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부림 걱정할 판"…'이재명 24일 단식'이 남긴 아수라장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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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키러 국회로 모인 '개딸'
유혈사태·국회 강제 진입 시도 등도 서슴지 않아
李 단식 멈췄어도 "국회, 개딸 만남의 장 될까 우려"
유혈사태·국회 강제 진입 시도 등도 서슴지 않아
李 단식 멈췄어도 "국회, 개딸 만남의 장 될까 우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잖아요. 국회에서까지 '개딸'(이 대표 강성 지지층)이나 칼부림을 걱정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김모 씨(32)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5년 넘게 국회에서 일한 김 씨는 "최근 호신용 스프레이를 사볼까 고민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고 했다. 기자가 '국회엔 경찰이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 씨는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래도 불안하다"고 답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선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팬덤 정치의 현장이 되어 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개딸의 과격한 행동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후 단식 24일째인 지난 23일 단식을 중단했다.
문제는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자들도 과격하게 변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열린 '방글라데시-네팔 어린이와 함께하는 네팔 바자회'에 강성 지지층이 몰려들어 바자회 개최를 항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 단식 두 달 전부터 계획된 행사였음에도 개딸은 바자회 측을 향해 "이 대표가 단식을 하는데 옆에서 음식을 팔고 있냐"며 날을 세웠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이 행사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수박(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을 향해 쓰이는 멸칭)이 이 대표를 죽이고 있다"는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이 대표 단식 16일 차였던 지난 15일엔 민주당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70대 노인 김 씨의 자해 소동이 벌어졌다. 김 씨가 커터칼로 자신의 팔목을 긋겠다는 것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국회 당직자가 팔목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 같은 유혈 사태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언론 공지문을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딸과 오랫동안 소통해 온 이 대표가 전혀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긴 어렵다" 며 "이 대표가 어느 정도 개딸을 위한 판을 깔아준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의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며 "외상값은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당 윤리심판원에 맡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표 지키기'로 단일대오를 재정비한 개딸의 과격한 행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 민주당 비명계 의원은 "경찰이 먼저 나서 주기적으로 의원실에 들러 안전을 확인해 주고 있다"며 "개딸의 문자 폭격으로 핸드폰이 버티지 못하고 방전되기는 일상"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 의원실은 일하지 말라는 취지로 일부러 검은색 이미지를 팩스로 계속 보내는 개딸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비서관 김모 씨(32)가 한숨을 쉬며 한 말이다. 5년 넘게 국회에서 일한 김 씨는 "최근 호신용 스프레이를 사볼까 고민한 게 한 두번이 아니다"고 했다. 기자가 '국회엔 경찰이 지키고 있지 않느냐'고 묻자 김 씨는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 그래도 불안하다"고 답했다.
최근 여의도 정치권에선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국회가 팬덤 정치의 현장이 되어 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단식을 지지하기 위해 모여들었던 개딸의 과격한 행동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후 단식 24일째인 지난 23일 단식을 중단했다.
李 만나러 국회로 모여든 '개딸'
이 대표는 지난 13일 건강 악화로 국회 본청 내 당 대표실로 단식 현장을 옮기기 전까지 국회 앞 천막에서 단식을 진행했다. 이 대표의 단식은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서 생중계됐다. 실시간 댓글에는 "이 대표님 단식 때문에 내가 숨이 멎을 것 같다" "국민들이 행동으로 직접 나서겠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단식 일수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개딸이 이 대표를 찾았다. 수도권 일대를 비롯해 강원·호남·영남 등 지역도 다양했다. 지지자들은 이 대표가 앉아 있는 천막 앞에서 자기소개를 하며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 대표님이 진정한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이 대표에게 절을 올리는 개딸도 있었다.문제는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자들도 과격하게 변했다는 점이다. 지난 7일 국회 소통관 앞에서 열린 '방글라데시-네팔 어린이와 함께하는 네팔 바자회'에 강성 지지층이 몰려들어 바자회 개최를 항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 단식 두 달 전부터 계획된 행사였음에도 개딸은 바자회 측을 향해 "이 대표가 단식을 하는데 옆에서 음식을 팔고 있냐"며 날을 세웠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박용진 의원이 행사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수박(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을 향해 쓰이는 멸칭)이 이 대표를 죽이고 있다"는 폭언을 내뱉기도 했다.
연이은 유혈 사태…국회의장까지 나서 "강력 규탄"
지난 14일엔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50대 여성 김 씨가 단식 농성장에서 흉기를 휘두르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건도 있었다. 이 여성은 이 대표 얼굴이 담긴 현수막을 들고 농성을 하다 이를 제지하기 위한 경찰관 두 명과 몸싸움을 벌였다. 몸싸움 과정에서 경찰관 두 명이 각각 왼쪽 손등과 오른쪽 팔에 상해를 입었다.이 대표 단식 16일 차였던 지난 15일엔 민주당 당 대표실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로 추정되는 70대 노인 김 씨의 자해 소동이 벌어졌다. 김 씨가 커터칼로 자신의 팔목을 긋겠다는 것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국회 당직자가 팔목에 상처를 입기도 했다.
이 같은 유혈 사태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언론 공지문을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국회의장으로서 이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개딸과 오랫동안 소통해 온 이 대표가 전혀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보긴 어렵다" 며 "이 대표가 어느 정도 개딸을 위한 판을 깔아준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李 단식 멈췄지만…여전히 남아 있는 '팬덤 정치' 공포
일각에선 개딸의 '팬덤 정치'가 국회에서 노골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개딸이 강제로 국회 진입을 시도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경찰은 차벽으로 국회 앞에서 개딸을 저지했다. 5번 출구를 제외한 국회의사당역 출구를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도 했다.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가 '체포동의안 가결파 색출'을 본격화하면서 개딸의 과격한 행동이 더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이 대표가 단식을 멈췄지만,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친명계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어서다.정청래 최고위원은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과 한통속이 돼 이 대표의 구속을 열망했던 민주당 가결파 의원들은 참회하고 속죄해야 할 것"이라며 "외상값은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지난 26일 원내대표 보궐선거 의원총회에서 "가결표를 던진 의원들을 당 윤리심판원에 맡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표 지키기'로 단일대오를 재정비한 개딸의 과격한 행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한 민주당 비명계 의원은 "경찰이 먼저 나서 주기적으로 의원실에 들러 안전을 확인해 주고 있다"며 "개딸의 문자 폭격으로 핸드폰이 버티지 못하고 방전되기는 일상"이라고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비명계 의원실은 일하지 말라는 취지로 일부러 검은색 이미지를 팩스로 계속 보내는 개딸도 있다"고 설명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