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男농구 앞엔 가시밭길…2일 바레인 꺾으면 14시간 후 중국과 8강

오후 9시 바레인전 이기면 다음날 오후 1시 경기…떠오르는 '도하의 아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남자농구 추일승호가 승리를 기대했던 일본에 '충격패'를 당하면서 대진 '난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 농구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2일 오후 9시 중국 저장성 항저우의 저장대 쯔진강 체육관에서 바레인과 8강 진출 결정전을 치른다.

지난달 30일 일본과 조별리그 D조 3차전을 잡아 조 1위를 차지했다면 곧바로 8강에 직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을 한 명도 보내지 않은 '2군' 일본에 경기 내내 끌려다니다가 77-83으로 패하면서 보다 어려운 대진을 받게 됐다.

바레인이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전력은 추일승호보다는 한 수 아래다.

바레인은 조별리그 C조에서 태국은 76-60으로 잡았지만, 필리핀(61-89)·요르단(60-84)에 크게 져 조 3위로 처졌다.

바레인을 꺾으면 만나는 8강전 상대는 하필 개최국 중국이라는 점이 문제다.

농구가 인기 스포츠인 중국의 홈팬들이 추일승호를 향해 일방적 응원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최고 센터 저우치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중국 선수들도 사력을 다해 경기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악재는 이 대진을 받으면서 대표팀의 휴식 시간이 크게 줄었다는 사실이다.

바레인을 꺾으면 중국과는 3일 오후 1시에 맞붙는다.

바레인전이 끝나는 2일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보면, 정확히 14시간 후에 중국전이 시작된다.

B조 1위인 중국과 맞붙는 팀을 정하는 경기가 8강 진출 결정전 중에 가장 늦은 시간에 열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반면 중국과 이 경기 간 승자의 맞대결은 8강 4경기 중 가장 이른 시간에 배정됐다.

결국 한국 대표팀은 2일 바레인과 경기 후 제대로 못 쉬고 중국전에 임해야 한다.

바레인이 끝나는 시간이 늦은 밤이라는 점을 볼 때 사실상 눈만 붙이고 일어나 중국전을 준비해야 하는 셈이다.

바레인전에 지면 곧장 짐을 싸야 하는 대표팀으로서는 이 14시간 사이에 어떻게든 중국전까지 대비해야 하는 난제를 받았다.

이번에 8강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표팀은 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이후 처음으로 4강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는 오명을 안는다.

1954 마닐라 대회부터 농구 종목에 출전한 한국이 4강행에 실패한 경우는 2006 도하 대회뿐이었다.

메달을 따지 못한 것도 1958 도쿄 대회 이후 이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은 한국 농구의 '한계'를 여러 면에서 노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 FIBA 아시아컵 이후 2026년까지 예정된 국제 대회가 이번 아시안게임뿐인데도 전력을 집중하지 못했다.

'포워드 농구'에 능한 추 감독이 대표팀 수장이 됐지만, 활용할 포워드 자원은 소속팀 집중·부상 등 각종 사유로 모두 사라졌다.

한국 농구 사상 기동력·높이를 모두 갖춘 2ｍ 포워드들이 가장 많이 배출된 시기에 일어난 일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철학인 포워드 농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추 감독은 '세계 농구 흐름'을 좇겠다는 취임 포부와 달리 가드·빅맨으로만 꾸려진 선수단에서 선진 농구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끊임없이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무려 41개의 3점을 쐈다.

이는 빅맨 2명을 코트에 내보며 골 밑 공격을 주로 시도했던 우리나라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고, 결국 전력상 한 수 아래라는 평을 뒤집고 승리를 따냈다.

추일승호로서는 일본전 패배로 불거진 비판 여론을 잠재우려면 '가시밭길'을 헤치고 다시 순항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