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최악의 날'…"주가 폭락 전까지 금리 계속 오른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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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화요일>
◆미국 주식 : 다우 -1.29%, S&P500 -1.37%, 나스닥 -1.8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80%(+11.7bp), 2년물 5.152%(+3.8bp)
눈만 뜨면 금리가 치솟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오를 것이란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채권 수익률이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주가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일부에서는 "뚜렷한 국채 구매자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가계가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기 전까지는 금리 안정이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3일(미 동부시간) 새벽 금리는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가 전날 밤 "경제가 지난번 회의 때와 같은 모습이라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게 보도됐습니다. 그는 "미 중앙은행(Fed)의 일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는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메스터 총재의 발언을 보면서 상근 투표권자인 미셸 보우먼 Fed 이사가 어제 한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보우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러 번의 금리 인상(multiple interest-rate hikes)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었지요. '비둘기파'인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우리가 동결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지만, 그 발언보다는 "금리 인하가 적절할 때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 시장이 워낙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4bp 상승한 4.7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6%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30분 뒤인 오전 10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발표됐습니다. 7월 채용공고 개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만큼 투자자들은 7월(882만 건)과 비슷한 880만 개 수준을 예상하였습니다. 그런데 8월 수치는 69만 개 증가한 961만 개로 발표됐습니다. 7월 수치도 892만 개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4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며, 11개 업종 중 7개가 늘어나는 등 채용공고 증가는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했습니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노동시장이 Fed가 원하는 만큼 식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Fed가 긴축 정책을 시작한 2022년 3월 이후 채용공고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에 비해 여전히 거의 40% 더 많다. 최근 재상승은 노동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노동시장에 새로 들어온 인력이 증가한 덕분에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건수는 1.5개로 유지됐습니다. 또 채용 건수와 퇴직 건수는 각각 590만 건과 570만 건으로 7월과 거의 같았습니다. 퇴직자 내에서 고용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자발적 퇴직자 수도 360만 건으로 전월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자발적 퇴직률도 2.3%로 같았고요. 작년 4월의 3% 정점에서 줄어든 것이죠.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둔화 추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JOLTS 보고서의 채용공고 수는 수정이 잦은 편입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8월 채용공고 급증은 큰 문제가 아니다. 추세는 천천히 하락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나온 뒤 국채 금리는 고삐가 풀렸습니다. 오후 11시 50분께 4.8%를 넘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금리 급등세에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결국, 다우는 1.29%. S&P500 지수는 1.37% 내렸고 나스닥은 1.87%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10분께 11.7bp 오른 4.80%, 2년물은 3.8bp 상승한 5.152%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 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월스트리트의 공포지수인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20을 넘었는데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JOLTS를 보면 오는 금요일에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고용이 예상(16만3000개, 8월 18만7000개)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죠. 기업의 인력 수요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9월 고용이 좋다면 보우먼 이사나 메스터 총재의 말처럼 Fed가 올해 남은 기간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습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채용공고가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서 8월에 다시 반등하면서 FOMC가 올해 또 다른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안다는 "뜨거운 JOLTS 보고서가 노동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자 미국 주식은 하락했다. 냉각된 노동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8월 채용공고 수치는 많이 증가했다. 9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은 연말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11월 인상 확률이 30.9%(전날 27.2%)로 높아졌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ADP 9월 민간고용 수치가 발표되며, 목요일에는 챌린저 해고 보고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공개됩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각 6일 밤 9시 30분)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채권 시장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과연 금리는 언제까지 오를까요? 