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의 2형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일라이 릴리 제공
일라이 릴리의 2형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일라이 릴리 제공
‘위고비 –12.4% VS 마운자로 –26.6%’

일라이릴리의 2형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는 아직 비만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했음에도 업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임상에서 위고비보다 더 우수한 체중감량 효능을 보였기 때문이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비만약으로 정식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이대로 비만약 시장을 둔 경쟁의 승자는 릴리로 끝나는 것일까.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이어 양사가 개발 중인 새로운 약물들의 임상 결과를 살펴봤다.

먹는 비만약 승자 누가 될까

전통적인 비만약은 본래 먹는 약이었다. ‘펜터민’이나 ‘큐시미아’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어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됐다. 그에 비해 펩타이드 기반의 ‘삭센다’와 위고비 같은 비만약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약으로 꼽힌다.

단, 매일(삭센다) 또는 일주일(위고비)에 한번 피하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피하주사가 싫은 비만 환자들을 위해 릴리와 노보노디스크 모두 경구용 제형 개발이 한창이다.

개발 속도가 더 빠른 곳은 위고비로 승승장구 중인 노보노디스크다. 같은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경구제형으로 바꾼 ‘리벨서스’가 이미 FDA 승인을 받아 2형 당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용량을 늘리고 비만을 적응증으로 추가하는 것에 대한 승인만 받으면 되는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복용 용량을 기존 최대 14㎎에서 50㎎으로 올린 임상 3상을 진행했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OASIS라 명명된 임상 3a상에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50㎎를 복용했을 때 68주 후 –17.4%라는 체중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위약군에 비해서는 15.1%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릴리는 체중감량을 일으키는 원리는 같지만 펩타이드가 아닌 저분자화합물로 경구용 비만약을 만들고 있다. ‘오르포글립론’이란 이름으로 임상 2상을 진행했으며, 오르포글립론 12㎎~45㎎ 투약해 36주에서 –14.7%(고용량)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업계는 저분자화합물 기반인 오르포글립론이 기존 펩타이드 제제보다 생산이 쉽고 비용이 비교적 저렴할 것으로 예상돼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마운자로 그 다음 주자는?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뒤를 이을 비만약 임상도 진행 중이다. 노보노디스크는 또 다른 펩타이드 약물인 ‘카그릴린타이드’와 위고비를 병용하는 방법을 시험하고 있으며, 릴리는 이중작용제인 마운자로보다 더 강력한 삼중작용제의 임상을 수행 중에 있다.

세마글루타이드가 GLP-1이라는 수용체 하나를 활성화하는 단일작용제라면, 릴리의 신약후보물질 ‘레타트루타이드’는 GLP-1 외에도 GIP와 글루카곤 수용체에까지 세 곳에 모두 작용하는 물질이다.

카그릴린타이드와 위고비 병용요법은 주 1회 피하주사한 임상 2상 연구에서 32주째 -15.6%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 카그릴린타이드만 단독으로 주사하거나, 위고비만 단독했을 때보다 더 뛰어난 효과였다.

레타트루타이드는 임상 2상에서 가장 고용량인 12㎎를 매주 피하주사로 투여했을 때 24주째에 –17.5%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였다. 48주째에는 –24.2%까지 체중감량 효과가 더 높아졌다.

두 제약사 모두 각 치료법에 대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카그릴린타이드와 위고비 병용요법 임상은 ‘REDEFINE3’이란 이름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올해 1월 시작해 4000명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예상 종료 시점은 2027년 10월이다.

릴리는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3상(TRIUMPH-3)을 지난 5월 시작했으며, 예상 종료 시점은 2026년 2월이다. 1800명을 모집해 위약과 2가지 용량의 레타트루타이드를 시험한다는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3일 10시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