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신성호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의 ETF 심층해부
일본반도체ETF 연이어 상장
반도체 제조가 아닌 장비, 소재

지난달 ‘ARIRANG일본반도체소부장Solative’와 ‘TIGER일본반도체Factset’ 두 가지의 일본 반도체ETF가 상장되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또 다른 일본반도체ETF도 상장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존에는 ‘KODEX TSE일본리츠’를 제외하면 TOPIX100와 NIKKEI225 지수를 추종하는 시장지수 ETF 일색이었는데 일본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섹터형, 테마형 등 전략형 ETF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종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의 공격적인 정책지원과 투자가 잇따르고 있는 업종이어서 전략형 ETF의 첫 상품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반도체 업종은 장비와 소재 기업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반도체 제조기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에게 익숙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또는 미국의 마이크론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기업이고 NVIDIA는 그래픽 반도체 제조기업이다. 또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의 대표기업 인텔과 AMD는 CPU(중앙처리장치) 제조 기업이고 퀄컴, 브로드컴 등은 비메모리 반도체 설계기업이다.

반면에 일본 반도체 대표기업은 장비업체 TOKYO ELECTRON, 소재 기업 Shin-Etsu Chemical, 검사장비 ADVANTEST 등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일본은 웨이퍼 제조장비 75.3%, 반도체 검사장비 48.6%의 글로벌 점유율을 갖고 있다. 또 주요국 중에서 가장 많은 반도체 장비 및 부품 수출을 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 분야의 비중은 작지만 ‘소부장’분야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또 최근 민관합작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업인 ‘RAPIDUS’를 설립하며 27년 2나노 반도체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과거 반도체 제조국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국내 상장된 두 개의 ETF를 비교해보면 ‘ARIRANG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는 장비와 소재가 각각 50%씩 분산되어 있고, ‘TIGER일본반도체Factset’은 장비 60%, 자동차용 반도체와 아날로그 반도체 등이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장비 외의 구성 업종이 상이하다. 또 ARIRANG ETF는 상위 3종목의 비중이 52.8%이며 전체 종목의 수도 20개로, TIGER 31%, 32개 대비 압축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상장 일본반도체ETF 포트폴리오
국내 상장 일본반도체ETF 포트폴리오
세부 업종을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같은 반도체 업종이라도 밸류체인에 따라 이익과 주가의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이다. 장비업체의 매출액은 생산업체들의 투자 의사 결정에 비례한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같은 반도체 생산기업들의 투자 시점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소재 업체는 생산 기업들의 가동률이 중요하다. 생산량이 증가할수록 소재 사용량도 동일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반도체 업황은 GPU(그래픽반도체), HBM 등 인공지능 투자와 관련된 반도체와 DDR4, NAND 등 기존 모바일, PC에 채용되는 제품의 사이클이 다르다. 인공지능 관련 설비투자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 모바일, PC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여전히 생산 및 투자 감축을 통한 재고 정상화 과정 중에 있다. 하반기부터 DRAM반도체 현물가격 반등이 일부 있기는 하지만 가동률 정상화가 선행되고 나서 설비투자 의사결정이 고려될 터인데 매우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인 반도체 사이클에서는 소재 업종이 장비보다 투자하기에 적합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일본의 상황은 다른 면이 있다. 앞서 언급된 RAPIDUS 설립도 있지만 인텔, 마이크론, TSMC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현지 공장설립 발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이 지어지면 장비를 비롯한 설비투자 증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활용한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반도체 육성 정책 덕분이다. 따라서 일본의 반도체 장비업종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투자 사이클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9월 FOMC 이후 ‘Higer for Longer’로 대변되는 미국 연준의 긴축기조 의지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금리의 상승은 반도체를 포함한 IT 업종 등 성장주에 불리하다. 하지만 소외될까 두려워 따라 하는 FOMO(Fear Of Missing Out)가 아닌 장기적인 분석에 기반한 투자는 성공 확률을 높인다. 펀더멘털 변화에 민감한 분석과 투자로 중심을 잡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신성호 연구위원 shshin@hankyung.com