오늘 아침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인 2%를 상회하고 장기적으로 3.5% 부근으로 유지되리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1.5%포인트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월가를 보면 이런 빅샷들은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기준금리 7%에 대비하라고 밝혔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한 달 전쯤 10년물 금리가 4.75%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10년물 금리가 최소 5%를 뚫고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빌 애커먼은 30년물 금리 5.5%를 내다봤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거의 똑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과거처럼 2%로 돌아가기 어렵고, 막대한 연방 재정 적자로 인해 국채가 쏟아질 것이란 것이죠. 올해 재정 적자는 GDP의 6%에 달합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수많은 국채를 구매할 투자자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Fed는 양적 긴축(QT)을 통해 국채 보유량을 오히려 감축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보유량을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은 지난 10년 동안 Fed의 양적 완화(QT) 및 외국인 투자자의 끊임없는 안전자산 수요를 통해 억제되어 왔다. 그러나 Fed는 QE가 아니라 심지어 자산을 축소하고 있고 은행들은 (예금 유출로 돈이 없어) 매수할 수 없고, 외국인들이 달러에서 벗어나 보유자산 다각화에 나서면서, 누가 신규 공급되는 국채 구매자가 될지 불분명하다. 과거 마지막으로 재정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채권 금리가 급등했던 것은 1994년이다. 당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8%까지 상승했다. 그 결과 의회는 초당적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반응을 볼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는 실질적인 재정 규율이 적극적으로 실시될지 의심스럽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내년 11월 대선 직전까지는 계속해서 연방정부가 돈을 쓸 것으로 봅니다. 특히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에 따른 보조금은 4분기부터 본격 집행됩니다. IRA로 인해 풀리는 돈은 애초 3000억~5000억 달러로 추정됐지만, 골드만삭스는 1조2000억 달러로 예상합니다. 상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1980년대 정부 이자 비용이 급증했을 때 의회와 정부는 적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에 갇힌 의회, 적자 축소에 대한 정치적 관심 부족, 다가오는 2024년 대선을 고려할 때 이게 곧 이루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는 1970년대 채권자경단(Bond Vigilantes)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입니다. 그는 오늘 'The Bond Vigilantes Are On The March'(행진하는 채권자경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걱정되는 건 증가하는 연방정부 재정 적자로 인해 시장 수요보다 더 많은 채권 공급이 발생해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채권자경단은 국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 같다. 우리는 하이일드 시장이 다음 차례인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돈을 굴리는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좀 다르게 봅니다. 대부분 금리가 결국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CIO가 대표적입니다. 10년물 금리가 5%까지 갈 수 있지만, 경기가 둔화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3~3.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주 CIO도 오늘 투자 메모에서 “기본 시나리오는 10년물 수익률이 12개월 안에 3.5%로 하락하리라는 것"이라며 AI 관련 기술주 매수를 권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올렸지만, 올해 말과 내년 말 모두 4.3%로 전망했습니다. BMO는 "10년물 수익률이 연말 4.2%, 2024년 말 3.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경제 둔화, 노동시장 완화, 인플레이션 감소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채권 시장은 펀더멘털에 훨씬 앞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금리의 극적 움직임은 지속할 수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 모멘텀과 투자 심리의 극단적 약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5%를 넘으면 뭔가 사고가 터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3월 은행 위기 같은 게 발생해 경기가 냉각되면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주장이죠.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은 총재는 "10년물 금리가 4.8%이고 다른 장기 채권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인다.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가진 은행들은 상당한 미실현 손실을 보게 된다. 이는 실질적 문제다. 일부 은행의 3분기 미실현 손실은 불편할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13일 시작되는 3분기 어닝시즌에서 바로 드러날 것입니다. 은행부터 실적을 발표하니까요. 오늘 KBW지역은행지수(KRX)는 2% 넘게 하락해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채권 강세 뷰와는 반대로 금리가 계속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많은 채권 투자자가 큰 손실에 잠겼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JOLTS 데이터는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금리는 정말 스프링처럼 뛰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더 빨리 더 많이 오르자 모두가 지켜만 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장기 금리가 10bp씩 오른다. 채권 가격이 이렇게 떨어졌는데도 사기 어렵다. 금리가 정점에 도달하는 걸 확인할 까지는 뛰어드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채권 금리가 오르면 수요 증가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끊임없는 채권 손실로 인해 투자자들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8월까지 12개월 동안 미국 채권 펀드에서 약 800억 달러를 인출했습니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지금 채권 시장에 있는 돈으로는 쏟아지는 국채를 감당할 수 없다. Fed나 외국인 투자자도 사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를 소화하려면 미국 가계에서 새로운 돈이 들어와야 한다. 즉 뮤추얼 펀드가 채권을 사야 하고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아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채권 금리는 충분히 더 높아져야 한다. 결국, 주가가 상당 폭 하락해야 채권 금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많은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놓았습니다. 그는 "지금 MMF에서 5.3% 정도를 받고 있는데, 30년물 금리가 5%를 넘으면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30년물은 12.7bp 폭등한 4.923%에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20년물은 11.6bp 급등해 5.119%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채권 시장의 모든 문제는 워싱턴DC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워싱턴DC에서 이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죠. 