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도 빌려 쓰세요"…공간 대여 플랫폼 '무한 확장'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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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급성장
대표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
회원 150만명·누적 예약 450만건
파티룸은 물론 가정집도 빌려줘
빌리오 등은 콘텐츠 제작 특화
크리에이터·연예기획사가 고객
스위트스팟은 팝업스토어 중개
대표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
회원 150만명·누적 예약 450만건
파티룸은 물론 가정집도 빌려줘
빌리오 등은 콘텐츠 제작 특화
크리에이터·연예기획사가 고객
스위트스팟은 팝업스토어 중개
# “서울 장안동 109㎡짜리 아파트 2층입니다. 화이트톤의 벽지와 장판, 아이보리색 가구가 배치돼 있습니다. 예약은 최소 2시간부터 시간당 2만6000원입니다.”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살고 있는 가정집을 유튜브 웹드라마나 단편영화 촬영 공간으로 대여하고 있다. 공간 대여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서다. 사업자등록도 마쳤다. 입소문을 탄 뒤 올 4월부터 월 300만원 수준의 부수입을 올리며 ‘N잡러’로 거듭났다.
파티룸과 춤 연습실부터 회의실, 주방,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대여해주는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공간을 빌려 소규모 모임을 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유휴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한발 앞서 파고든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주로 2030 연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모임, 춤 연습, 회의, 워크숍, 화보·촬영, 라이브 방송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공간을 대여한다. 등록된 공간이 5만 곳 이상으로 업계에서 매물이 가장 많다는 게 강점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 운영사인 앤스페이스 관계자는 “크리에이터의 전유물이던 촬영 같은 행위가 20대 사이에선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다”며 “원룸처럼 좁은 환경에서 지내는 젊은 층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도 성장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4년차 스타트업 빌리오는 크리에이터에 특화된 공간 대여 플랫폼을 내놨다. 이 회사는 춤이나 음악 연습실, 호리즌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준다. 개인뿐 아니라 멀티채널네트워크(MCN)와 중소형 연예기획사도 고객이다. 회사 측은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대부분 크리에이터는 고정비 부담으로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갖기보다는 외부 공간 대여를 활용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먼치팩토리도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공간을 빌려주는 플랫폼 ‘아워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노래방, PC방 같은 문화시설이나 경찰서, 병원, 학교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대여하는 게 특징이다.
2015년 문을 연 스위트스팟은 백화점 같은 상업용 건물의 유휴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는 중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공간 보유 회사와 팝업 스토어를 열려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운영 가이드나 상품 기획을 지원하고 포스(POS)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입점비 없이 팝업스토어 판매 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다. 지금까지 75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스위트스팟을 통해 열렸다. 등록돼 있는 공간은 500개가 넘는다. 그밖에 가치공간이나 프로젝트렌트 같은 플랫폼도 팝업스토어를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부엌을 빌려주는 공유주방 업체는 식당 창업을 원하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소상공인에게 주방을 대여해 적은 자본으로 식당 창업을 돕는 먼슬리키친은 누적 투자액 300억원을 넘어섰다. 비슷하게 모두의주방, 키친42 등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콘퍼런스 등이 열리는 호텔 연회장을 빌릴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루북은 특급호텔들과 제휴를 맺고 그동안 전화 문의나 방문을 통해 진행되던 연회장 예약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공간이 일종의 ‘커뮤니티’로 확장되기도 한다. 단순 공간 대여를 넘어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호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크 행사인 ‘호스트데이’를 매년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호스트들은 서로 공간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회사 측으로부터 마케팅 전략을 전수받기도 한다. 빌리오는 공간을 빌리려는 이용자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을 내놨다. 콘텐츠를 같이 만들 팀원을 모집하거나 구인·구직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안준혁 빌리오 대표는 “수요자는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급자도 5000만원 미만 소자본으로 무인 사업을 운영하거나 부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꾸준히 우상향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지난해 말부터 살고 있는 가정집을 유튜브 웹드라마나 단편영화 촬영 공간으로 대여하고 있다. 공간 대여 플랫폼 ‘스페이스클라우드’를 통해서다. 사업자등록도 마쳤다. 입소문을 탄 뒤 올 4월부터 월 300만원 수준의 부수입을 올리며 ‘N잡러’로 거듭났다.
파티룸과 춤 연습실부터 회의실, 주방, 가정집에 이르기까지 공간을 대여해주는 플랫폼이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공간을 빌려 소규모 모임을 하려는 수요가 늘어났고, 유휴 공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를 한발 앞서 파고든 스타트업이 성장하고 있다.
