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 "은행 위기 재발"…저가매수가 구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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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7일 수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20%, S&P500 +0.02%, 나스닥 +0.22%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607%(+4.9bp), 2년물 5.137%(+6bp)
뉴욕 금융시장은 27일(미 동부시간) 아침만 해도 조용했습니다. 치솟던 금리는 전날보다 4~5bp 내리면서 안정감을 줬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가지수 선물도 반등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아침 8시 30분 8월 내구재 주문이 발표된 뒤 금리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내구재 주문은 전월보다 0.2%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는 0.5% 감소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증가했죠. 운송장비를 제외한 수치도 전월보다 0.4% 늘었고, 기업들의 미래 투자를 보여주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무려 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7월 수치는 기존 0.1% 증가가 0.4% 감소로 수정되었습니다. 찰스 슈왑은 "8월 내구재 주문은 월가 예상보다 강했지만 7월 수치는 크게 하향 조정됐고, 8월은 한 달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추세를 보려면 9월에도 이런 강세가 계속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5% 상승하면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조금씩 오르자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 데이터가 결정적인 충격을 가했습니다. 재고는 217만 배럴 감소한 4억1630만 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90만 배럴 감소보다 훨씬 많이 줄었죠. 특히 셰일오일의 주산지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재고는 94만 배럴 줄어든 2200만 배럴로 2022년 7월 이후 1년여 만에 최저까지 떨어졌습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모든 눈이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쏠려 있다. 거기서 공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쿠싱 재고가 계속 줄면 원유 선물이 만기 때 제대로 인도될지 압박이 생길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는 미국 셰일업계의 대형업체인 콘티넨털 리소시스의 더그 롤러 CEO가 어제 오클라호마시티의 에너지 안보 포럼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롤러 CEO는 노스다코타의 바켄(Bakken) 지역, 텍사스 이글퍼드(Eagle Ford) 등 주요 셰일 유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 미국 최대 셰일오일 산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은 언젠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새로운 탐사와 시추가 없다면 “배럴당 120~150달러의 유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에너지 탐사 신규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옥시덴털 페트럴럼의 비키 홀럽 CEO는 같은 행사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더라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은 없다. 우리는 현금흐름에 맞춰 매우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지난주 공급이 추가 압박을 받으면 유가가 세 자릿수로 다시 치솟을 수 있고,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달하면 심각한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원유 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치솟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64% 급등한 배럴당 93.6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22년 8월 29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오늘 상승률은 지난 5월 5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브렌트유 가격도 2.8% 뛴 배럴당 96.5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11월 7일 이후 최고 가격입니다. 치솟는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금리가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보다 4.9bp 오른 4.607%, 2년물은 6bp 상승한 5.137%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은 장중 10bp가량 뛰어 4.643%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를 추가 자극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4% 상승한 106.65를 기록했습니다. 6일 연속 급등해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엔화는 달러 당 149.5엔까지 올라 150엔 수준까지 바싹 다가섰습니다. 유가, 금리, 달러의 삼두마차가 질주하자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연방정부 폐쇄 확률이 더 높아졌는데도 금리는 영향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내달렸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오전 10시께 상원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임시예산안(11월17일까지)을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원에서 충분한 찬성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원이 마련한 임시예산안에는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는 상원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면 (표결하면 공화당 온건파와 민주당이 찬성해 통과될 수 있죠) 매카시 의장은 사임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폐쇄가 되더라도 의장직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정부 폐쇄 확률이 90%로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셧다운 사태가 몇 달 동안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10월 1일 정부가 폐쇄되면 정치적 압력으로 2~3주 이내에 양당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양당이 합의할 수 있는 건 잠시 폐쇄를 미룰 수 있는 임시예산안일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폐쇄가 2~3주 만에 끝난다 해도 12월 전에 다시 셧다운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올해 한 차례 이상의 셧다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과거 정부 폐쇄가 발생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하락했었습니다. 안전자산 매수 수요가 생긴 것이죠.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요. 그런데 지금 폐쇄가 확실시되는데도 금리가 고삐 풀린 듯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주기적으로 셧다운과 부채한도(채무불이행) 사태를 반복하는 미 정치권에 대한 채권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JP모건은 "양당의 미국 통치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식된다면 향후 몇 주 동안 국채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피치가 그런 미국 정치 시스템을 지적하며 지난 8월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이번 주 무디스도 셧다운 사태 장기화는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경고했죠.
