들이 새로웠다"며 "재밌지만 할수록 어려워 고민이 많았던 즈음에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나 선배 배우들에게 많은 에너지를 받고, 배웠다"고 전했다.
"지금도 계속 연기를 위해 훈련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꼭 주인공을 해야 한다는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어느 작품이든, 제가 할 수 있는 것, 해내고 싶은 것들 위주로 하고 싶어요. 분량보다는 임팩트가 있는 역할에 더 욕심이 나는 거 같아요. 그렇게 차근차근하다 보니 운이 좋게도 김지운 감독님이 '거미집'에도 캐스팅해주신 거 같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