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져도 잘생긴 강동원, 거침없이 맞고 구른다
강동원이 두 눈을 뒤집어 깐다. 문득 수상한 기운을 느낀 듯 손가락으로 마당에 있는 돌 조각상을 가리킨다. “저놈이 문제야!” 그가 조각상을 향해 칼을 던지자, 마당에 바람이 불고 조각상이 피를 토한다.

이건 모두 다 가짜다. 엉터리 퇴마사 ‘천박사’(강동원 분)가 미리 준비한 연출이다. 사실 그는 정신과 의사다. 문제의 원인은 귀신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다고 믿는, 그래서 적당히 듣기 좋은 말만 해주고 돈만 벌면 된다고 믿는 ‘사짜’다.

‘거미집’ ‘1947 보스톤’과 함께 추석 연휴 ‘한국영화 빅3’로 꼽힌 ‘천박사: 퇴마연구소’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중 지금까지 성적만 놓고 보면 천박사가 단연 1등이다. 개봉 5일 만인 지난 1일 세 편의 영화 중 처음으로 100만 관객을 넘겼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등 굵직한 대작의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이 처음으로 총연출을 맡은 천박사는 오락영화의 공식을 철저히 따른다. ‘가짜 퇴마사’라는 코믹한 콘셉트, 주인공 옆에서 감초 역할을 해주는 조수, 거기에 진짜 귀신을 보는 미스터리한 인물과 악당의 등장, 주인공의 숨겨진 사연까지. 예측 가능하고 어딘가 뻔한 줄거리가 이어진다. 깊은 감정 연기나 심오한 메시지는 찾아볼 수 없다.

원제였던 ‘빙의’ 대신 코믹함이 엿보이는 ‘천박사: 퇴마연구소’로 제목을 바꾼 것은 가족 단위 관람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다. 기생충 지하실 부부, 블랙핑크 지수, 박정민 등 반가운 얼굴의 카메오를 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다.

돋보이는 건 강동원의 액션이다. “최대한 내가 맞고 굴러다녀야 관객이 좋아할 것 같았다”던 그는 실제로 러닝타임 내내 맞고, 도망치고, 구른다. 문경의 작은 마을에서 4일간 찍은 추격신, 동굴에서 벌이는 범천과의 칼싸움 등 다양한 액션신으로 98분을 채웠다. 요즘 영화치고는 짧고 가벼운,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는 영화다. 어쩌면 요즘 관객들은 이런 영화를 기다려왔을지도 모른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