▶골드만삭스는 "최근 국채 장기 금리의 급등세는 지난봄에 있었던 은행들의 채권 미실현 손실에 대한 걱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3월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자 국채 등 채권을 대거 보유한 은행들은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안게 됐죠. 그게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을 부르면서 은행 위기로 번졌었습니다. Fed가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을 만들어 이들 채권을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담보가치를 인정해 그만큼 대출해주면서 위기를 수습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 금리가 더 올랐고,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은 자꾸 더 커지고 있습니다. ▶'비관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지금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과 같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경제 스트레스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주기에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한 시차가 길어져서 연착륙 희망이 확산하고, 심지어 노랜딩이라는 안일한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높아진 금리와 계속된 양적 긴축(QT)에 따른 역풍은 지속해서 더 강해졌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잉여저축은 이제 사라졌다. 높은 주가로 인한 '부의 효과' 중 일부는 마찬가지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신용평가사들도 자주 보입니다. 무디스는 "미국의 소비자 지출 성장률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둔화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대출 품질이 악화하고 있는데 이는 몇몇 대출 시장에서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치도 "4분기에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임금 상승률도 감소하면서 소비 지출이 눈에 띌 만큼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 보고서를 냈습니다.
▶UAW는 오는 금요일 또다시 파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매주 파업 사업장을 늘리면서 자동차 3사를 압박하는 전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파업 장소를 찾아 "당신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라고 응원했었습니다. 자동차 분야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노조와 3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면 이번 파업이 얼마나 길어질지 정말 예상하기 힘들다. 우리가 보기엔 임금을 30~40% 올려주기 전에도 3사가 대량의 전기차를 낮은 가격에 생산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능력에 대해 의심해왔다. UAW의 과도한 요구는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내려가던 주가는 오후 2시 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이벤트가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곳곳에서 저가매수를 외치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너무 하락해서 과매수가 발행했고, 이제 암울한 9월이 끝나간다는 것이죠.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 거시 경제 데이터는 안정화(개선)되고 있고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3분기 어닝시즌과의 조합으로 인해 다시 전술적으로 강세장 뷰로 전환한다(shifting back to being tactically bullish). 이번 주에 더 많은 하락세가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매수로 전환한다. 금요일과 다음주에 저가 매수(buy the dip)하라. 기술주로부터 나올 상당한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기술주 공매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증시 바닥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연말까지는 잠재적으로 5~7%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도 저가매수를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은 나스닥 지수가 올해 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하자 "이는 지난 1년 동안 자주 발생했던 일이고 나스닥 지수는 지금 (반등했던) '그 영역'에 있다. 강세론자들은 이제 더 유리해진 배경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달 증시에 주요 부담으로 작용해온 미국자동차노조(UAW) 파업, 중국의 경제 부진, 연방정부 폐쇄 등은 앞으로 긍정적으로 해결될 기회가 있고, 계절성은 이제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란 것이죠. 또 11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프로그램 오피스 코파일럿 출시로 인해 AI 모멘텀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매도 전문 투자자인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도 오늘 장중 트위터를 통해 "단기적으로 S&P500 지수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유가와 장기 채권에 대해 매도에 나선다. 오늘 유가는 3% 넘게 뛰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5bp 넘게 올랐다. 주식은 오르다가 크게 떨어졌다. 유가가 어느 수준(배럴당 95~100달러)이 되면 고유가의 치료제는 고유가가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유가가 이 수준까지 오르면 경기가 둔화하고 수요가 약화하면서 유가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금리도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얘기입니다. 다만 그는 "투자자 심리가 극단으로 치달아서 지금은 매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경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JP모건 데스크는 또 "채권 수익률 급증은 인플레이션 관련 상품에 반영된 흐름과 맞지 않는다. 시장 내러티브가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 동인의 상당 부분은 펀더멘털에 기인한 게 아닐 수 있다. 우리 모델은 펀더멘털이 이달 금리 상승분의 약 50%만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기 채권 매수를 주장해온 JP모건의 밥 미셸 글로벌 채권 헤드는 오늘 목소리를 더 높였습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나는 점점 더 확신을 갖고 있다. 채권 구매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상류로 물을 거슬러 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경제 데이터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와 금리는 이제 변곡점에 섰다. 우리는 계속 과도한 지출을 해온 소비자를 보고 있으며, 여기서 채권 듀레이션을 추가하면(장기물을 사면) 다시 하류로 쉽게 헤엄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490억 달러의 미 국채 5년물 입찰은 잘 끝났습니다. 응찰률은 지난달 입찰(2.54배)과 비슷한 2.52배였고, 낙찰 금리는 4.659%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671%보다 1.2bp 낮게 형성됐습니다. 금리가 2007년 여름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된 데 대해 매수 수요가 나타난 것이죠.