공화당 내 강경파인 멧 게이츠 하원 의원(플로리다)이 해임안을 발의했고, 오늘 오후 전체 회의에서 표결한 결과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채택됐습니다. 공화당 221명 가운데 11표가 이탈한 것이죠. 하원은 의장을 다시 선출해야 하는데, 공화당 내에서는 유력한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221명 중 218표 이상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없으면 다시 매카시가 나서는 방안도 회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 전무는 "국채 수익률 상승, 완고하게 높은 유가, 달러 강세 등이 모두 주식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Fed 인사의 매파적 발언과 의회 관련 불확실성, 특히 매카시 의장의 축출이 불안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게 아마도 주식을 압박한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미국 주식 : 다우 -1.29%, S&P500 -1.37%, 나스닥 -1.87%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80%(+11.7bp), 2년물 5.152%(+3.8bp)
눈만 뜨면 금리가 치솟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오를 것이란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채권 수익률이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 주가는 크게 흔들렸습니다. 일부에서는 "뚜렷한 국채 구매자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 가계가 주식을 팔고 채권을 사기 전까지는 금리 안정이 어렵다"라고 말합니다.
3일(미 동부시간) 새벽 금리는 또다시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부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가 전날 밤 "경제가 지난번 회의 때와 같은 모습이라면 추가 금리 인상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 게 보도됐습니다. 그는 "미 중앙은행(Fed)의 일이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금리를 한 번 더 인상한 후 한동안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메스터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자는 아닙니다. 투자자들은 메스터 총재의 발언을 보면서 상근 투표권자인 미셸 보우먼 Fed 이사가 어제 한 말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보우먼 이사는 인플레이션을 중앙은행 목표 수준으로 낮추려면 여러 번의 금리 인상(multiple interest-rate hikes)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었지요. '비둘기파'인 애틀랜타 연은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우리가 동결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지만, 그 발언보다는 "금리 인하가 적절할 때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지금 시장이 워낙 금리에 민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전 9시 30분 뉴욕 채권 시장에서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4bp 상승한 4.73%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3~0.6%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30분 뒤인 오전 10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가 발표됐습니다. 7월 채용공고 개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만큼 투자자들은 7월(882만 건)과 비슷한 880만 개 수준을 예상하였습니다. 그런데 8월 수치는 69만 개 증가한 961만 개로 발표됐습니다. 7월 수치도 892만 개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4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로 전환한 것이며, 11개 업종 중 7개가 늘어나는 등 채용공고 증가는 산업 전반에 걸쳐 광범위했습니다. 기업들의 인력 수요가 여전히 강하고 노동시장이 Fed가 원하는 만큼 식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Fed가 긴축 정책을 시작한 2022년 3월 이후 채용공고가 감소하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팬데믹 이전에 비해 여전히 거의 40% 더 많다. 최근 재상승은 노동 수요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노동시장에 새로 들어온 인력이 증가한 덕분에 실업자 1인당 채용공고 건수는 1.5개로 유지됐습니다. 또 채용 건수와 퇴직 건수는 각각 590만 건과 570만 건으로 7월과 거의 같았습니다. 퇴직자 내에서 고용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자발적 퇴직자 수도 360만 건으로 전월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자발적 퇴직률도 2.3%로 같았고요. 작년 4월의 3% 정점에서 줄어든 것이죠. 전반적인 노동시장의 둔화 추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JOLTS 보고서의 채용공고 수는 수정이 잦은 편입니다. 판테온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이코노미스트는 "8월 채용공고 급증은 큰 문제가 아니다. 추세는 천천히 하락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수치가 나온 뒤 국채 금리는 고삐가 풀렸습니다. 오후 11시 50분께 4.8%를 넘었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금리 급등세에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았습니다. 결국, 다우는 1.29%. S&P500 지수는 1.37% 내렸고 나스닥은 1.87% 하락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10분께 11.7bp 오른 4.80%, 2년물은 3.8bp 상승한 5.152%에 거래됐습니다. 10년물 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월스트리트의 공포지수인 변동성 지수(VIX)는 장중 20을 넘었는데 지난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JOLTS를 보면 오는 금요일에 발표될 9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고용이 예상(16만3000개, 8월 18만7000개)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이 큰 것이죠. 기업의 인력 수요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9월 고용이 좋다면 보우먼 이사나 메스터 총재의 말처럼 Fed가 올해 남은 기간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 있습니다. 하이프리퀀시 이코노믹스는 "채용공고가 팬데믹 이전보다 훨씬 높은 상태에서 8월에 다시 반등하면서 FOMC가 올해 또 다른 금리 인상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안다는 "뜨거운 JOLTS 보고서가 노동시장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낸 후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자 미국 주식은 하락했다. 냉각된 노동시장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지만 8월 채용공고 수치는 많이 증가했다. 9월 고용보고서가 예상보다 낮게 나오지 않는 한, 시장은 연말 이전에 적어도 한 번의 추가 금리 인상을 가격에 완전히 반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Fed워치 시장에서는 11월 인상 확률이 30.9%(전날 27.2%)로 높아졌습니다.
