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간 여름만 되면 유럽을 덮친 폭염, 가뭄 등이 국내 외식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튀김유로 스페인산 올리브유만을 사용해 연간 8000t을 수입하는 ‘큰손’ BBQ는 유럽의 이상기후가 촉발한 국제 올리브유 가격 급등을 견디지 못하고 사용량을 줄이기로 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세가 만성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물가안정 압박 강도가 누그러질 조짐을 보이지 않아 외식업계 시름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18년 고집 꺾은 BBQ

국제 올리브유 급등에…'18년 황금 레시피' 바꾼 BBQ
치킨 프랜차이즈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는 스페인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와 해바라기씨유를 반반씩 섞은 ‘BBQ블렌딩 올리브오일’을 다음달 4일부터 튀김유로 쓴다. 2005년 황금올리브치킨을 출시할 때 도입한 후 18년간 이 올리브유를 고집한 BBQ가 원재료 비용 부담을 끝내 견디지 못한 것이다. BBQ 관계자는 “올리브오일의 국제시세가 급등하기 시작한 2년 전부터 새로운 튀김유 채택을 꾸준히 검토했다”며 “정부 물가안정 대책에 호응하고 고객과 가맹점주의 가격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해 새 튀김기름을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BBQ의 이번 결정에는 스페인 등 유럽 주요 산지의 올리브 작황 부진이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섭씨 15~26도의 온도에서 잘 자라는 올리브 나무는 이 지역이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에 시달리는 바람에 최악의 작황 부진을 겪었다. 수확기인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전 세계 생산량(63만t)이 지난 5년간 이 기간 평균 생산량(140만t)의 절반에 그쳤다.

“성장 속도가 느린 올리브나무 특성상 새로 심은 나무에서 제대로 된 열매를 수확하려면 10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리브유 가격이 단기간에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조사 결과 8월 말 기준 글로벌 올리브유 평균 가격은 9034달러로 1년 전(4247달러)보다 2.1배 비싸졌다.

○생닭 가격도 올라

BBQ는 스페인산 올리브유의 가맹점 공급 가격을 작년 5월에 종전보다 4만원 비싼 한 통(15㎏)당 16만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또 한 번의 인상은 채택하기 어려운 방안이었다.

BBQ 관계자는 “국제 올리브유 가격 상승분을 공급가에 반영할 경우 현재 공급가보다 세 배 이상 비싸질 것”이라며 “지난 26일 밤늦게까지 가맹점주들과의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혼합유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튀김유 외에 생닭, 튀김가루, 인건비 등 다른 비용까지 전방위적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도축 이전의 생닭(중 사이즈) 연평균 도매가격은 2021년 ㎏당 1911원에서 올해 2757원으로 44.2% 뛰었다. 2019년과 비교하면 60.5% 높아졌다.

튀김유의 원료가 되는 소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급등한 2022년 초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코로나19 창궐 전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12월물 미국 소맥 선물 가격은 5000부셸당 591.5달러로, 2019년 9월의 평균 488.0달러보다 비싸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치킨·라면 등 서민 삶에 영향력이 큰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을 강력히 억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을 앞두고 지난 8일 식품·외식업계 관계자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치킨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치킨 3만원 시대가 이미 시작돼 여기서 가격을 더 올리면 전방위적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