▶UBS는 달러에 대해 "단기 위험은 추가 강세 쪽으로 치우쳐 있지만 앞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달러에 대한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춘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경제가 탄력적이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치가 유지될 수 있지만 4분기에는 잉여저축 소진 및 금리와 유가 상승 등이 소비자 지출에 부담을 주면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죠. 유럽과 중국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주가지수는 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02% 상승한 4,274.51을 기록했습니다. 다우는 0.20%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0.22% 올랐습니다. 에너지 업종이 2.51%나 상승했습니다. 엑슨모빌은 거의 3% 상승했고, 셰브런은 1.9% 올랐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장 마감 뒤 최근 분기(6~8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4분기 매출은 40억1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치(39억3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작년 동기(66억4300만 달러)에 비해 39.6% 줄어든 규모지만 직전 분기(37억5200만 달러)보다는 6.9% 늘었습니다. 영업적자는 14억7200만 달러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적자 폭은 3개 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1.31달러로 월가 전망치 -1.15달러보다 나빴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공급 및 비용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2024 회계연도에는 AI가 퍼짐에 따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은 시간 외 거래에서 3~5% 하락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2분기 GDP 확정치가 발표됩니다. 미국의 GDP는 세 번에 걸쳐 확정되는데, 7월 말 나온 속보치는 2.4%였지만 8월 말 잠정치는 2.1%로 하향 수정됐었죠. 월가는 2.1% 수치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GDP가 추가로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폐쇄와 함께 Fed의 올해 또 다른 금리 인상을 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강한 미국 경제 탓에 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주 두 가지 사건이 그런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0.20%, S&P500 +0.02%, 나스닥 +0.22%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607%(+4.9bp), 2년물 5.137%(+6bp)
뉴욕 금융시장은 27일(미 동부시간) 아침만 해도 조용했습니다. 치솟던 금리는 전날보다 4~5bp 내리면서 안정감을 줬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가지수 선물도 반등하고 있었고요.
