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용 30% 차지하는 항공유 소비량↑…환율 10원만 올라도 손해 막심
대형항공사들 부담 가중…안심하지 못하는 저비용항공사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최대 성수기로 꼽히는 3분기를 맞은 항공사들은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고유가와 고환율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 항공사(FSC)들은 3분기 유류비 증가와 화물 수익 저하 등의 악재로 곤욕을 치렀겠지만, 리오프닝 효과를 톡톡히 누려 온 저비용항공사(LCC)들은 그나마 선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 세계 항공유 가격 급등에 영업비용 부담 커져
3일 에너지 및 원자재 정보제공업체 'S&P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지난달 9∼15일 세계 항공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35.18달러다.

올해 들어 최저가를 기록한 5월 말과 비교해 50%가량 오른 것이다.

항공유는 통상 항공사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인 30%가량을 차지한다.

그만큼 수익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영업비용 5조8천483억원 가운데 1조9천853억원(33.9%)이 연료비로 소모됐다.

아시아나항공도 상반기 영업비용 2조8천240억원 중 9천617억원(34.0%)을 연료비로 썼다.

3분기는 애초 항공기 운행이 많아 항공유 소모량이 많은 데다,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 만큼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은 더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반기보고서에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이 약 2천600만 배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약 2천600만달러(약 350억원)를 더 소비하는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공개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연평균 유류 소모량은 약 863만9천배럴이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만 올라도 86억원을 더 써야 한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 계속되는 고환율 부담…화물 수익 줄어 '울상'
원/달러 환율이 1천300원을 상회하는 고환율이 지속되는 점도 항공업계에는 부담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은 유가 옵션 계약과 유류할증료 인상 등을 통해 그나마 줄일 수 있지만, 항공유와 항공기 리스비 등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항공사 입장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 환차손은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지난 6월 말 기준 순외화 부채는 약 27억달러(약 3조6천억원)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이 10원만 올라도 수백억원의 외화평가 손익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코로나 기간 '화물 특수'를 누렸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 이후 화물 운임 하락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해 더이상 화물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실적 추정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대한항공의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5천15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8천392억원에서 38.6% 감소한 수치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1천778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23% 감소한 것이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 LCC, 늘어나는 해외여행에 호실적…"마냥 좋지만은"
반대로 항공 비수기로 꼽히는 2분기에도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낸 LCC들은 3분기 역시 중·단거리 중심의 높은 해외여행 수요와 공격적인 노선 확장에 힘입어 호실적이 이어졌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유가·고환율에 타격을 입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일본과 동남아, 중화권을 중심으로 폭발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국제선 여객은 622만8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배로 증가했다.

LCC들의 3분기 국제선 여객은 637만1천여명으로 1년 전의 6.5배로 폭증하며 대형 항공사들의 실적을 제쳤다.

이와 관련,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2개월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들의 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제주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은 765억원으로 전망됐다.

6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해 흑자 전환하고, 전 분기 영업이익(231억원)의 3.3배에 달하는 이익을 낼 것이라는 추정이다.

3분기 '항공 성수기'라는데…고유가·고환율 이중고에 발목
티웨이항공도 3분기에 65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분기 영업이익(196억원)의 3.3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 LCC 관계자는 "최근 하루가 다르게 항공유 가격과 환율이 오르고 있어 컨센서스대로 마냥 좋은 상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4분기에는 호실적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