내일 아침에는 ADP 9월 민간고용 수치가 발표되며, 목요일에는 챌린저 해고 보고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공개됩니다. 그리고 금요일 오전 8시 30분(한국시각 6일 밤 9시 30분)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채권 시장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과연 금리는 언제까지 오를까요? 오늘 아침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는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5%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Fed 목표인 2%를 상회하고 장기적으로 3.5% 부근으로 유지되리라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금리가 인플레이션보다 1.5%포인트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최근 월가를 보면 이런 빅샷들은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계속 경고하고 있습니다.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기준금리 7%에 대비하라고 밝혔고,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한 달 전쯤 10년물 금리가 4.75%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또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역시 10년물 금리가 최소 5%를 뚫고 오를 것으로 전망했고, 빌 애커먼은 30년물 금리 5.5%를 내다봤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거의 똑같습니다. 인플레이션이 과거처럼 2%로 돌아가기 어렵고, 막대한 연방 재정 적자로 인해 국채가 쏟아질 것이란 것이죠. 올해 재정 적자는 GDP의 6%에 달합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볼 수 있었던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를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수많은 국채를 구매할 투자자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Fed는 양적 긴축(QT)을 통해 국채 보유량을 오히려 감축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도 보유량을 계속 낮추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전략가는 "채권의 기간 프리미엄은 지난 10년 동안 Fed의 양적 완화(QT) 및 외국인 투자자의 끊임없는 안전자산 수요를 통해 억제되어 왔다. 그러나 Fed는 QE가 아니라 심지어 자산을 축소하고 있고 은행들은 (예금 유출로 돈이 없어) 매수할 수 없고, 외국인들이 달러에서 벗어나 보유자산 다각화에 나서면서, 누가 신규 공급되는 국채 구매자가 될지 불분명하다. 과거 마지막으로 재정 적자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채권 금리가 급등했던 것은 1994년이다. 당시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8%까지 상승했다. 그 결과 의회는 초당적으로 예산을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반응을 볼 수 있을까? 많은 투자자는 실질적인 재정 규율이 적극적으로 실시될지 의심스럽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내년 11월 대선 직전까지는 계속해서 연방정부가 돈을 쓸 것으로 봅니다. 특히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에 따른 보조금은 4분기부터 본격 집행됩니다. IRA로 인해 풀리는 돈은 애초 3000억~5000억 달러로 추정됐지만, 골드만삭스는 1조2000억 달러로 예상합니다. 상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1980년대 정부 이자 비용이 급증했을 때 의회와 정부는 적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치적 양극화에 갇힌 의회, 적자 축소에 대한 정치적 관심 부족, 다가오는 2024년 대선을 고려할 때 이게 곧 이루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라고 밝혔습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 리서치 설립자는 1970년대 채권자경단(Bond Vigilantes)이란 말을 처음 쓴 사람입니다. 그는 오늘 'The Bond Vigilantes Are On The March'(행진하는 채권자경단)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걱정되는 건 증가하는 연방정부 재정 적자로 인해 시장 수요보다 더 많은 채권 공급이 발생해 더 높은 수익률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채권자경단은 국채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것 같다. 우리는 하이일드 시장이 다음 차례인지 지켜보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돈을 굴리는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은 좀 다르게 봅니다. 대부분 금리가 결국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윤제성 뉴욕생명 자산운용 CIO가 대표적입니다. 