그런데 아침 8시 30분 8월 내구재 주문이 발표된 뒤 금리가 조금씩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내구재 주문은 전월보다 0.2%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는 0.5% 감소를 예상했는데 오히려 증가했죠. 운송장비를 제외한 수치도 전월보다 0.4% 늘었고, 기업들의 미래 투자를 보여주는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주문은 무려 0.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7월 수치는 기존 0.1% 증가가 0.4% 감소로 수정되었습니다. 찰스 슈왑은 "8월 내구재 주문은 월가 예상보다 강했지만 7월 수치는 크게 하향 조정됐고, 8월은 한 달의 데이터에 불과하다. 추세를 보려면 9월에도 이런 강세가 계속되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0.5% 상승하면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금리가 조금씩 오르자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오전 10시 30분 미 에너지정보청(EIA)이 발표한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 데이터가 결정적인 충격을 가했습니다. 재고는 217만 배럴 감소한 4억1630만 배럴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90만 배럴 감소보다 훨씬 많이 줄었죠. 특히 셰일오일의 주산지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재고는 94만 배럴 줄어든 2200만 배럴로 2022년 7월 이후 1년여 만에 최저까지 떨어졌습니다. 프라이스 퓨처스 그룹의 필 플린 분석가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모든 눈이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쏠려 있다. 거기서 공급이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쿠싱 재고가 계속 줄면 원유 선물이 만기 때 제대로 인도될지 압박이 생길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는 미국 셰일업계의 대형업체인 콘티넨털 리소시스의 더그 롤러 CEO가 어제 오클라호마시티의 에너지 안보 포럼에서 했던 말을 떠올렸습니다. 롤러 CEO는 노스다코타의 바켄(Bakken) 지역, 텍사스 이글퍼드(Eagle Ford) 등 주요 셰일 유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현재 미국 최대 셰일오일 산지인 텍사스 퍼미안 분지의 생산량은 언젠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새로운 탐사와 시추가 없다면 “배럴당 120~150달러의 유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화석에너지 탐사 신규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것을 비판한 것입니다. 옥시덴털 페트럴럼의 비키 홀럽 CEO는 같은 행사에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더라도 생산량을 크게 늘릴 계획은 없다. 우리는 현금흐름에 맞춰 매우 신중하게 투자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지난주 공급이 추가 압박을 받으면 유가가 세 자릿수로 다시 치솟을 수 있고, 유가가 배럴당 120달러에 달하면 심각한 경제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원유 재고가 급감했다는 소식에 유가가 치솟았습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64% 급등한 배럴당 93.68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2022년 8월 29일 이후 최고치입니다. 오늘 상승률은 지난 5월 5일 이후 가장 컸습니다. 브렌트유 가격도 2.8% 뛴 배럴당 96.55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작년 11월 7일 이후 최고 가격입니다. 치솟는 유가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입니다. 금리가 솟구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10년물은 전날보다 4.9bp 오른 4.607%, 2년물은 6bp 상승한 5.137%를 기록했습니다. 10년물은 장중 10bp가량 뛰어 4.643%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2007년 10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습니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를 추가 자극했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0.4% 상승한 106.65를 기록했습니다. 6일 연속 급등해 2022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 엔화는 달러 당 149.5엔까지 올라 150엔 수준까지 바싹 다가섰습니다. 유가, 금리, 달러의 삼두마차가 질주하자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연방정부 폐쇄 확률이 더 높아졌는데도 금리는 영향을 받지 않고 상승세를 내달렸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오전 10시께 상원이 초당적으로 마련한 임시예산안(11월17일까지)을 표결에 부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원에서 충분한 찬성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원이 마련한 임시예산안에는 공화당 내 강경파 프리덤 코커스가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덤 코커스는 상원 예산안을 표결에 부치면 (표결하면 공화당 온건파와 민주당이 찬성해 통과될 수 있죠) 매카시 의장은 사임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폐쇄가 되더라도 의장직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연방정부 폐쇄 확률이 90%로 높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셧다운 사태가 몇 달 동안 이어질 것처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10월 1일 정부가 폐쇄되면 정치적 압력으로 2~3주 이내에 양당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양당이 합의할 수 있는 건 잠시 폐쇄를 미룰 수 있는 임시예산안일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폐쇄가 2~3주 만에 끝난다 해도 12월 전에 다시 셧다운이 재발할 우려가 있다. 올해 한 차례 이상의 셧다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전망했습니다.
과거 정부 폐쇄가 발생하면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국채 금리가 하락했었습니다. 안전자산 매수 수요가 생긴 것이죠. 경기 둔화 가능성도 커지고요. 그런데 지금 폐쇄가 확실시되는데도 금리가 고삐 풀린 듯 오르고 있습니다. 이에 주기적으로 셧다운과 부채한도(채무불이행) 사태를 반복하는 미 정치권에 대한 채권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JP모건은 "양당의 미국 통치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식된다면 향후 몇 주 동안 국채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피치가 그런 미국 정치 시스템을 지적하며 지난 8월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이번 주 무디스도 셧다운 사태 장기화는 신용등급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경고했죠.
