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보 1호' 목조미륵반가상 손가락이 잘린 사연은 [책마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
유홍준 지음
창비
356쪽│2만2000원
유홍준 지음
창비
356쪽│2만2000원
고류지(廣隆寺)는 일본 교토를 방문한 여행객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명소다. 일본 '국보 1호'로 통하는 목조미륵반가상을 보기 위해서다. 의자에 편히 앉아 반가부좌를 튼 보살의 형상이다. 우리 국보 금동미륵반가상과 쌍둥이처럼 닮았다.
지그시 감은 눈과 입가에 감도는 미소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일 사상가 카를 야스퍼스는 "몇십년간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 실존의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광적인 집착으로 바뀌기도 한다. 1960년 이 작품에 매료된 어느 대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불상의 오른손 약지 끝을 3㎝ 정도 잘라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정거장에서 제정신이 들어 그곳에 버리고 하숙집에 돌아왔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광륭사에 사죄하러 갔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는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의 명소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 책이다. 교토는 8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일본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과 신사만 17곳이다. 일본 최대의 관광지 중 하나로 매년 약 900만명의 관광객이 모인다.
관광지나 맛집, 숙소 등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다룬 일반적인 교토 여행서와는 다르다. 보다 깊이 있는 해설로 차별화를 꾀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이전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전 5권) 중 주요 내용을 선별해 한권으로 추렸다. 책은 교토가 수도로 지정되기 이전인 아스카시대(6~8세기)부터 근대에 조성된 명소까지 통시적인 구성으로 역사를 풀어냈다. 452t에 달하는 나라시대 도다이지(東大寺) 대불부터 에도시대(1603~1867) 특유의 돌과 모래로 꾸민 정원, 일본 근대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다이쇼 데모크라시' 학자들의 발자취가 담긴 '철학의 길'까지 다양하다.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도래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교토 곳곳에는 가야의 철과 도기 문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교문화와 조각 기법이 서려 있다. 7세기 쇼토쿠 태자가 기틀을 마련한 호류지(法隆寺)가 그중 하나다. '조선풍 관음상'으로도 불린 백제관음상,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벽화가 이곳에 있다.
책의 기본은 역사서지만, 유려한 문체로 써낸 각 명소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글맛을 더한다. 교토 여행을 앞둔 사람들, 일본 역사에 막 입문하는 독자들한테 권할 만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지그시 감은 눈과 입가에 감도는 미소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독일 사상가 카를 야스퍼스는 "몇십년간 철학자로 살아오면서 이 불상만큼 인간 실존의 평화로운 모습을 구현한 예술품을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아름다움이 주는 감동은 광적인 집착으로 바뀌기도 한다. 1960년 이 작품에 매료된 어느 대학생이 자기도 모르게 불상의 오른손 약지 끝을 3㎝ 정도 잘라 달아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버스 정거장에서 제정신이 들어 그곳에 버리고 하숙집에 돌아왔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다 광륭사에 사죄하러 갔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여행자를 위한 교토 답사기>는 일본의 천년고도 교토의 명소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설명한 책이다. 교토는 8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일본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과 신사만 17곳이다. 일본 최대의 관광지 중 하나로 매년 약 900만명의 관광객이 모인다.
관광지나 맛집, 숙소 등 생활과 밀접한 정보를 다룬 일반적인 교토 여행서와는 다르다. 보다 깊이 있는 해설로 차별화를 꾀했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이전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전 5권) 중 주요 내용을 선별해 한권으로 추렸다. 책은 교토가 수도로 지정되기 이전인 아스카시대(6~8세기)부터 근대에 조성된 명소까지 통시적인 구성으로 역사를 풀어냈다. 452t에 달하는 나라시대 도다이지(東大寺) 대불부터 에도시대(1603~1867) 특유의 돌과 모래로 꾸민 정원, 일본 근대 지성사에 한 획을 그은 '다이쇼 데모크라시' 학자들의 발자취가 담긴 '철학의 길'까지 다양하다.
삼국시대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도래인'의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교토 곳곳에는 가야의 철과 도기 문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불교문화와 조각 기법이 서려 있다. 7세기 쇼토쿠 태자가 기틀을 마련한 호류지(法隆寺)가 그중 하나다. '조선풍 관음상'으로도 불린 백제관음상, 고구려 승려 담징이 그린 벽화가 이곳에 있다.
책의 기본은 역사서지만, 유려한 문체로 써낸 각 명소에 대한 저자의 감상이 글맛을 더한다. 교토 여행을 앞둔 사람들, 일본 역사에 막 입문하는 독자들한테 권할 만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