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가 그린 피카츄 자화상?...'고흐 붐' 일으킨 포켓몬 전시
50년 역사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문을 열기도 전부터 미술관 입구에 긴 대기줄이 늘어서는가하면, 미술관 굿즈는 판매 시작 하루도 채 안 돼 '완판'됐다.

'고흐 붐'을 일으킨 건 다름아닌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 지난달 28일 반 고흐 미술관에서 막을 올린 포켓몬 콜라보레이션 전시 때문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반 고흐 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전으로 포켓몬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택했다. 미술관 측은 "생전 고흐가 일본 미술에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의 대표 애니메이션과 손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이어진다.

전시장엔 고흐의 대표작과 포켓몬 캐릭터를 합친 작품들이 걸려있다. 고흐의 '회색 펠트모자를 쓴 자화상'(1887)을 오마쥬한 '피카츄 자화상'이 대표적이다. 고흐 특유의 강렬한 색감과 붓터치로 그려낸 피카츄 자화상은 공개되자마자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흐가 그린 피카츄 자화상?...'고흐 붐' 일으킨 포켓몬 전시
고흐가 자신의 방을 그린 '아를의 침실'(1889)은 포켓몬 캐릭터인 잠만보와 먹고자의 방이 됐다. 침실에선 잠만보가 잠을 자고 있고, 먹고자는 감자를 먹기 위해 입을 앙증맞게 벌리고 있다. 탁상 위에 올려진 포켓몬볼, 창문 밖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고 있는 푸린 등 '포켓몬 팬'들을 위한 디테일도 숨어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SNS엔 미술관 굿즈샵이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 있고, 사람들이 굿즈를 서로 사가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는 영상까지 올라왔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리셀러들이 비싼 값에 굿즈를 되팔기 위해 '사재기' 하는 현상까지 생기면서 미술관이 사과문을 올리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거장과 애니메이션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지난 7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 화백의 유족이 운영하는 환기미술관은 김환기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카카오프렌즈와 손을 잡았다. 카카오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과 춘식이가 시간여행을 통해 김환기 화백을 만나는 애니메이션을 선보였다.
고흐가 그린 피카츄 자화상?...'고흐 붐' 일으킨 포켓몬 전시
미술계 관계자는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거장과 요즘 인기 있는 캐릭터의 신선한 만남을 통해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