▶골드만삭스는 "최근 국채 장기 금리의 급등세는 지난봄에 있었던 은행들의 채권 미실현 손실에 대한 걱정을 다시 되살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지난 3월 금리가 급등(채권 가격 급락)하자 국채 등 채권을 대거 보유한 은행들은 막대한 미실현 손실을 안게 됐죠. 그게 실리콘밸리 은행(SVB) 파산을 부르면서 은행 위기로 번졌었습니다. Fed가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을 만들어 이들 채권을 시가가 아닌 액면가로 담보가치를 인정해 그만큼 대출해주면서 위기를 수습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보다 지금 금리가 더 올랐고, 은행들의 미실현 손실은 자꾸 더 커지고 있습니다. ▶'비관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글로벌 리서치 헤드는 "지금 상황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2008년과 같다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경제 스트레스의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 주기에 긴축 통화정책으로 인한 시차가 길어져서 연착륙 희망이 확산하고, 심지어 노랜딩이라는 안일한 주장까지 나왔다. 그러나 지난 6개월 동안 높아진 금리와 계속된 양적 긴축(QT)에 따른 역풍은 지속해서 더 강해졌다. 특히 저소득층의 경우 잉여저축은 이제 사라졌다. 높은 주가로 인한 '부의 효과' 중 일부는 마찬가지로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라고 썼습니다.
▶경기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신용평가사들도 자주 보입니다. 무디스는 "미국의 소비자 지출 성장률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둔화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대출 품질이 악화하고 있는데 이는 몇몇 대출 시장에서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피치도 "4분기에는 노동시장이 둔화하고 임금 상승률도 감소하면서 소비 지출이 눈에 띌 만큼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 보고서를 냈습니다.
▶UAW는 오는 금요일 또다시 파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요구 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매주 파업 사업장을 늘리면서 자동차 3사를 압박하는 전략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파업 장소를 찾아 "당신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 포기하지 말고 버텨라"라고 응원했었습니다. 자동차 분야의 베스트 애널리스트인 모건스탠리의 애덤 조나스 애널리스트는 "노조와 3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보면 이번 파업이 얼마나 길어질지 정말 예상하기 힘들다. 우리가 보기엔 임금을 30~40% 올려주기 전에도 3사가 대량의 전기차를 낮은 가격에 생산해 이익을 낼 수 있을지 능력에 대해 의심해왔다. UAW의 과도한 요구는 이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내려가던 주가는 오후 2시 반부터 반등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이벤트가 발생한 것은 아닙니다. 곳곳에서 저가매수를 외치는 주장이 쏟아졌습니다. 짧은 기간에 너무 하락해서 과매수가 발행했고, 이제 암울한 9월이 끝나간다는 것이죠.
▶JP모건 트레이딩 데스크는 " 거시 경제 데이터는 안정화(개선)되고 있고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3분기 어닝시즌과의 조합으로 인해 다시 전술적으로 강세장 뷰로 전환한다(shifting back to being tactically bullish). 이번 주에 더 많은 하락세가 있을 수 있지만 이제 매수로 전환한다. 금요일과 다음주에 저가 매수(buy the dip)하라. 기술주로부터 나올 상당한 주당순이익(EPS) 성장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이 기술주 공매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증시 바닥을 찾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될 수 있지만, 연말까지는 잠재적으로 5~7% 이상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트레이딩 데스크도 저가매수를 주장했습니다. 골드만은 나스닥 지수가 올해 고점보다 10% 이상 하락하자 "이는 지난 1년 동안 자주 발생했던 일이고 나스닥 지수는 지금 (반등했던) '그 영역'에 있다. 강세론자들은 이제 더 유리해진 배경을 주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즉 이달 증시에 주요 부담으로 작용해온 미국자동차노조(UAW) 파업, 중국의 경제 부진, 연방정부 폐쇄 등은 앞으로 긍정적으로 해결될 기회가 있고, 계절성은 이제 긍정적으로 바뀔 것이란 것이죠. 또 11월 1일 마이크로소프트의 AI 프로그램 오피스 코파일럿 출시로 인해 AI 모멘텀도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공매도 전문 투자자인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도 오늘 장중 트위터를 통해 "단기적으로 S&P500 지수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유가와 장기 채권에 대해 매도에 나선다. 