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세계 3대 채권지수인 세계국채지수(WGBI) 조기 편입에 실패했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GBI를 관리하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지난달 28일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기존처럼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의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불발한 것이다.

FTSE 러셀은 “한국 시장 당국은 시장 구조와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몇 가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며 “향후에도 시장 참여자들과 제도 개선의 진행 상황, 효과를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당국의 제도 개선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이행 상황 등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WGBI는 23개 주요국 국채가 편입된 선진 채권지수다. 블룸버그 바클레이스 글로벌 국채지수(BBGA), JP모간 신흥국 국채지수(GBI-EM)와 함께 세계 3대 지수로 꼽힌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만 올해 3월 기준 2조5000억달러(약 3246조원)에 달한다.

FTSE 러셀은 국채 발행 규모(500억달러 이상), 국가신용등급(S&P 기준 A- 이상, 무디스 기준 A3 이상), 시장 접근성 등을 따져 매년 3월과 9월 WGBI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WGBI 편입을 추진해왔다. 작년 9월 정량 평가 기준을 모두 충족하며 관찰대상국 목록에 올랐다. 당시 정부는 “이르면 내년 중 WGBI 편입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이어 9월에도 편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관찰대상국 등재 이후 WGBI 최종 편입까지는 통상 2년가량이 소요된다. 중국은 2019년 3월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후 2021년 3월 편입됐다.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연간 최대 1조1000억원의 이자 비용이 절감되고 90조원가량의 외화 자금이 국내에 유입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