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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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 삼정, 한영, 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이 2022회계연도에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도입한 신(新)외부감사법이 2019년 본격 시행된 이후 치솟은 회계사 인건비 등 고비용 구조가 회계법인 수익성을 압박하는 상황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4 회계법인의 2022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 컨설팅법인을 포함해 총 3조6100억원에 달했다. 4사 매출 합계가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긴 전년(3조1890억원)보다 13.3%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빅4 모두 전년에 비해 일제히 악화했다.

6월 결산법인으로 이날 실적을 공시한 삼일회계법인의 2022회계연도 매출 총액은 별도법인으로 있는 PWC(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컨설팅을 포함해 약 1조3600억원(삼일회계법인 9700억원, PWC컨설팅 3900억원)으로 집계됐다. 총매출이 전년 대비 10.3% 늘었다. 반면 총영업이익은 약 276억원으로 전년(407억원)에 비해 32% 급감했다.

이날 실적을 공시한 한영회계법인도 컨설팅 부문 포함 매출 총액이 8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 증가했다. 한영은 영업이익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컨설팅 부문을 제외한 한영회계법인 수익성이 크게 악화한 것을 보면 역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실적을 공시한 안진회계법인(5월 결산법인)은 매출이 6125억원으로 전년 대비 8% 증가했지만 영업손익은 전년 194억원 이익에서 5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삼정회계법인(3월 결산법인)도 매출 총액이 8401억원으로 10.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22억원으로 전년보다 4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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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 회계법인 영업이익 추락
2022회계연도 주요 회계법인들의 영업이익을 확 깎은 결정타는 인건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일·삼정·한영·안진 등 국내 4대 회계법인 모두 2022회계연도 인건비가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증가했다. 회계법인들은 감사·재무자문·컨설팅 등 전문가들의 서비스를 제공해 이익을 낸다. 거대 설비를 둘 필요도 없다. 비중이 큰 인건비 수준이 실적에 중요한 변수가 되는 이유다.

2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의 컨설팅법인을 포함한 총인건비는 2022회계연도에 12.2% 증가했다. 전년 15.4%에 이어 두 자릿수대 증가폭을 이어갔다. 한영회계법인은 컨설팅부문을 제외한 임직원 급여가 전년 대비 15% 뛰었다. 삼정회계법인은 급여·상여를 11.1%, 안진회계법인은 10.98% 올려줬다.

‘빅4’는 지난 수년간 경쟁하듯 회계사 급여를 올려왔다. 2019년 신(新)외부감사법 시행 이후 회계법인의 주요 부문인 감사 수요가 급증해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시장에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인수합병(M&A) 자문 업무, 컨설팅 업무 등이 급증한 것도 한몫했다. 이 기간엔 인건비가 늘었어도 외형 성장폭이 더 커 영업이익이 줄지는 않았다.

하지만 2022회계연도부터 인건비가 영업이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하락세를 타면서 기업들이 돈주머니를 여미는 게 큰 이유다. M&A 딜(거래) 수와 규모가 꺾였고 컨설팅 수요도 감소했다.

이런 와중에 회계법인을 떠나 스타트업, 증권사,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VC) 등으로 옮기는 회계사들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면서 인건비 부담이 한층 커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전망과 달리 감사·용역 단가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신외감법에 따른 주기적 지정범위가 기존 대비 줄어들고 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도입이 일부 연기되면서 일감을 두고 경쟁이 다시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계업계에선 2023회계연도엔 외형 성장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기업활동이 위축돼 M&A 부문 매출이 시원찮은 데다 인건비 외 각종 비용이 늘고 있어서다. 자문 서비스가 고도화하면서 외부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수수료 규모가 커지고 있다. 최근 화두인 디지털전환(DX)을 위한 시스템·솔루션 개발 비용도 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내년 결산 때 기존 매출 수준을 맞추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며 “올해 말과 내년 초 M&A 시장이 활성화될지가 실적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