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권유로 회계사 된 교사 출신…美서 롱런 비결 '반전' [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줌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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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서 롱런할 수 있었던 비결은 '당당한 겸손함'"
‘실리콘밸리 줌인센터’는 이 지역의 창업자, 최고경영자(CEO), 엔지니어, 직원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물을 ‘줌인(zoom in)’해 그들의 성공, 좌절, 극복과정을 들여다보고 지역의 ‘주민’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어봅니다. 앞으로 줌인센터에 가능한 많은 주민을 초대하고자 합니다.
‘북가주’라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오클랜드, 새크라멘토, 몬터레이 등이 있습니다. 북가주는 이를 아우르는 단어죠. 통계에 의하면 북가주에는 총 17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주재원, 유학생, 장기체류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 여러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그 중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가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된 이 협회에 현재 41명의 한인 회계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회계팀에 속한 한인 회계사 등을 고려하면 실제 한인 회계사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준 회장을 만났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지 거의 40년이 되어가는 이 회장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한인사회 비즈니스의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1985년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습니다. 유학 오기 전 한국의 포항제철 중‧고등학교에서 2년간 윤리를 가르치며 교직에 몸담았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했고, 1985년 유학을 와 심리상담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언론인 활동도 5년간 했습니다. 이후 아내의 권유로 회계사로 진로를 바꿨고 2001년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Q. 교육자에서 회계사로의 전환은 다소 의외입니다.
A.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고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한 아내가 “회계사 공부를 해서 미국에 계속 살자”고 권유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석상을 하셨는데, 저도 그때 가게 일을 도우며 장부 작성을 했습니다. 일찍부터 회계 실무를 맡아서 한 것이죠.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내도 미국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병원영어회화’라는 책을 썼는데 2001년에 발행해서 지금까지 계속 증보판을 내며 팔리고 있습니다. 10년마다 증보판을 냈는데 올해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각 가정의 병원 방문 대비 가이드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Q. 협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는 1998년에 설립됐습니다. 현재 총 41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합니다. 기업의 회계 재무팀에 속하지 않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회계사가 회원입니다. 회계사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40~5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거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로 애틀란타, 시애틀, 샌디에이고 쪽으로 이사를 합니다. 특히 은퇴 후 샌디에이고나 플로리다 쪽으로 이사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를 거점으로 한 남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도 있습니다. 그 협회는 회원수가 450~500명으로 북가주보다 8매 이상 큽니다.
Q.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고객의 구성은 어떤가요.
A. 75%가 한국 고객이고, 25%가 외국 기업입니다. 한국의 기업과 자영업자분들이 주 고객입니다. 수십 년 단골도 있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져서 뿌듯합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한인사회에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업종 변화가 있나요.
A. 15년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사장님들이 돈도 많이 벌었죠. 이후 DVD 시대, 또 최근엔 OTT 스트리밍으로 변하면서 해당 업종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굿윌’(권리금) 20만달러를 날린 분도 봤어요. ‘원아워 포토샵’이라는 것도 한때 유행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세탁소는 코인세탁소로 바뀌는 추세이고요. 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웬만한 소매상들은 거의 다 도태했습니다.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습니다. 현재는 인터넷소매업. 부동산, 자동차정비, 세탁소, 식당, 주류유통 등이 주를 이룹니다.
Q.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특히 회계‧세무 이슈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A. 네 맞습니다. 같은 돈을 벌어도 회계를 잘해야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더 그렇죠.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면 실력 좋은 회계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회계사에게 일임하지 않고 본인도 회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회계와 세무를 알면 알수록 절세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이 보일 겁니다.
Q. 회계사로 20년 넘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보람있게 사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계사로서 사무실을 운영해오면서 지금까지 지켜온 철학입니다. 회계사는 특히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숫자와 돈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과도 같습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살지는 말자고 다짐했는데 잘 지킨 것 같습니다. ‘당당한 겸손함’이 제가 가장 강조하는 자세입니다. 특히 미국은 신용사회입니다. 남을 속이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면 결코 롱런할 수 없습니다. 신뢰가 깨진 사람은 미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창업자나 미국 이주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회계사협회 회장으로서 회원들 간 전문지식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회계사들의 역량이 강화돼야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한인회계사들의 고객 상당수가 한인들인 만큼 한인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생각입니다. 주민들의 회계 재무 상식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절세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런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계획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
‘북가주’라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북쪽에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오클랜드, 새크라멘토, 몬터레이 등이 있습니다. 북가주는 이를 아우르는 단어죠. 통계에 의하면 북가주에는 총 17만명의 한인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주재원, 유학생, 장기체류자 등을 감안하면 실제 숫자는 이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곳에 여러 한인 커뮤니티가 형성돼 있는데 그 중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가 있습니다. 1998년 설립된 이 협회에 현재 41명의 한인 회계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회계팀에 속한 한인 회계사 등을 고려하면 실제 한인 회계사 숫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겁니다.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준 회장을 만났습니다. 미국에 정착한 지 거의 40년이 되어가는 이 회장을 통해 실리콘밸리와 한인사회 비즈니스의 변화를 짚어봤습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1985년 미국으로 유학을 온 뒤 지금까지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습니다. 유학 오기 전 한국의 포항제철 중‧고등학교에서 2년간 윤리를 가르치며 교직에 몸담았습니다. 서강대학교에서 교육철학을 전공했고, 1985년 유학을 와 심리상담을 전공했습니다. 미국에 와서 언론인 활동도 5년간 했습니다. 이후 아내의 권유로 회계사로 진로를 바꿨고 2001년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Q. 교육자에서 회계사로의 전환은 다소 의외입니다.
