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편의점 100엔대 상품 '실종'…디플레에도 체감물가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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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포트
20년간 평행선 그리던 식료품값
우크라전쟁 이후 급등…충격 커
'국민간식' 컵누들 155→201엔
정영효 도쿄특파원
20년간 평행선 그리던 식료품값
우크라전쟁 이후 급등…충격 커
'국민간식' 컵누들 155→201엔
정영효 도쿄특파원
“편의점에서 100엔대 상품이 사라졌어요.”
최근 일본인들은 편의점에서 100엔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1~2년 새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도쿄 도심의 편의점과 대형 슈퍼마켓을 차례로 방문해 보니 대다수 상품의 가격표 앞자리가 작년 말과 달라져 있었다.
일본인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끼는 상품은 컵라면과 도시락이다. 1971년 닛신식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컵라면 ‘컵누들’(사진)은 2016년 세계 누적 판매량 400억 개를 돌파한 인기 상품이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답게 작년 5월까지만 해도 개당 평균 가격은 155엔(약 1400원)이었다. 하지만 올 7월부터 컵누들 가격은 197엔으로 올랐다. 도쿄 도심 지역의 평균 가격은 201엔으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일본 직장인이 점심으로 즐겨 찾는 편의점 도시락 가격 역시 2019년 8월 512엔에서 올해 7월 616엔으로 올랐다. 도쿄 고토구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작년 초까지 416엔과 284엔이던 식빵과 우동면은 지난 7월 508엔과 340엔으로 앞자리를 바꿔 달았다.
라면, 우동, 빵 등 일본인이 즐겨 찾는 먹거리가 특히 많이 오른 건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뛰어서다. 2021년 12월 263엔이던 밀가루는 최근 324엔으로 역시 앞자리가 바뀌었다. 식용유값은 2021년 3월 270엔에서 올해 475엔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일본 요리에 필수인 간장도 작년 2월 259엔에서 318엔으로 단위가 바뀌었다.
식료품 가격 그래프는 공통적으로 지난 20여 년간 평행선을 그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2월 전후로 급격히 상승한다.
평행선의 길이가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만성이었는지 보여준다면 그래프의 기울기는 물가가 얼마나 짧은 기간에 급하게 올랐는지 나타낸다. 한 세대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1~2년 새 급작스럽게 뛴 물가가 일본인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물가만 놓고 보면 일본이 만성 디플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가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신선식품 제외)로 24개월 연속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높았다. 17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목표인 2%를 웃돌았다. 3%를 넘은 것도 12개월째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3년 경제재정백서’에서 “현시점에서는 서비스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있어 디플레 탈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내년과 2025년 물가상승률이 1.9%와 1.5%로 또다시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었지만 또다시 디플레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6월 조사에서 일반 서민이 느낀 체감 물가상승률은 14.7%에 달했다. 정부의 물가 통계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서민들은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물가가 오르는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 상태’라는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일본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주는 영향을 잘못 예측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인들은 편의점에서 100엔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이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1~2년 새 물가가 급등한 탓이다. 도쿄 도심의 편의점과 대형 슈퍼마켓을 차례로 방문해 보니 대다수 상품의 가격표 앞자리가 작년 말과 달라져 있었다.
일본인이 ‘고물가’를 피부로 느끼는 상품은 컵라면과 도시락이다. 1971년 닛신식품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컵라면 ‘컵누들’(사진)은 2016년 세계 누적 판매량 400억 개를 돌파한 인기 상품이다. 간편하고,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메뉴답게 작년 5월까지만 해도 개당 평균 가격은 155엔(약 1400원)이었다. 하지만 올 7월부터 컵누들 가격은 197엔으로 올랐다. 도쿄 도심 지역의 평균 가격은 201엔으로 앞자리가 바뀌었다.
일본 직장인이 점심으로 즐겨 찾는 편의점 도시락 가격 역시 2019년 8월 512엔에서 올해 7월 616엔으로 올랐다. 도쿄 고토구의 대형 슈퍼마켓에서 작년 초까지 416엔과 284엔이던 식빵과 우동면은 지난 7월 508엔과 340엔으로 앞자리를 바꿔 달았다.
라면, 우동, 빵 등 일본인이 즐겨 찾는 먹거리가 특히 많이 오른 건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이 뛰어서다. 2021년 12월 263엔이던 밀가루는 최근 324엔으로 역시 앞자리가 바뀌었다. 식용유값은 2021년 3월 270엔에서 올해 475엔으로 2년 새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일본 요리에 필수인 간장도 작년 2월 259엔에서 318엔으로 단위가 바뀌었다.
식료품 가격 그래프는 공통적으로 지난 20여 년간 평행선을 그리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작년 2월 전후로 급격히 상승한다.
평행선의 길이가 일본의 디플레이션이 얼마나 만성이었는지 보여준다면 그래프의 기울기는 물가가 얼마나 짧은 기간에 급하게 올랐는지 나타낸다. 한 세대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다가 1~2년 새 급작스럽게 뛴 물가가 일본인들에게 주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물가만 놓고 보면 일본이 만성 디플레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국가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어렵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1%(신선식품 제외)로 24개월 연속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높았다. 17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물가목표인 2%를 웃돌았다. 3%를 넘은 것도 12개월째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3년 경제재정백서’에서 “현시점에서는 서비스 가격 상승이 둔화하고 있어 디플레 탈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내년과 2025년 물가상승률이 1.9%와 1.5%로 또다시 2%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에 물가가 일시적으로 2%를 넘었지만 또다시 디플레 상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행의 6월 조사에서 일반 서민이 느낀 체감 물가상승률은 14.7%에 달했다. 정부의 물가 통계와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서민들은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물가가 오르는데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디플레 상태’라는 괴리가 심해지고 있다.
미야마에 고야 SMBC닛코증권 일본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이 주는 영향을 잘못 예측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