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놓고 국내외 증권가 일각에선 트럼프 수혜주와 피해주를 가리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대선 후보로 나올 것으로 전망돼서다.

트럼프 또 나오나…신재생·2차전지 '긴장'
3일 미국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를 묻는 주요 여론조사에서 독주하고 있다. 지난달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선 공화당 예비선거인단 59%의 지지를 받았다. 2위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46%포인트 앞섰다.

증권가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전날 뉴욕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는 8.96% 떨어진 52.15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코로나19 봉쇄조치 영향으로 세계 증시가 급락한 2020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관계사인 넥스트에라에너지파트너스는 이날 16.56% 급락했다. 종가 24.74달러로 최근 7년 내 최저가에 거래됐다. 이 기업의 지난 한 달간 하락폭은 48.86%에 달한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친환경 보조금 축소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말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집회에서 “해상 풍력터빈 때문에 많은 고래가 죽는다”며 풍력발전을 맹비난했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사업은 초기 비용이 높고 사업 기간이 길다. 이 때문에 차입 비용에 큰 영향을 주는 정부 보조금과 금리 변화 등에 민감하다.

전기차산업도 미 대선 판도를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주요 외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이길 경우 자동차 관련 각종 환경 규제를 완화하고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투자매체 바론은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 기업에 재앙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직 영업 적자 상태인 루시드그룹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루시드그룹은 지난 한 달간 주가가 12% 내렸다.

국내 증시엔 올 상반기 2차전지 랠리를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변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IRA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IRA 정책에 맞춰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엔 사업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들 3사의 미국 투자금은 45조원에 달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