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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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당 엔화 가치가 150엔 수준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잇따라 연말 엔화 가치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150엔 뚫리면 日銀 또 시장 개입 나설 듯
2일 오후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49.83엔까지 하락했다. 작년 10월 21일 이후 1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엔화 가치가 3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작년 10월 수준에 근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과 일본의 실질금리 차이가 줄지 않는 것이 엔화 가치가 하락하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본은행만 마이너스 금리 등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주요국 평균 기준금리와 일본의 금리 차는 약 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 때문에 외환시장 투자가들이 달러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이 지난 7월 말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연 0±0.5%이던 장기 기준금리를 연 1%로 사실상 인상하면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778%까지 올랐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공개시장조작 정책에 나서는 등 급격한 금리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과 주요국의 금리 차이는 줄어들기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2개월째 계속되던 엔저(低)의 흐름이 순식간에 멈추기도 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9월 9일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 시점에 대해 “경기와 물가가 상승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이후에도 2% 물가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해제)할 것”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 우에다 총재의 발언은 일본은행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인터뷰 뒤인 11일엔 달러당 엔화 가치가 146.2엔으로 전날보다 0.8%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9월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우에다 총리가 “아직 안정적으로 물가 안정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필요할 경우 추가적인 완화 정책도 주저하지 않고 실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흐름이 바뀌었다.

일부 전문가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 밑으로 떨어지면 일본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 가치가 작년 10월 150엔 수준까지 떨어지자 일본은행은 9월 22일, 10월 21일, 10월 24일에 총 9조1000억엔(약 83조원) 규모의 엔화 매수 방식의 시장 개입을 시행했다. 다만 당시에도 시장 개입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어 일본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도 엔화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8월 25일 보고서를 통해 달러당 엔화 가치를 3개월 후 150엔, 6개월 후 155엔으로 낮춰 잡았다. 엔화 가치가 3개월 후 140엔, 6개월 후 135엔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 기존 전망을 크게 하향 조정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도 8월 23일 낸 보고서에서 올 연말 달러당 엔화 가치가 15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 145엔보다 5엔 하향 조정했다.

안상미 기자/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