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신 기계가 아이를 낳아준다면…영화 '팟 제너레이션'
여성의 삶에서 임신과 출산보다 더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험이 있을까.

임신한 여성은 신체와 심리 변화를 겪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사회적 입지마저 흔들릴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로 인해 어떤 이들은 임신·출산의 과정을 건너뛰고 어딘가에서 '짠'하고 아이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한다.

소피 바르트 감독이 연출한 '팟 제너레이션'은 훗날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이런 바람을 소재로 한 영화다.

근미래 미국 뉴욕이 배경인 이 영화에는 기계가 수정란을 만들어 태아로 발육하는 '자궁 센터'가 있다.

이 덕에 여성들은 달걀 모양의 '팟'에게 임신과 출산을 대신하게 하고 자유롭게 원래의 삶을 누린다.

사람 대신 기계가 아이를 낳아준다면…영화 '팟 제너레이션'
아이를 원하는 30대 커리어 우먼 레이철(에밀리아 클라크 분) 역시 회사의 지원으로 자궁 센터를 방문한다.

팟의 간편함과 안전성에 매료된 그는 무작정 계약서에 사인부터 한다.

남편인 앨비(추이텔 에지오포)는 자신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대리 임신을 결심한 아내에게 화를 낸다.

식물학자인 앨비는 '인공'이란 말이 들어간 모든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과의 교감이다.

아내의 뜻을 꺾지 못한 앨비는 결국 대리 임신 과정에 들어간다.

힘차게 헤엄치는 정자가 난자에 착상해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장면을 생중계로 보며 부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

안정기에 접어들자 두 사람은 팟을 집에 데려와 함께 생활한다.

특히 아내보다 남편인 앨비가 팟과 그 속의 태아를 더 애지중지한다.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해주고 일터에까지 데려간다.

영화 속 여성들이 모두 팟을 통해 아이를 얻는 것은 아니다.

자궁 센터의 대기 시간이 너무 긴 바람에 자연 임신을 택하는 사람도 있고, 비싼 가격 때문에 대리 임신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여론은 팟 덕분에 여성의 몸이 해방됐다는 쪽과 오히려 여성권이 훼손됐다는 쪽으로 갈린다.

사람 대신 기계가 아이를 낳아준다면…영화 '팟 제너레이션'
그러나 영화는 자연 임신이 더 숭고하다거나 기계의 대리 임신이 더 우월하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우리 세계에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보여주면서 여성권과 생명권, 기술 발전에 따른 윤리 문제를 생각할 여지를 준다.

영화의 초점은 임신과 출산, 육아를 준비하는 부부에게 맞춰져 있다.

두 사람의 좌충우돌은 자연 임신을 하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미래를 어둡게 묘사한 비슷한 장르의 영화보다 한층 가볍고 코믹하다.

SF와 코미디를 적절히 조합한 영화는 관객이 기계가 점령할 세상을 걱정할 필요 없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익숙한 듯 낯선 미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진짜 자연을 대신해 휴식을 제공해주는 인공 자연이나 신선한 산소를 마실 수 있는 산소 카페, 인공지능(AI) 심리상담소 등 상상만 해왔던 장소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형형색색 진기한 물건들로 꾸며진 도시 덕분에 영상미도 훌륭하다.

10월 3일 개봉. 109분. 12세 이상 관람가.

사람 대신 기계가 아이를 낳아준다면…영화 '팟 제너레이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