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글로벌 시대의 개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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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이 신화 속 인물인지 실존 인물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단군 왕검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념하는 개천절은 5대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중 연원이 가장 오랜 경축일이다. 예로부터 함경도 등에선 음력 10월 3일에 단군 탄신을 축하하는 ‘향산제(香山祭)’를 올렸다.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대종교는 1909년부터 이날을 ‘개천절’ ‘개천경절(慶節)’로 기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19년 이날을 ‘대황조(大皇祖) 성탄 및 건국기원절’이라는 국경일로 제정한 것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 중 많은 이들이 대종교 신자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일제의 민족종교 탄압을 피해 만주로 본거지를 옮긴 대종교는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섰다. 청산리대첩에 참여한 북로군정서의 서일, 현천묵, 김좌진, 이범석 등이 대표적이다. 1932년 일제가 괴뢰정권 만주국을 세운 뒤에는 수많은 대종교인이 투옥돼 순국하거나 옥중에서 광복을 맞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단군기원’, 즉 단기를 국가 공식 연호로 법제화한 것, 이듬해 양력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한 것, ‘홍익인간’을 교육의 공식 이념으로 채택한 것 등은 이런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훗날 대종교 총전교(최고지도자)를 지낸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의 역할도 컸다. 실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중국 요임금의 개국 연도를 근거로 추정한 ‘기원전 2333년’이라는 단국의 개국 연대나 개국일이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단군사상이 국가적 위기극복의 매개체, 민족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민족, 다인종이 뒤섞여 사는 글로벌 시대에 민족국가의 기원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5000년 전부터 상생과 조화의 홍익인간 사상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앞으로도 널리 기리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개천절을 대하는 요즘의 세태는 아쉽기 짝이 없다. 대통령의 개천절 경축식 참석이나 경축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들은 물론 30~40대 중에도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샘)이 있고/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로 시작하는 개천절 노래를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단군기원’, 즉 단기를 국가 공식 연호로 법제화한 것, 이듬해 양력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한 것, ‘홍익인간’을 교육의 공식 이념으로 채택한 것 등은 이런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훗날 대종교 총전교(최고지도자)를 지낸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의 역할도 컸다. 실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중국 요임금의 개국 연도를 근거로 추정한 ‘기원전 2333년’이라는 단국의 개국 연대나 개국일이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단군사상이 국가적 위기극복의 매개체, 민족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민족, 다인종이 뒤섞여 사는 글로벌 시대에 민족국가의 기원이 뭐가 중요하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5000년 전부터 상생과 조화의 홍익인간 사상이 이 땅에서 시작됐다는 것은 앞으로도 널리 기리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개천절을 대하는 요즘의 세태는 아쉽기 짝이 없다. 대통령의 개천절 경축식 참석이나 경축사가 사라진 지 오래다. 아이들은 물론 30~40대 중에도 ‘우리가 물이라면 새암(샘)이 있고/우리가 나무라면 뿌리가 있다’로 시작하는 개천절 노래를 모르는 이가 대부분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