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 유한 '렉라자' 병용 '마리포사' 성공…시장성 가늠 지표는
유한양행의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신약 반열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 얀센이 이중항체 신약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비반타맙)와 렉라자를 함께 활용한 '마리포사' 임상시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확인하면서다.

얀센, 마리포사 1차 지표 충족

1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J&J)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마리포사 3상시험에서 목표로 했던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얀센이 주도한 마리포사 연구는 EGFR 변이 진행·전이성 비소세포폐암으로 진단 받았지만 다른 치료제를 활용한 적 없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리브레반트와 렉라자를 투여해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GFR 특정 돌연변이(엑손 19결손, 엑손21 L858R 치환)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1074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됐다. 임상 참여 환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리브레반트 정맥주사를 맞고 하루 세 번 렉라자를 복용하도록 했다.

비교를 위해 활용한 대조군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하루 한 번 복용하면서 위약(렉라자 플라시보)을 하루 세 번 복용하도록 했다. 렉라자 단독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한 그룹은 렉라자를 하루 세 번 복용하면서 위약(타그리소 플라시보)을 한 번 복용하도록 했다. 1차 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는 타그리소와의 정면 대결에 나선 것이다.

PFS 의미있게 개선, OS도 가능성 확인

마리포사 연구 임상대조군.
마리포사 연구 임상대조군.
이번 임상시험에서 1차 지표로 삼은 것은 무진행생존기간(PFS)이다. 관찰 기간은 최대 42개월이었다. 얀센은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투여 환자의 PFS가 타그리소 투여군보다 임상적으로 의미있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안전성 면에선 기존 임상시험과 차이가 없었다.

2차 평가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 전체생존기간(OS)은 아직 분석이 마무리 되지 않았다. 얀센은 이번 임상시험에서 OS를 최대 60개월까지 살펴보도록 설정했다. 다만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병용 투여가 타그리소 투여군보다 우수한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피터 레보위츠 얀센 글로벌 치료제부문장은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통해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병용 조합이 표준 치료법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높였다"며 "두 치료제가 종양 발생 경로를 억제하고 면역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질병에 접근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알렉산더 스피라 버지니아 암연구소 소장은 "EGFR 변이 폐암 1차 치료 환자는 그동안 EGFR 티로신키나제억제제(TKI)를 활용했지만 이를 단독 치료제로 쓰면 내성이 생기고 질병이 진행한다"며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병용 요법이 TKI 단일치료제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했다.

20일부터 열리는 ESMO에 쏠린 눈

얀센은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마리포사의 구체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오는 23일 오후 5시35분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직접 마리포사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시간으론 24일 자정을 지난 때다.

업계에선 리브레반트와 렉라자의 조합이 얼마나 PFS를 연장해주느냐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존 1차 치료제 시장에 타그리소가 이미 진입한데다 PFS도 많이 연장했기 때문에 시장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타그리소는 이번 임상시험과 유사한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단독 임상시험에서 PFS 18.9개월을 기록했다. 지난달 11일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공개한 플라우라2 연구에선 화학항암제와 병용투여 했을 때 25.5개월로 좀더 나은 PFS를 보였다.

지난해 말 렉라자 단독 요법을 통해 보고된 PFS는 20.6개월이다.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조합은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를 통해 일부 가능성을 확인했다.

당시 이세훈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폐암 환자 20명을 대상으로 33.6개월 추적관찰한 결과 '추정 PFS' 1년 환자 비율은 85%, 2년은 65%, 3년은 51%라고 발표했다. 절반 넘는 환자가 3년 넘게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올해 ESMO에서 얀센이 리브레반트와 렉라자 조합으로 PFS 36개월을 넘기는 데이터를 낼 수 있을 지 주목하는 이유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이 기사는 2023년 10월 1일 16시 1분 <한경 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