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깨진 10년물 미국채 금리

'공식' 깨진 미국채금리…"좋은 뉴스는 나쁘고, 나쁜 뉴스도 나쁘다" [나수지의 미나리]
10년물 미국채 금리가 연 4.5%를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채권 금리로 모이고 있습니다. 도이치뱅크는 "10년물 국채 금리가 경기 사이클과 무관하게 급등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경기 흐름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원자재인 금과 구리 가격은 전통적으로 10년물 국채 금리와 유사하게 움직였지만, 최근들어서는 상관관계가 깨졌다는겁니다. 도이치뱅크는 "연준이 금리에 대해 비둘기파적으로 돌아서지 않는 이상 시장의 공포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마켓워치는 "지난주 FOMC 이후 장기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이제 시장은 좋은 뉴스를 나쁜 뉴스로, 나쁜 뉴스도 나쁜 뉴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8개월 만에 최저로 줄어들면서 고용시장이 활황을 이어가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자 시장은 추가 금리인상을 걱정하며 하락했고, CB 소비자 신뢰지수가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나와 경기 둔화 가능성이 커지자 경기 침체 우려를 키우며 시장이 하락했는데 이 점을 짚은겁니다.

모기지 금리 오르는데, 주택 가격도 상승세

MBA가 집계하는 30년물 모기지 금리는 연 7.41%로 발표됐습니다. 전월인 연 7.31%에서 또 올랐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이정도로 상승한 건 2000년 초반이 마지막입니다.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 주 대비 1.3%, 1년전에 비해서는 25.5% 줄었습니다. 데이터를 집계한 MBA는 "금리가 당분간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하면서 주택구매 예정자와 소유자 모두 모기지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고 거래는 얼어붙고 있지만, 주택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 가격 지수는 전월 대비 0.8% 올라 예상치인 0.5%를 웃돌았습니다. 모기지 금리가 높아 거래량은 줄었지만, 기존 주택 거주자들이 주택 매도를 꺼리면서 공급이 줄어든 영향이 큽니다.

8월 미국 내구재 주문은 0.2% 늘어 예상치인 -0.5%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미국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지만, 속 내용을 들여다보면 달랐습니다.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국방비 지출을 늘리면서 내구재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 컸습니다. 국방비 지출을 제외하면 내구재 주문은 -0.7%로 쪼그라듭니다. 마켓워치는 "비행기, 자동차 등 수요 변동성이 큰 편이어서 내구재 주문이 증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한다"고 짚었습니다.

뉴욕 = 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