모임·촬영 공간 빌려주는 스타트업
27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스페이스클라우드의 누적 회원 수는 최근 150만 명을 넘어섰다. 이 플랫폼에서는 파티룸, 연습실, 스튜디오, 카페 등 25개 유형의 공간을 시간 단위로 빌릴 수 있다. 캠핑장 같은 야외 공간도 이용 가능하다. 공간을 소유한 ‘호스트’는 플랫폼에 입점할 수 있고,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엔 가정집을 빌릴 수 있는 서비스도 선보였다.이 플랫폼은 주로 2030 연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자들은 모임, 춤 연습, 회의, 워크숍, 화보·촬영, 라이브 방송 같은 다양한 목적으로 공간을 대여한다. 등록된 공간이 5만 곳 이상으로 업계에서 매물이 가장 많다는 게 강점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 운영사인 앤스페이스 관계자는 “크리에이터의 전유물이던 촬영 같은 행위가 20대 사이에선 이미 하나의 문화가 됐다”며 “원룸처럼 좁은 환경에서 지내는 젊은 층이 다 같이 모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점도 성장 원동력”이라고 설명했다.
4년차 스타트업 빌리오는 크리에이터에 특화된 공간 대여 플랫폼을 내놨다. 이 회사는 춤이나 음악 연습실, 호리즌 스튜디오, 촬영 스튜디오 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준다. 개인뿐 아니라 멀티채널네트워크(MCN)와 중소형 연예기획사도 고객이다. 회사 측은 “콘텐츠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대부분 크리에이터는 고정비 부담으로 자신만의 스튜디오를 갖기보다는 외부 공간 대여를 활용한다”고 했다.
스타트업 먼치팩토리도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공간을 빌려주는 플랫폼 ‘아워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 편의점, 노래방, PC방 같은 문화시설이나 경찰서, 병원, 학교 등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을 대여하는 게 특징이다.
B2B 영역으로 사업 확장
공간 대여 플랫폼은 기업 간 거래(B2B)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팝업스토어가 대표적이다. 팝업스토어는 짧게는 하루만 운영되기도 한다. 시간을 작은 단위로 쪼갤 수 있는 대여 플랫폼이 각광받는 이유다.2015년 문을 연 스위트스팟은 백화점 같은 상업용 건물의 유휴 공간에 팝업스토어를 설치할 수 있는 중개 서비스를 운영한다. 공간 보유 회사와 팝업 스토어를 열려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식이다. 운영 가이드나 상품 기획을 지원하고 포스(POS)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입점비 없이 팝업스토어 판매 대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구조다. 지금까지 7500여 개의 팝업스토어가 스위트스팟을 통해 열렸다. 등록돼 있는 공간은 500개가 넘는다. 그밖에 가치공간이나 프로젝트렌트 같은 플랫폼도 팝업스토어를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고 있다.
부엌을 빌려주는 공유주방 업체는 식당 창업을 원하는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소상공인에게 주방을 대여해 적은 자본으로 식당 창업을 돕는 먼슬리키친은 누적 투자액 300억원을 넘어섰다. 비슷하게 모두의주방, 키친42 등의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콘퍼런스 등이 열리는 호텔 연회장을 빌릴 수 있는 플랫폼도 등장했다. 스타트업 루북은 특급호텔들과 제휴를 맺고 그동안 전화 문의나 방문을 통해 진행되던 연회장 예약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커지는 공간 대여 시장”
공간 대여 플랫폼의 성장세를 가속화한 건 팬데믹이다.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유휴공간을 활용해 수익을 메우거나 부수입을 창출하려는 수요가 늘어났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2019년까지 누적 예약이 132만 건이었지만 팬데믹을 거치며 2021년 310만 건, 지난해 450만 건으로 증가했다. 회사 측은 올해 누적 600만 건의 예약을 전망하고 있다. 스위트스팟도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전년보다 매출이 112% 증가했다. 정수현 앤스페이스 대표는 “매년 1만~1만5000개의 새로운 공간이 입점된다”며 “코로나19 이후 소규모 모임이 많아졌고, 유휴공간을 ‘매력 자본’으로 잘 전환시키는 주체도 늘어났다”고 말했다.공간이 일종의 ‘커뮤니티’로 확장되기도 한다. 단순 공간 대여를 넘어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스페이스클라우드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호스트를 대상으로 하는 네트워크 행사인 ‘호스트데이’를 매년 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호스트들은 서로 공간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하고 회사 측으로부터 마케팅 전략을 전수받기도 한다. 빌리오는 공간을 빌리려는 이용자끼리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을 내놨다. 콘텐츠를 같이 만들 팀원을 모집하거나 구인·구직 정보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안준혁 빌리오 대표는 “수요자는 그때그때 목적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공급자도 5000만원 미만 소자본으로 무인 사업을 운영하거나 부업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꾸준히 우상향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