10년물 금리가 5%까지 갈 수 있지만, 경기가 둔화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3~3.5%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주 CIO도 오늘 투자 메모에서 “기본 시나리오는 10년물 수익률이 12개월 안에 3.5%로 하락하리라는 것"이라며 AI 관련 기술주 매수를 권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10년물 금리 전망치를 올렸지만, 올해 말과 내년 말 모두 4.3%로 전망했습니다. BMO는 "10년물 수익률이 연말 4.2%, 2024년 말 3.7%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투자자들을 설득하려면 경제 둔화, 노동시장 완화, 인플레이션 감소가 필요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채권 시장은 펀더멘털에 훨씬 앞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금리의 극적 움직임은 지속할 수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 모멘텀과 투자 심리의 극단적 약세는 앞으로 몇 주 안에 어느 정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부에서는 금리가 5%를 넘으면 뭔가 사고가 터질 것으로 봅니다. 지난 3월 은행 위기 같은 게 발생해 경기가 냉각되면 금리가 낮아질 것이란 주장이죠.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은 총재는 "10년물 금리가 4.8%이고 다른 장기 채권도 비슷한 증가세를 보인다. 국채와 모기지 증권을 가진 은행들은 상당한 미실현 손실을 보게 된다. 이는 실질적 문제다. 일부 은행의 3분기 미실현 손실은 불편할 정도로 높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런 문제가 있다면 13일 시작되는 3분기 어닝시즌에서 바로 드러날 것입니다. 은행부터 실적을 발표하니까요. 오늘 KBW지역은행지수(KRX)는 2% 넘게 하락해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채권 강세 뷰와는 반대로 금리가 계속 급등(채권 가격 하락)하면서 많은 채권 투자자가 큰 손실에 잠겼다는 겁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대로 JOLTS 데이터는 그렇게 충격적인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금리는 정말 스프링처럼 뛰었습니다. 채권 시장 관계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금리가 더 빨리 더 많이 오르자 모두가 지켜만 보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장기 금리가 10bp씩 오른다. 채권 가격이 이렇게 떨어졌는데도 사기 어렵다. 금리가 정점에 도달하는 걸 확인할 까지는 뛰어드는 걸 주저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채권 금리가 오르면 수요 증가가 기대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끊임없는 채권 손실로 인해 투자자들은 방관하고 있습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8월까지 12개월 동안 미국 채권 펀드에서 약 800억 달러를 인출했습니다. 한 채권 시장 관계자는 "지금 채권 시장에 있는 돈으로는 쏟아지는 국채를 감당할 수 없다. Fed나 외국인 투자자도 사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를 소화하려면 미국 가계에서 새로운 돈이 들어와야 한다. 즉 뮤추얼 펀드가 채권을 사야 하고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을 팔아 채권을 매수해야 한다. 그러려면 채권 금리는 충분히 더 높아져야 한다. 결국, 주가가 상당 폭 하락해야 채권 금리가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과 금리가 높게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해왔고, 많은 자금을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놓았습니다. 그는 "지금 MMF에서 5.3% 정도를 받고 있는데, 30년물 금리가 5%를 넘으면 어느 정도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30년물은 12.7bp 폭등한 4.923%에 거래됐습니다. 그리고 20년물은 11.6bp 급등해 5.119%를 기록했습니다. 결국, 채권 시장의 모든 문제는 워싱턴DC에서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워싱턴DC에서 이런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이 생겼습니다. 지난달 30일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킨 공화당 소속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일이죠. 공화당 내 강경파인 멧 게이츠 하원 의원(플로리다)이 해임안을 발의했고, 오늘 오후 전체 회의에서 표결한 결과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채택됐습니다. 공화당 221명 가운데 11표가 이탈한 것이죠. 하원은 의장을 다시 선출해야 하는데, 공화당 내에서는 유력한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221명 중 218표 이상을 얻을 수 있는 후보가 없으면 다시 매카시가 나서는 방안도 회자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트레이딩 전무는 "국채 수익률 상승, 완고하게 높은 유가, 달러 강세 등이 모두 주식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Fed 인사의 매파적 발언과 의회 관련 불확실성, 특히 매카시 의장의 축출이 불안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10년물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게 아마도 주식을 압박한 가장 큰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