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방·메신저 등 '악성 민원' 통로로 악용돼와
"교사와 학부모·학생 관계, 좀 더 어려울 필요 있어"
달라진 학교 분위기…학부모 상담주간 취소하고, 카톡방 없애고
교권 침해를 당했던 교사들의 잇따른 죽음에 사회적 분노가 커지고 '교권보호 4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앞둔 가운데, 학교 현장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악성 민원'의 통로로 악용됐던 카톡방을 없애고, 학부모와의 상담 의무를 줄이는 등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고 교권을 보호하려는 대책이 속속 시행되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매 학기 진행하던 '학생·학부모 상담 주간'을 수시 상담으로 바꾼다는 가정통신문을 보낸 학교가 지난달부터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는 3월과 9월 등 매 학기 특정 기간을 지정해 교사와 학생·학부모 의무상담을 실시했으나, 교사들의 부담이 커지자 이를 없앤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7월 18일 서울 서초구에서 신규 교사가 학부모 민원 등에 시달리다가 세상을 떠난 후 교권 보호 목소리가 커지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상담 주간은 보통 학기 초 일주일가량 진행되는데, 많이 몰리면 하루에 5∼6건의 상담이 이뤄져 교사들이 업무 부담이 크다고 호소해왔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9월 초는 의무상담 기간이라 부담이 크다.

학부모 20여명과 만나거나 전화로 상담해야 한다"며 "하루에 6명 이상 상담이 몰릴 때도 있고, 민원을 응대하기도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바뀐 학교 현장에서는 수시 상담 신청을 위해 학부모가 사전에 교무실이나 업무용 메신저인 '하이톡' 등을 통해 연락해 날짜를 조율해야 한다.

상담은 수업 시간 이후에만 가능하다.

한 학교는 이번 학기 초에 "상담 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상호 존중 분위기를 조성해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달라진 학교 분위기…학부모 상담주간 취소하고, 카톡방 없애고
일부 학교에서는 '악성 민원'의 통로로 악용돼 온 하이톡이나 오픈 채팅방을 없앴다.

많은 교사들은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기보다는 하이톡, 채팅방 등을 이용해왔다.

그러나 이 또한 업무 부담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모든 소통 채널을 '교무실'로 일원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이초에서 사망한 신규 교사의 경우 수업 중에도 하이톡으로 학부모들의 민원을 받았다고 한다.

학부모들에게 수업 중 하이톡 연락을 지양해달라는 공지를 보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심지어 한 학부모는 고인의 개인 휴대전화로 오후 9시에 장문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초등교원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에서 한 초등교사는 "학생-교사, 학부모-교사 관계는 애초에 공적인 관계이고, 관계가 좀 더 어려울 필요도 있다.

'소통'을 명분으로 문턱을 낮춘다고 마냥 좋은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하이톡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하이톡을 쓰면 수업 중과 퇴근 후 수시로 연락에 노출된다.

과도한 서비스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며 "예전에는 사회에서 교사에 요구하는 의무가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서울 초등학교 관계자는 "우리 반에서 특별히 운영하고 싶은 교육과정이 있을 때 학부모를 상담 주간에 만나 1대 1로 설득하면 그 학부모를 지지자로 만들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며 "사실 민원이 없는 평범한 학부모도 많은데, 만남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 좋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