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반 위의 철학자' 러셀 셔먼 별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스승인 손민수를 가르친 러셀 셔먼이 별세했다. 향년 93세.

미국 매체 보스턴글로브는 셔먼이 지난달 30일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인문학적 기반 위에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연주를 들려준 그에게는 ‘건반 위의 철학자’라는 별명이 따라붙었다.

뉴잉글랜드음악원 석좌교수를 지낸 셔먼의 부인은 같은 학교 교수인 한국인 피아니스트 변화경이다. 이 인연으로 셔먼은 손민수, 백혜선, 이방숙, 이미혜, 이미주, 박종화, 박종경 등 여러 한국인 제자를 길러냈다. 그가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윤찬은 직접 셔먼의 가르침을 받지는 않았지만, 손민수를 통해 셔먼의 영향을 받았다. 임윤찬은 지난해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준결선에 앞서 손민수에게 “오늘 연주는 셔먼에게 바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임윤찬은 이 대회 준결선에서 셔먼이 일생에 걸쳐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선보였다. 셔먼이 2000년 방한 때 한국 팬들을 매료시킨 바로 그 곡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