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요 예술감독 인터뷰…내달 예술의전당서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몬테카를로 발레단 "세트는 단순하고 소품은 거의 사용 안 하죠"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던 발레를 보여주는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무대는 벽과 바닥이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조명의 색이나 빛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입체적인 무대가 연출된다.

텅 비다시피 한 공간 속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력이 넘친다.

세계 정상급 컨템퍼러리 발레단으로 꼽히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이달 13∼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인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이 한국을 찾는 것은 2019년 '신데렐라' 내한 공연 이후 4년 만이다.

현대발레의 거장'으로 불리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 장-크리스토프 마이요는 2일 연합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의 의미에 대해 "우리가 모두 경험한 강력한 감정을 최대한 진정성 있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품에서 안무가 '보여주기 위한 예술'이 되지 않도록 하려고 애쓴다.

관객이 시대를 초월해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래서 무대 디자인은 매우 단순하고, 소품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때로는 무용에 대한 전통적인 시각과 모순되는 형태의 사실주의를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세트는 단순하고 소품은 거의 사용 안 하죠"
마이요의 무대는 전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신선함으로 가득하다는 평을 받는다.

4년 전 내한해 보여준 '신데렐라' 역시 디즈니의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보여줘 호평받았다.

무대에는 신데렐라를 상징하는 황금마차도 유리구두도 없었다.

이번에 선보이는 '로미오와 줄리엣'은 1996년 12월 몬테카를로 오페라극장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줄거리 묘사보다는 사랑과 죽음의 재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로미오가 줄리엣의 사촌 티볼트의 목을 조를 때는 무대 전체가 슬로비디오 화면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마이요는 죽음을 비중 있게 다룬 이유에 대해 "죽음은 모든 비극의 원동력"이라며 "죽음의 필연성 때문에 우리는 선택하게 되고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답했다.

공연에서는 로미오의 뺨을 때리는 줄리엣, 입맞춤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로미오의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마이요는 이런 장면들은 누구나 겪었던 감정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파드되에 대해 누군가 이런 말을 했어요.

'안무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무용수가 미친 듯이 사랑에 빠졌고, 언젠가 나도 그랬었던 것을 기억한다'고요.

이것이 바로 제가 보여주고 싶은 춤이에요.

"
몬테카를로 발레단 "세트는 단순하고 소품은 거의 사용 안 하죠"
마이요는 무용수들에게 섬세한 연기를 요구하고, 이런 연기가 가능한 무용수만 작품에 발탁하는 엄격한 캐스팅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공연에는 2016년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해 현재는 수석무용수로 활약하는 한국 발레리노 안재용이 출연한다.

마이요는 "춤은 파트너의 시선에 자신을 내어주는 것이다.

관객이 아닌 파트너로부터 자신을 대면해야 한다"며 "움직임에 담긴 강렬한 감정에 대한 해석은 뛰어난 댄서가 갖춰야 할 역량이고, 공연의 성공을 판가름 짓는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재용에 대해 "우리 발레단의 중요한 솔리스트다.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보여준 무용수"라고 치켜세웠다.

몬테카를로 발레단 "세트는 단순하고 소품은 거의 사용 안 하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