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앙된 與·환호한 野…상반된 의총 분위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양당은 이날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총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법치몰락 정의기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왼쪽).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 격앙된 與·환호한 野…상반된 의총 분위기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27일 기각되면서 양당은 이날 국회에서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의총에서 ‘무권구속 유권석방, 법치몰락 정의기각’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 왼쪽). 민주당 의원들은 손뼉을 치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를 환영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히려 영장 심사에서 일부 범죄 사실이 소명된 만큼 이 대표의 사과와 당대표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영장 기각이 마치 무죄 판결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음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이 대표 영장 기각을 저마다 유리하게 해석하며 정면 충돌하고 있다.

○민주, 총공세 “韓 파면하라”

민주당은 27일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윤석열 검사독재정권의 무리하고 무도한 ‘이재명 죽이기’ 시도가 실패했다”며 “윤 대통령은 이 대표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한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에서는 영장을 청구한 검사 징계와 ‘조작 수사 특검’ 요구까지 나왔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며 “윤 대통령 사과와 한 장관 파면이 그 시작”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영장 기각을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전면적 공세를 펼 기회로 보고 있다. 체포동의안 가결로 한동안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방탄 프레임’ 부담을 한층 던 상황에서 표적 수사의 부당함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당 관계자는 “추석 연휴 직전 영장이 기각된 게 검찰로서는 자충수고, 민주당으로선 절호의 기회를 잡은 것”이라고 했다.

○與 “‘영장 기각=무죄 판결’ 아냐”

국민의힘은 영장 심사에서 드러난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최대한 부각해 역풍을 차단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재판부는 △검사 사칭(위증교사) △백현동 개발 특혜(배임) △쌍방울 대북 송금(뇌물) 등 세 가지 범죄 혐의 가운데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사건 역시 직접 증거가 부족할 뿐 이 대표가 관여했다는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취재진과 만나 “(당 차원에서) 이 대표 사과와 당대표 사퇴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검찰은 구속이 필요한 핵심 이유인 ‘증거인멸 우려’를 법원이 정치적으로 판단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검찰 관계자는 “정당 대표 신분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적시한 건 사법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강서구 보궐·총선 셈법 분주

그간 여권에선 체포동의안 가결 후 영장이 기각되는 상황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아왔다. ‘무리한 수사’라는 역풍이 불 가능성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민주당=방탄 정당’ 이미지를 유지시키는 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런 구상이 무의미해지면서 추석 연휴를 변곡점으로 여론 흐름이 어떻게 바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반사이익을 얻는 전략은 이제 무의미하지 않겠느냐”며 “정권뿐 아니라 우리 당도 타격을 받게 됐다”고 했다.

다만 영장 기각이 반드시 불리한 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데다 민주당 내 계파 갈등 격화로 반사이익을 볼 것이란 기대에서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지도부가 총선을 이끄는 것보다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체제로 총선을 치르는 게 우리로서는 더 유리하다”며 “타깃이 명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재판 도중 이 대표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 중도 표심은 점점 민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고 했다.

한재영/양길성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