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의 폐암 표적항암제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갔다. 미국 제약사 얀센이 항암제 ‘리브레반트’와 렉라자를 함께 활용한 ‘마리포사’ 임상시험에서 성공적 결과를 확인하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존슨앤드존슨 제약부문 자회사 얀센은 최근 마리포사 3상 시험에서 목표로 삼았던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특정 유전자(EGFR) 변이가 있는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임상시험은 렉라자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핵심 연구로 꼽혔다. 유한양행이 2018년 얀센과 맺은 최대 1조4000억원 규모 기술수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시험은 폐암의 한 종류인 비소세포 폐암으로 진단받았지만 다른 약을 쓴 적이 없는 환자 107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얀센은 리브레반트와 렉라자를 함께 투여하면 기존 치료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만 투여할 때보다 암 진행 속도를 늦춰 무진행생존기간(PFS)이 길어진다는 것을 입증했다. 새 치료법이 환자들의 생존기간(OS)을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확인했다. 구체적 수치는 스페인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23일(현지시간) 오후 발표된다.

얀센이 임상 3상시험에 성공하면서 시판 일정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내년 말이나 2025년께 출시하는 게 목표다.

이들에 앞서 출시된 타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은 54억달러(약 7조3000억원)다. 얀센은 2021년 리브레반트를 선보였지만 허가 범위가 작아 EGFR 변이 환자의 10% 정도에게만 쓸 수 있었다. 렉라자와 함께 투여하면 활용 가능한 환자가 85% 이상으로 증가한다.

후발 주자인 리브레반트와 렉라자의 시장성은 효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기존 치료제보다 PFS 등을 얼마나 연장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는 의미다. 타그리소를 복용한 폐암 환자의 PFS는 18.9개월이다. 타그리소와 화학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땐 25.5개월로 조사됐다. 렉라자만 투여한 환자의 PFS는 20.6개월이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