오늘 유가는 3% 넘게 뛰었고 10년물 국채 금리는 5bp 넘게 올랐다. 주식은 오르다가 크게 떨어졌다. 유가가 어느 수준(배럴당 95~100달러)이 되면 고유가의 치료제는 고유가가 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유가가 이 수준까지 오르면 경기가 둔화하고 수요가 약화하면서 유가가 내려가기 시작하고 금리도 떨어지면서 단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것이란 얘기입니다. 다만 그는 "투자자 심리가 극단으로 치달아서 지금은 매수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적으로는 경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주식뿐 아니라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JP모건 데스크는 또 "채권 수익률 급증은 인플레이션 관련 상품에 반영된 흐름과 맞지 않는다. 시장 내러티브가 경기침체/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동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 동인의 상당 부분은 펀더멘털에 기인한 게 아닐 수 있다. 우리 모델은 펀더멘털이 이달 금리 상승분의 약 50%만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장기 채권 매수를 주장해온 JP모건의 밥 미셸 글로벌 채권 헤드는 오늘 목소리를 더 높였습니다. 그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나는 점점 더 확신을 갖고 있다. 채권 구매자는 지난 몇 달 동안 상류로 물을 거슬러 왔다는 것을 인정한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경제 데이터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와 금리는 이제 변곡점에 섰다. 우리는 계속 과도한 지출을 해온 소비자를 보고 있으며, 여기서 채권 듀레이션을 추가하면(장기물을 사면) 다시 하류로 쉽게 헤엄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미 재무부가 실시한 490억 달러의 미 국채 5년물 입찰은 잘 끝났습니다. 응찰률은 지난달 입찰(2.54배)과 비슷한 2.52배였고, 낙찰 금리는 4.659%로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 4.671%보다 1.2bp 낮게 형성됐습니다. 금리가 2007년 여름 이후 가장 높게 형성된 데 대해 매수 수요가 나타난 것이죠.
▶UBS는 달러에 대해 "단기 위험은 추가 강세 쪽으로 치우쳐 있지만 앞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달러에 대한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낮춘다"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경제가 탄력적이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가치가 유지될 수 있지만 4분기에는 잉여저축 소진 및 금리와 유가 상승 등이 소비자 지출에 부담을 주면서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죠. 유럽과 중국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주가지수는 보합세로 마감했습니다. S&P500 지수는 0.02% 상승한 4,274.51을 기록했습니다. 다우는 0.20% 하락했지만, 나스닥은 0.22% 올랐습니다. 에너지 업종이 2.51%나 상승했습니다. 엑슨모빌은 거의 3% 상승했고, 셰브런은 1.9% 올랐습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장 마감 뒤 최근 분기(6~8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4분기 매출은 40억1000만 달러로 월가 전망치(39억3000만 달러)를 상회했습니다. 작년 동기(66억4300만 달러)에 비해 39.6% 줄어든 규모지만 직전 분기(37억5200만 달러)보다는 6.9% 늘었습니다. 영업적자는 14억7200만 달러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습니다. 적자 폭은 3개 분기 연속 줄었습니다. 주당순이익(EPS)은 -1.31달러로 월가 전망치 -1.15달러보다 나빴습니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는 "공급 및 비용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2024 회계연도에는 AI가 퍼짐에 따라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이크론은 시간 외 거래에서 3~5% 하락하고 있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2분기 GDP 확정치가 발표됩니다. 미국의 GDP는 세 번에 걸쳐 확정되는데, 7월 말 나온 속보치는 2.4%였지만 8월 말 잠정치는 2.1%로 하향 수정됐었죠. 월가는 2.1% 수치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GDP가 추가로 상당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폐쇄와 함께 Fed의 올해 또 다른 금리 인상을 막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강한 미국 경제 탓에 Fed가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번 주 두 가지 사건이 그런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