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광 브이알크루 대표는 2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강현실(AR)은 현실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최혁 기자
최성광 브이알크루 대표는 2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증강현실(AR)은 현실을 풍요롭게 하는 일상의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최혁 기자
“국내에선 메타버스가 잘못 쓰이고 있어요. 진짜 메타버스는 가상인간이 가상공간에 머무는 제페토 같은 게 아닙니다.”

최성광 브이알크루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디지털트윈을 통해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3차원 인터넷 환경 즉 ‘공간 컴퓨팅’에서의 인터넷을 의미한다”며 “방점은 가상이 아니라 현실에 찍힌다”고 말했다. 이어 “공간 컴퓨팅은 PC, 모바일을 잇는 새로운 컴퓨팅”이라고 강조했다.

보통은 고객의 문제를 풀기 위해 창업에 뛰어들지만, 최 대표는 이런 ‘창업의 정석’과는 거리가 멀다. 한성과학고를 졸업하고 포스텍 물리학과를 자퇴한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모바일 가상현실(VR)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다 2019년 모바일기술대상에 출전해 개인 자격으론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미래의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2020년 2월 브이알크루를 설립했다.

최 대표는 “빌 게이츠도 인터넷이 뭔지 모를 때 인터넷을 만들겠다고 나서 조롱받았다”며 “인터넷의 미래가 공간 컴퓨팅이라면 여기에 집중하는 게 당연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어릴 때부터 근본적인 것을 좋아한 그는 물리학에 빠져들었다. 최 대표는 “세상을 원자라는 물질 하나로 설명할 수 있는 게 물리학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통찰하는 상상력은 공간 컴퓨팅 기술회사 창업으로 이어졌다.

최 대표는 공간 컴퓨팅의 열쇠는 정밀한 위치인식기술(VPS·visual positioning system)이라고 봤다. 차세대 GPS로 불리는 VPS 기술이 발전할수록 가상과 현실을 정확하게 포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브이알크루는 국내에서 가장 오차가 작은 VPS 기술을 보유한 회사”라며 “기존 이미지 기반 VPS는 오차가 크기 때문에 공간의 형태에 기반한 측위 기술에 착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11월 국내 VPS 중 최초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공인인증 획득을 준비하고 있다.

브이알크루는 VPS 기술력을 바탕으로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르노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와 차량용 혼합현실(MR) 게임 콘텐츠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중국 AR 글라스 제조사 엑스리얼(옛 엔리얼)에 브이알크루 게임이 장착되면서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최 대표는 “차량에서 MR 게임을 즐기려면 내부와 외부에서 끊김 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차량 내외부에서 연속으로 작동하는 유선 AR 글라스용 게임 콘텐츠를 내년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브이알크루는 궁극적으로 공간 컴퓨팅을 구동하기 위한 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내년 말 클라우드 기반 OS 베타 버전을 출시해 국내 한 대학에 적용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AR 글라스를 착용하면 현실에 포개진 디지털트윈을 통해 사물에 접속하거나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며 “집과 사무실, 빌딩과 도시가 살아있는 컴퓨터가 되는 공간 컴퓨팅이 구현될 것”으로 내다봤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