A.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받고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한 아내가 “회계사 공부를 해서 미국에 계속 살자”고 권유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보석상을 하셨는데, 저도 그때 가게 일을 도우며 장부 작성을 했습니다. 일찍부터 회계 실무를 맡아서 한 것이죠. 그때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내도 미국 생활을 열심히 했습니다. ‘병원영어회화’라는 책을 썼는데 2001년에 발행해서 지금까지 계속 증보판을 내며 팔리고 있습니다. 10년마다 증보판을 냈는데 올해 나왔습니다. 미국에서 각 가정의 병원 방문 대비 가이드북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Q. 협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북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는 1998년에 설립됐습니다. 현재 총 41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연령대는 30대 초반부터 70대까지 다양합니다. 기업의 회계 재무팀에 속하지 않은 사무실을 운영하는 회계사가 회원입니다. 회계사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습니다. 40~5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 지역의 주거비와 생활비가 너무 비싸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로 애틀란타, 시애틀, 샌디에이고 쪽으로 이사를 합니다. 특히 은퇴 후 샌디에이고나 플로리다 쪽으로 이사 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로스앤젤레스(LA)를 거점으로 한 남가주 한인공인회계사협회도 있습니다. 그 협회는 회원수가 450~500명으로 북가주보다 8매 이상 큽니다.
Q. 회계업무를 맡고 있는 고객의 구성은 어떤가요.
A. 75%가 한국 고객이고, 25%가 외국 기업입니다. 한국의 기업과 자영업자분들이 주 고객입니다. 수십 년 단골도 있죠.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갈수록 높아져서 뿌듯합니다. 사진 : 최진석 특파원
Q. 한인사회에서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업종 변화가 있나요.
A. 15년 전까지만 해도 비디오 대여점을 운영하는 고객이 많았습니다. 사장님들이 돈도 많이 벌었죠. 이후 DVD 시대, 또 최근엔 OTT 스트리밍으로 변하면서 해당 업종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굿윌’(권리금) 20만달러를 날린 분도 봤어요. ‘원아워 포토샵’이라는 것도 한때 유행했는데 지금은 없어졌습니다. 세탁소는 코인세탁소로 바뀌는 추세이고요. 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아마존이 등장하면서 웬만한 소매상들은 거의 다 도태했습니다.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습니다. 현재는 인터넷소매업. 부동산, 자동차정비, 세탁소, 식당, 주류유통 등이 주를 이룹니다.
Q.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은 특히 회계‧세무 이슈를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A. 네 맞습니다. 같은 돈을 벌어도 회계를 잘해야 세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세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특히 캘리포니아주는 더 그렇죠. 합법적으로 절세할 수 있는 방안을 꼼꼼하게 체크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돈을 세금으로 내야 합니다. 사업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면 실력 좋은 회계사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모든 것을 회계사에게 일임하지 않고 본인도 회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합니다. 회계와 세무를 알면 알수록 절세할 수 있는 더 많은 방법이 보일 겁니다.
Q. 회계사로 20년 넘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A. 보람있게 사는 것.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도덕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회계사로서 사무실을 운영해오면서 지금까지 지켜온 철학입니다. 회계사는 특히 많은 사람을 상대해야 하고, 숫자와 돈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신뢰가 생명과도 같습니다. 모든 것을 투명하게 처리하고 고객을 진심으로 대한다면 사업이 안정적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큰돈은 벌지 못해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면서 살지는 말자고 다짐했는데 잘 지킨 것 같습니다. ‘당당한 겸손함’이 제가 가장 강조하는 자세입니다. 특히 미국은 신용사회입니다. 남을 속이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한다면 결코 롱런할 수 없습니다. 신뢰가 깨진 사람은 미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창업자나 미국 이주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A. 회계사협회 회장으로서 회원들 간 전문지식을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활동을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회계사들의 역량이 강화돼야 고객들에게 보다 많은 이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죠. 한인회계사들의 고객 상당수가 한인들인 만큼 한인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생각입니다. 주민들의 회계 재무 상식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개최해 절세 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이런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할 계획입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